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동참 이런 방법이 있어요 범은경 |
| 2018년 10월 07일(일) 18: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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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애매한 것을 다 확실하게 정리해주겠다는 개그 프로그램이 한동안 인기를 끈 적이 있었습니다. 아기 돌보기에도 아빠 몫과 엄마 몫을 확실하게 정리하면 부부싸움이 줄어든다고 하면서 내놓은 솔루션이 꽤 그럴싸했어요. 젖은 엄마 밖에 먹일 수가 없으니 먹이는 것은 엄마 담당, 대신 배설에 대한 것은 아빠 담당이라죠. 한밤중에 아기가 울면 젖 달라고 울 때는 엄마가 일어나서 주고 대신 기저귀가 젖었다고 우는 것 같으면 아빠가 일어나서 갈아 주자는 거죠.
이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어도 아기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단잠 중간에 도저히 세워지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야 하는 부모들은 아마 실제로 이렇게 육아를 분담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아기가 아직 먹는 것도 엄마 젖 뿐이고 걸을 수도 없을 때는 아빠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정말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목욕을 시켜주는 것뿐일까요?
아빠가 육아에 더 멋지게 동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아빠가 아기를 재우는 것이에요. 아기 키우기의 많은 부분을 함께하는 부부라도 아기가 아직 완모 중이라면 재우는 것은 엄마 몫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만약 그렇다면 수면교육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이에요. 수면교육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기를 키우면 아기가 밤새 통잠을 자는 행복한 날은 그만큼 먼 미래의 일이 될 것입니다. 수면교육의 가장 기본이 엄마 품에 안겨서만 자거나 젖을 물고만 자는 좋지 않은 수면습관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아시지요? 저도 압니다. 다만 아기가 따라주지 않을 뿐이라는 것을요. 더구나 아기가 이미 엄마 젖을 물고자는 습관을 형성해버렸다면 그 습관을 바꾸기 위한 과정이 얼마나 눈물 나는 전쟁인지요.
이론상으로는 다 알지만 아기가 울면서 젖을 찾으니 아기도 재우고 나도 자려면 안 줄 수가 없었고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에 아기에게 젖 물고자는 습관이 생겨있더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기가 조금 울어도 젖을 물리지 않고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한데 우는 아기를 지켜보는 일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요? 더구나 젖이 이미 몸에 달려 있으니 그만 참지 못하고 젖을 물려버리게 되지요. 아기 입장에서도 젖 냄새는 나는데 주지는 않으니 얼마나 참기가 힘들까요?
그래서 잠재우는 과정을 아빠가 하면 아기가 혼자 밤새 잘 자는 수면습관을 만드는데 정말 도움이 됩니다. 아빠의 귀가가 늦으면 할 수 없지만 가능한 주말이라도 아기를 재우는 일은 아빠가 맡아보세요. 분유수유를 하는 경우가 완모인 경우보다 수면문제 발생확률이 더 적은데요. 아기가 울어도 분유를 타서 주어야하면 성가셔서라도 조금 기다려보기 때문이랍니다. 마찬가지로 아빠는 젖을 바로 줄 수 없으니 조금 기다리게 되거든요. 또 감정적으로 아빠들이 우는 아기를 무던하게 바라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아기를 재우고 자는 아기를 들여다보는 그 순간이 아기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지는 행복한 순간이라는 사실입니다. 사랑이란 함께 하는 순간 만큼이라고 했던가요? 아기와의 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모성이란 이미 뱃속에서 열 달을 키웠기에 더 쉽게 생겨나는 것이고 아빠의 사랑도 아기를 재우면서 더욱 커집니다.
오롯이 아기랑 둘이만 함께 하는 수면의식 과정을 상상해보세요. 잠시 품에 안고 있다가 잠자리에 눕힌 뒤 그림책을 읽어주고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면 아기 눈이 스르르 감기겠지요. 그러면 잘 자라고 볼에 뽀뽀를 하겠지요. 그건 영화이고 실제는 다르다구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빠가 재우면 이런 장면이 만들어지기가 훨씬 쉽습니다.
잘 자려면 아기 배가 고프지 않아야하니 우선 재우기 전에 엄마가 먼저 젖을 충분히 먹여야하죠. 그리고 나면 아빠가 받아서 트림을 시키고 아기 잠자리로 데리고 가세요. 잠시 안고 자장가를 불러준 뒤 아기를 자리에 눕히세요. 그리고 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해 주세요. 안아 달라고 울어도 그냥 웃으면서 잠시 지켜보세요. ‘잠은 스스로 자는거야.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우리 00 이는 이제 혼자 잘 수 있어.’ 나직하게 말해주면서요. 아빠들의 육아 휴가가 당연해지고 근무시간이 줄어들어 누구에게나 저녁이 있는 삶이 생기는 것이 우리의 꿈이니 언젠가는 모든 아빠들이 다 이렇게 하시겠지요? 당장은 일이 너무 많아 힘들다면 이번 주말에라도 꼭 한 번 도전해보세요. 아빠의 행복한 육아가 가능한 세상을 위해 함께 노력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