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제역보다 무섭다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대비하자 김용환 |
| 2018년 10월 03일(수) 1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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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리에 방송되었던 ‘꽃보다 할배 리턴즈’에서 출연진들이 여행했던 헝가리, 체코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러시아, 폴란드 등 동유럽과 북유럽 여러 나라와 최근 중국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African Swine Fever)이 발생했다. 이들 나라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로 축산물검사와 가축방역을 담당하는 필자로선 걱정이 앞선다.
특히 아프리카와 유럽 일부지역에서 풍토병으로만 존재하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지난 8월3일 우리나라와 가까운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 처음 발생하여 지금까지도 중국 전역에 걸쳐 발생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해당농장을 비롯한 인근 농장의 돼지 수천마리를 곧바로 살처분 하였음에도, 중국대륙 곳곳에서 계속 발생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ASF의 전파력이 생각보다 강력한 것 같다.
최근 우리는 과거 익숙하게 들어왔던 질병들이 아닌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MERS(중동호흡기증후군), SFTS(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등 생소한 신종질병들을 접하고 있다. 가축질병 또한 교과서에서나 보던 전염병들이 우리주변 나라들에서 발생했다는 보도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이러한 질병이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국경을 넘어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전 세계 사람들의 국가간 이동이 쉬워졌고, 물자교역 또한 많아진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물론 지구의 기후변화도 한 몫을 더 하고 있다.
ASF는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적은 없다. 이 ASF는 돼지 바이러스성(Asfarviridae) 질병으로 급성형에 감염되면 100%의 치사율을 보이고, 양돈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기 때문에 우리나라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도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다행히 사람이나 다른 종의 동물에게는 감염되지 않고 멧돼지과에 속하는 동물에만 감염된다. 야생멧돼지가 자연 숙주로서 역할을 하고, 유일하게 물렁진드기가 이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가 돼지나 야생멧돼지를 물어서 매개전파하기도 한다.
돼지가 ASF에 걸리면 아무런 증상 없이 갑자기 폐사하는 심급성인 경우도 있지만, 42℃ 이상의 고열과 식욕부진, 구토, 혈변, 호흡곤란, 경련, 피부의 출혈반 등 돼지에서 흔히 발생하는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다른 질병과 구별이 쉽지 않아 정밀진단이 필요한 질병이다.
이와 같이 돼지에서 열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병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발생했던 ‘돼지열병’이 있다. 이 돼지열병은 과거에 ‘돼지 콜레라(hog cholera)’로 불리다 사람의 수인성 감염병인 ‘콜레라’와 혼동되고, 사람 콜레라는 세균성 질병인 반면, 돼지 콜레라는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이어서 그 병명을 ‘돼지열병’으로 고쳐 부르고 있다. 이 돼지열병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병원체가 다른 질병이다.
그렇다면 왜 구제역보다 ASF가 더 무섭다는 것일까? 그 이유는 ASF는 구제역과 달리 현재 백신과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돼지사육은 6,300여 농가 천백만 마리다. 만약 우리나라에 ASF가 들어와 발생한다면 경제적으로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고, 우리 축산업의 근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구제역보다 무섭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ASF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광주보건환경연구원에서는 최근 국내에서 발생하지 않았던 해외악성전염병에 대한 진단법 표준화 교육을 통해 ASF에 대한 신속한 검사체계를 구축하였다. 또한, 감염이 의심되는 가축이 발견될 경우 신속히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연계할 수 있는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을 상시가동 중으로 구제역이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때처럼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ASF의 유입을 막기 위해서는 축산농가의 자율방역이 선행되어야 한다. 축사 내외의 소독과 농장 출입차량과 출입자에 대한 통제는 물론 야생멧돼지와 접촉 등 차단방역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또한 남은 음식물 사료를 급여할 경우에는 열처리(80℃ 30분) 후에 급여해야 한다. 양돈장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자국의 축산물 휴대와 우편 등으로 반입하는 것을 금지해야 하며, 양돈농가는 매일 임상관찰을 실시하고 ASF 의심 돼지가 발견되면 즉시 방역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철저한 차단방역은 축산업계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동참해 주어야만 가능하다. 이제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해외여행 시 축산농가 방문을 자제하고, 여행 후 축산물 휴대나 축산물가공식품도 절대 반입하지 않기를 부탁드린다.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국무총리의 말씀처럼 ASF도 미리 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