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진상규명 특별법 시행에 즈음하여 김태헌 광주시 5·18지원관·정치학박사

2018년 10월 02일(화) 19:18

올해 3월13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돼 6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친 뒤 지난 9월 14일에 시행됐다. 지금으로부터 38년 전인 1980년 5월에 광주와 전남지역에서 10일 동안 전개됐던 5·18민주화운동은 아직까지도 그 진상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특별법을 통해 진상규명을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진상규명조사위원이 추천되지 않아 위원회 구성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번 진상규명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되기에 국회와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와 광주광역시 및 전라남도 등의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와 아낌없는 협조가 막중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국가기관 차원의 진상규명 활동이 4번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납득할 만한 진상규명은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번 특별법에 의해 실시하는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 활동은 어떻게 추진해야 할까?

첫 번째는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진 사람으로 잘 구성돼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9명의 조사위원 중 상임위원 3명을 누구로 할 것이며, 상임위원 중에서 위원장과 부위원장(사무처장 겸임)을 누구로 선출하느냐의 문제이다. 당연히 이 법의 목적달성을 위한 강력한 의지와 역량을 갖춘 사람이 선출돼야 한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위원회의 중요사항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사람이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넘어갈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조사위원회 사무처의 구성이다. 이 법 시행령은 사무처에 조사지원과, 조사1·2·3과 및 대외협력담당관을 두도록 돼 있다. 이러한 자리도 각각의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돼야 하는 만큼 엄격한 자격조건에 따라 적임자를 선발해야 할 것이다. 사무처 직원의 자리는 결코 일자리를 해결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조사나 수사업무 등에 대한 경력과 지식이 있는 사람을 선발해야 할 것이다. 사무처는 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에 대해 실질적인 조사를 면밀히 전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국내외 5·18 관련 자료를 최대한으로 확보해야 한다. 38년이 지나는 동안 핵심적인 자료는 폐기되거나 왜곡·은폐·조작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자료를 최대한으로 확보해야 한다. 특히 지난 4번에 거쳐 실시한 국가기관에 의한 진상조사 및 수사 자료도 각 기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일체의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내놓지 않은 국방부(특히 당시 보안사 및 계엄사령부)의 원본자료를 모두 다 찾아내어 확보해야 한다. ‘작전명령 화려한 휴가’라는 명령하달 문서의 원본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또한 ‘한·미합동정보대’라는 기밀조직이 있다고 한다. 이 조직에서 미군정보사령부에 보고한 전두환 신군부에 대한 일체의 자료를 모두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광주미문화원과 주한미대사관에서 백악관에 보고한 자료도 모두 확보해야 한다.

네 번째는 수많은 자료의 면밀한 분석이다. 제아무리 자료를 많이 확보한들 정확히 분석해 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지난 사례를 토대로 볼 때 이미 확보한 자료에 대한 분석이 되지 않아 진실을 뒤늦게 찾아내 확인한 경우가 있었는가 하면, 자료의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혼선을 빚은 경우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확보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비교분석 해 내는 작업이 본격화돼야 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제대군인의 양심증언을 최대한으로 확보해야 한다. 38년 전에 현역으로 복무했던 사람은 이제 모두 다 전역해 민간인의 신분에 있다. 이들 중에서 5·18민주화운동에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양심증언을 최대한으로 확보하여 조사해야 한다. 특히 광주에 투입된 제7공수부대의 잔혹한 학살만행에 대한 숱한 의혹이 있는 만큼 양심증언을 반드시 확보해 그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광주와 전남지역에 투입된 다른 계엄군의 동향 중에서 특이한 사건에 대한 양심증언도 최대한 확보하여 사건별 진상을 세세히 규명해야 한다.

여섯 번째는 언론사와 방송사의 지대한 관심과 홍보가 절실히 필요하다. 단순히 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취재해서 보도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언론과 방송이 스스로의 자긍심과 사명감으로 함께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요하다면 통합기자단을 꾸려 조사위원회의 정식 조직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위원회와 협의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론의 중추적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번만큼은 5·18에 대한 모든 의혹을 깔끔이 밝혀내어 그 진상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그것만이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5·18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이 완료되었을 때 비로소 ‘5·18민주화운동’도 ‘5·18민중항쟁’으로 공식화 되어 그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올바르게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