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뢰사회와 지역발전 최형천 |
| 2018년 10월 14일(일) 18: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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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우리는 해외여행을 갈 때면 적어도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그리고 공항에 따라서는 벨트는 물론 신발까지 벗고 맨발로 검색대를 통과하는 수모를 겪어야 국경을 넘을 수 있다. 이런 불편함은 9·11 테러 직후부터 시작되었다. 탑승객의 안전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확립하지 못 하였기 때문이다. 9·11 테러 이후 항공 절차와 시스템은 보다 엄격해졌고, 항공기의 안전 및 탑승객의 신뢰는 높아졌다. 하지만 보안강화로 인해 여행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게 되었다. 신뢰가 내려가면서 속도가 느려지고 비용은 올라간 것이다. 이렇듯 신뢰는 항상 속도와 비용에 영향을 미친다.
일찍이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교 교수인 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트러스트’에서 한 나라의 경제는 규모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고 문화적 요인이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 문화적 요인이 사회적 자본이며 가장 중요한 덕목이 바로 신뢰다. 그리고 고 신뢰사회가 저비용 사회를 만들며, 반대로 저 신뢰사회는 고비용 사회로 흘러가게 된다고 하였다. 사회의 신뢰도는 경제성장의 바탕이 된다. 고 신뢰사회가 되면 될수록, 신뢰를 확인하는 작업이 줄어들 것이고, 그러므로 더욱 더 안정된 거래,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서로 신뢰하고 함께 일하는 데 능숙한 사람들과의 연대는 행복할 것이다. 그런 기업이 모인 국가라면 신뢰도도 높고 안정적인 나라가 될 것이다. 또한 지연, 혈연, 빈부격차를 떠나 모두가 서로를 신뢰할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살만한 공동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신뢰는 하나의 자산 즉 사회적 자본으로 불리어진다.
한편 스티븐 코비 2세도 개인과 조직, 시장과 사회 전반에 있어서 신뢰 수준이 내려가면 속도도 함께 내려가고 비용은 올라가는 반면, 신뢰 수준이 높아지면 속도는 올라가고 비용은 내려가며, 특히 사람들이 서로 완전하게 신뢰할 때 성장지수는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한다고 보았다. 또한 신뢰란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형성할 수 있고, 즉시 실행 가능하며, 바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유형 자산이라고 주장한다. 오늘날 분열과 냉소, 좌절과 실망의 시대를 사는 우리가 반드시 복원해야 할 절대 가치로 신뢰를 꼽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사회 전체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까?
우선 누구에게나 정보가 공개되고 언제라도 정보에 대한 접근이 가능한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또한 업무의 연속성이 담보되어 예측 가능하여야 한다. 책임자가 교체되었다고 모든 것이 달라지거나 올스톱 된다면 신뢰할 수 없는 사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각 사회 구성원들간의 차별, 차이를 줄이는 일이 급선무가 되어야 하고, 각 구성원들을 하나로 결속케 하는 구심점이 필요할 것이다.
후쿠야마는 그의 책에서 개인주의, 가족주의에 기반을 둔 저 신뢰사회의 특성을 비판하면서 건강한 사회가 되려면 공동체적 연대와 결속의 기술을 터득해야 하며 신뢰는 경제와 사회, 문화를 아우르는 놀라운 가치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에 필요한 개념으로 ‘자발적 사회성’을 언급한다. 자발적 사회성이 그 사회의 신뢰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는 말이다. 특히 지역에서 끊임없이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적 연고주의 즉 학연, 혈연, 지연의 사적인 사회적 자본을 어떻게 공적인 사회적 자본으로 전환시키느냐가 지역발전에 중요한 모티브가 될 것이다.
끝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자본은 민주주의 중요한 요건이기도 하다.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남은 ‘나 홀로 볼링’이란 책에서 제목 그대로 ‘혼자서 볼링을 하게 된 미국인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196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 ‘나 홀로 볼링’을 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미국 사회가 깨진 유리조각처럼 ‘(숱한 개인들의) 원자화’로 파편화가 된 것이다. 요즘 혼밥, 혼술족이 만연하는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현상이다. 그는 개인으로서 ‘시민적 품성’이 아무리 뛰어나도 서로 고립되어 있다면 공동체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주장을 한다. 따라서 사회적 자본으로서 신뢰는 시민의 사회적 참여를 북돋우는 요소일 뿐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핵심이란 것이다.
필자는 우리지역이 갖고 있는 강한 결속력을 바탕으로 내부가 아닌 외부를 지향하고 다양한 계층을 망라한 정체성과 호혜성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간다면 강력한 신뢰사회를 만들 수 있으며, 이것이 지역발전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