| 광주의 가을을 추억으로 수놓을 충장축제 구종천 |
| 2018년 10월 01일(월) 18: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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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루덴스’란 말이 있다. 유희하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네덜란드의 철학가 호이징가가 주장한 인간 유형이다. ‘호모 루덴스’의 의미가 온전히 드러나는 축제가 있다면 바로 ‘추억의 충장축제’가 아닐까 싶다. 지난 14년의 가을마다 충장로·금남로 일원에는 수많은 호모 루덴스들이 놀이를 즐겼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올 가을 또 한 번의 놀이한마당이 펼쳐질 참이다.
충장축제를 대표하는 호모 루덴스적인 놀이라면 ‘충장 퍼레이드’를 꼽을 수 있다. 충장퍼레이드에 자발적으로 참가하는 대부분의 팀들은 축제를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이들이다. 그 중 으뜸은 동구 13개동 주민들이다. 동 주민들은 축제 3개월 전부터 시간을 쪼개 퍼레이드 의상과 소품, 안무연습에 들어간다. 동별로 100-200여명의 주민들이 잠깐의 퍼레이드를 위해 수고를 마다않는 것이다. 동의 명예를 위해 자신들이 동을 대표한다는 자부심과 소속감을 가지고 참여하기도 하겠지만 두 시간 남짓의 퍼레이드를 기꺼운 마음으로 즐긴다. 그래서 유독 동 주민들의 행진에서는 순수한 감동이 느껴지는 것 같다. 호이징가가 이런 동구민들의 모습을 보았다면 가장 놀이다운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라고 감탄해마지 않았을 것이다.
‘충장 달빛캠핑’도 축제의 대표적인 놀이 가운데 하나다. 축제기간 중 참가자들은 도심캠핑을 통해 색다른 가을밤의 여유와 낭만을 느낀다. 충장 달빛캠핑은 2년 전부터 처음 시작돼 두 번의 캠핑 이후 많은 참가자들이 재 참가 의사를 밝히는 등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올해는 ‘추억의 명화’ 상영을 늘리고 가족단위 참가자들을 위한 레크레이션을 강화하는 등 더욱 다양한 세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충장축제에서 가장 흥겨운 놀이장은 ‘추억의 고고장’이다. 금남로 한 가운데에 조성된 무대 주변은 신나고 흥겨운 음악이 흘러넘친다. 입장제한도 참가비도 없다. 오직 음악에 몸을 맡길 흥만 있으면 된다. 올해 추억의 고고장은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변화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까지 7080세대 음악 중심으로 운영되었다면 올해는 디스코부터 테크노 그리고 최신 음악까지 세대를 뛰어넘는 공연을 기획 중이다.
위에서 언급한 프로그램 외에도 10월5일부터 9일까지 닷새 간 개최되는 ‘제15회 추억의 충장축제’에서는 6개 분야 31개 프로그램이 알차게 펼쳐진다.
올해 축제의 메인콘셉트는 ‘서커스’와 ‘청바지’다. 먼저 서커스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춘서커스단’을 초청해 화려한 개막공연을 펼친다. 크레인 등 각종 첨단장비들을 이용한 개막공연은 단순한 기예를 넘어 스토리텔링이 있는 퍼포먼스로 관람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또 서커스 프린지 공연, 중국 월수구 기예단 공연, 충장서커스 매직유랑단 공연 등이 축제장 곳곳에서 관람객들을 만난다.
지난해 ‘드레스코드’로 도입된 청바지는 올해 축제 전반에서 활약하게 된다. 축제기간 동안 젊음과 자유를 상징하는 청바지를 입고 나오면 누구나 축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추억의 고고장 VIP존에 입장할 수 있는 특혜는 물론 청바지 리폼경연, 청바지 서포터즈, 프로필 사진촬영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청바지를 입고서 ‘충장퍼레이드’에 참여할 수도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경품까지 증정한다니 청바지 착용을 잊지 말자.
우리는 재미있게 살고자 하며, 행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말이 있다. 인간은 일상생활 속에서 늘 욕망을 억누르고 살아가면서 그 결과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인간은 이러한 스트레스를 풀고자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찾게 되는데 축제는 억압된 감정을 해소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맞춤한 시공간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광주의 가을 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충장축제는 고유한 문화브랜드이자 남도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축제가 됐다. 남도사람들은 충장축제를 통해 다시 일상생활을 영위해나갈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올해도 추억과 낭만이 가득한 걸판진 한상을 차렸다. 무르익어가는 가을에 그리운 사람, 추억의 옛 노래, 옛 시절의 낭만이 떠오른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그 때 그 시절로 떠나는 환상여행 티켓을 놓치지 마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