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화제작 옥인 콜렉티브 作 ‘통로와 비결정 지도’ 소멸된 개인 목소리 포스터에 담다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2018년 10월 10일(수) 19:44

2009년 창립해 서울에서 활동하는 협업 그룹 옥인 콜렉티브는 사회 현상의 이면에 주목하고 사회의 언저리나 주변부, 그 경계에 위치한 개인과 그들 집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이들은 작품을 위해 다큐멘터리와 극의 형식을 차용하거나, 실제 개인의 목소리가 발화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방식으로 공식적인 역사나 현상으로부터 삭제되거나 소멸된 개인의 목소리를 호명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동시대 사회 현상 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층위를 가시화한다.

이번 전시에선 언어가 놓이는 상태에 주목하고, 사회적 차원에서의 언어적 제스처를 탐구한다. 이것은 사회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위계 구조 내에서 더 큰 권력을 획득한 상부로부터의 수사가 아닌 그 하부구조, 즉 개인과 집단의 차원에서 사회적 효력을 획득한 언어적 장치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특정 언어가 가진 주체적 개념을 복귀시킴으로써 그것을 사용하는 개인의 주체성을 회복하고, 그들이 만들어낸 다중의 목소리, 현장의 언어를 새롭게 생동하게 하는 시도다.

또한 공공의 영역에서 개인과 집단 차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슬로건을 민주적 행위인 동시에 미학적 실천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이것을 위해 작가는 5·18민주화운동에서 사용됐던 실제 슬로건, 공공적 발언, 그리고 당시 주체들의 증언을 리서치해 현수막과 포스터 등의 형식으로 전시장 내외부에 설치한다.

과거 사건의 생생한 묘사나 서술보다는 재해석과 재편집을 통해 드러난 현장의 언어, 그리고 그 주체들의 기억과 경험의 현재적 차용은 동시대적 맥락 안에서 사회를 추동하는 개인과 집단의 능동적인 사유를 환기하며, 현재를 향한 끊임없는 질문을 촉발한다.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