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 불편한 선택이 100년의 미래를 바꾼다 이정삼 |
| 2018년 10월 15일(월) 18: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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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 명암이 있듯이 과학기술의 진전으로 탄생한 화학물질과 제품도 개발 당시에는 인류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획기적인 발명으로 칭송받다가 환경과 인류를 파멸로 이끌었다는 오명을 쓰고 사라지곤 한다.
1921년 미국 GM에서 발명한 유연휘발유는 휘발유 자동차의 이상연소(노킹)를 줄이는 획기적인 상품으로 전 세계에 보급되었으나, 납중독에 의한 사상자가 대거 발생하자 미국에서는 1973년에 사용이 금지되었고 우리나라는 그보다 20년이 늦은 1993년에 이용이 금지되었다.
1930년 GM에서 유독성 냉매인 암모니아를 대신해 개발한 프레온가스는 세기적 발명품으로 각광을 받았으나, 오존층 파괴물질로 확인되면서 선진국은 1996년부터, 개도국은 2010년부터 생산과 사용이 전면 중단되었다.
1909년 미국에서 최초로 판매한 플라스틱은 튼튼하고 가벼우며 어떤 형태로도 만들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백년이 지난 지금까지 산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환경과 건강 피해문제가 대두되면서 지구촌이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가 되었다. 자연 상태에서 플라스틱제품이 분해되는 기간은 400-500년, 비닐봉투류는 약 20년이 소요되는데, 국내에서만 1년에 130만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배출되고 있고 세계적으로는 4억t이 넘어섰다. 이로 인해 해양환경 오염은 물론 바다거북, 고래, 새 등 연간 10만 마리 이상의 바다동물이 호흡곤란이나 플라스틱 축적에 따른 영양실조로 죽어가고 있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인 미세플라스틱은 3㎜크기의 물벼룩과 새우에서도 발견되고 있고, 먹이사슬을 따라 우리 식탁위에까지 올라와 건강을 위협하고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사용하는 1회용품으로 인해 아이들의 몸속에는 환경호르몬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세계는 플라스틱과 전쟁을 선포했다. 유럽연합은 2021년까지 플라스틱 빨대사용을 금지하기로 하였으며, 영국은 이보다 빠른 2019년부터 시행하기로 하는 등 세계 여러 나라와 글로벌 기업이 중심이 되어 플라스틱과 1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많은 노력과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4월 수도권 일부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폐비닐 수거중단사태 등 재활용쓰레기 대란이후 유사사태 재발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재활용폐기물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까지 줄이고 재활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들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많은 기업들도 자발적 협약을 통해 1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하고 있다. 광주시에서도 금년 8월부터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 매장 안에서 손님에게 일회용컵을 제공할 경우 업주에게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시 청사에서는 입점한 카페 내의 1회용컵 사용을 금지하고 텀블러 지참시에는 가격을 할인해 주는 등 1회용컵 사용자제를 유도하고 있으며, 우산 비닐커버를 제공하는 대신에 빗물제거기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유연휘발유, 프레온가스의 전례와 같이 이제 플라스틱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 때가 되었다. 그러나 대체상품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리 녹록한 문제는 아니다. 차선책으로 배출량을 줄여나가는 수 밖에….
특히 전체 플라스틱 배출량의 절반에 이르는 1회용품부터 생활속 실천을 통해 줄여나가야 한다.
플라스틱 배출량 감소는 재활용시장과 개인의 생활습관까지 개선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사회가 폐플라스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생산자, 소비자 등 각 주체별 역할과 참여가 강화되어야 한다.
정부는 플라스틱 등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는 생산소비구조를 확립하고 연차별 일회용품 사용금지 예고제, 재정 인센티브 등 행·재정적 제도개선을 모색하고, 지자체는 수거선별 인프라의 지속적인 확대와 함께 시민이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는 시책을 개발해야 한다.
생산자는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억제하는 노력과 함께 빨대가 필요 없는 용기 등 일회용품 대체상품 개발에 주력해야 하고, 소비자는 비닐과 플라스틱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1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폐플라스틱 발생억제에 동참해야 한다.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이용하는 것이 다소 불편할 수 있으나,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의 피해자는 바로 내 아이들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100년 후의 미래세대가 겪을 환경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조금 불편한 선택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