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금의 역사 동화] 3, 이성계와 정도전의 전라도 - 어린 정도전 길을 나서다

2018년 10월 22일(월) 18:50

정도전이 태어날 즈음에 그의 아버지는 고려의 충혜왕 3년에 형부상서의 벼슬을 맡고 있었고 그 즈음에 맏아들인 그가 태어났습니다. 아버지와 이곡의 관계가 인연이 되어 이곡의 아들 이색을 스승으로 모시고 그의 문하에서 공부를 하였습니다.

“비켜라, 이놈들아.”

“장군께서 행차를 하신다는데, 이놈들이 썩 길을 비키라는 말이 들리지 않는가 보구나.”

군사들은 소년들이 쌓고 있는 성을 보면서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대로 길을 향해 가려는지 속도를 조금도 줄이지 않고 말을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멈추시오. 멈추시오.”

그때 어디선가 소년 정도전이 달려와 길을 막았습니다.

“이런, 어린놈이 감히 장군의 행차를 막다니…”

“사람이 성을 피해 가야지. 한나라의 장군께서 이 무슨 행패입니까?”

“허··· 행패라, 저 어린놈을 봤나.”

말위에서 임견미란 자가 거만하게 수염을 쓰다듬으며 코웃음을 쳤습니다.

“뭐라구? 이런 맹랑한 어린 녀석을 봤나? 저 못된 놈이 누구의 자식이더냐.”

당시 고려 최고의 실력자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던 장군 임견미는 화가 잔뜩 나서 아이들이 쌓아 놓은 성을 피해 정운경의 집을 향해 갔습니다.

“이곳에 참으로 대단한 어린아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아드님의 이름이 정도전이라지요?”

임견미로부터 말을 전해들은 아버지 정운경은 잠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분을 억누르던 임견미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져 밤이 되자 아버지 정운경은 아들 도전을 불러 앉혔습니다.

“사람은 때로 자신의 의견을 굽힐 줄도 알아야 하느니라.”

“아버님! 말씀드렸지만 저희들이 잘못한 일이 하나도 없고 오히려 제가 막아내지 않았으면 군사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성을 부수고 지나갔을 것입니다.”

아버지 정운경은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들 정도전이 예사롭지 않은 아이라는 것을 진즉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오늘일은 참으로 두려운 마음이든 것입니다.

‘이 아이가 많이 자랐구나. 자신의 생각에 대한 표현도,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도 깊고…’

아버지 정운경은 아들이 남다르다는 것을 일찍이 알고는 있었지만 이제 자신이 직접 아들을 가르친다는 것에 한계를 느꼈습니다.

‘이제 서둘러 훌륭한 스승을 만나게 해주지 않으면 안 되겠다.’

정도전은 아버지의 주선으로 그 당시 최고의 유학자였던 이색을 스승으로 만나 성리학을 공부했습니다. 어린 정도전의 학문과 문장은 점점 높아갔습니다.

“장안의 이름깨나 있는 벼슬아치들의 자녀 중 도전처럼 학문의 이치를 빨리 터득한 아이는 일찍이 보지 못했다.”

스승 이색도 그 많은 제자 중 단연 뛰어난 정도전의 학문과 문장에 대해서 놀라워했습니다.

“도전이는 오늘도 종일 저렇게 책을 보고 있는 것이오?”

아내 우 씨가 바느질 하는 것을 지켜보던 정운경이 책장을 덮고 물었습니다.

“예. 오늘도 밥 먹는 것 외에는 그저 저렇게 책상에 앉아 책장만 넘기고 있습니다.”

“학문의 경지가 깊어가고 있는 것을 보니 고마운 일이나 건강을 상할까 싶소.”

아버지 운경은 아들 도전이 이미 장안의 내로라하는 사대부 자제들 중 학문의 경지가 가장 깊고 뛰어나다는 것을 도전의 스승 이색을 통해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도전은 학문도 뛰어나지만 이미 그 마음에 세상의 이치와 사리가 분명합니다. 그러하니 이제는 스승없이 스스로 공부해도 충분 합니다.”

“아닙니다. 너무나 부족한 아이입니다. 고명하신 스승님의 훈육을 더 받아야 합니다. 부디 제 아들을 물리치지 말아 주소서.”

스승 이색은 부드럽게 권유했지만 아버지 정운경은 단호했습니다.

“이 아이는 특별한 아이입니다. 이제 학문 보다는 이 나라 이 땅을 두루 돌면서 고통받는 백성들을 직접 만나보고 느끼게 해주는 그런 과업을 맡겼으면 합니다.”

정도전을 아직 어린아이로만 생각을 해왔던 아버지 정운경으로서는 스승 이색의 제안이 너무나 놀랍고 가슴 떨리는 일이었지만 언젠가는 스승님을 믿고 아들에게 그 일을 권유 맡기기로 했습니다.

“지금이 그 때인가.”

아버지 운경은 스승 이색의 권유를 이제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정운경은 아내에게 아들 도전의 여행길 행장을 꾸리도록 하였습니다.

“그런 여행이라면 저도 얼마 전 스승님께 권유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 떠나거라. 네가 이번 여행길에서 세상을 더 많이 배우고 올 수 있을 줄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