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금의 역사 동화] 5, 이성계와 정도전의 전라도 - 균전론을 짓다

2018년 10월 24일(수) 18:42

/그림:선성경

“하하하! 여섯 달이나 세상을 떠돌면서 얼마나 많은 세상공부를 하셨는가?”

“이런, 얼굴이 새까맣게 타서 누가 보면 시골에서 농사짓는 백성이라 하겠소 그려”

정몽주와 하륜은 정도전이 없는 사이에 배웠던 시와 학문을 논했습니다.

“하하하! 아니 아우님께서는 이제 학문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모습이구려.”

형님으로 모시며 함께 수학했던 정몽주는 그동안의 학문에 대해서 정도전이 많은 관심을 가져 줄 것으로 기대하며 달려 왔는데 정도전의 머릿속에는 오직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들의 모습만 가득했습니다.

‘지금의 토지를 개혁하지 않으면 고려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여섯 달 만에 개경으로 돌아온 정도전은 ‘균전론’을 짓기 시작 했습니다. 균전론은 권문세가들의 토지겸병과 농지 확대를 없애고 균등하게 분배하기 위한 제도였습니다. 정도전은 토지는 농사짓는 백성들에게 나눠주어야 한다는 너무나 절박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하하. 아직 나이 어린 자네가 균전론을 지었다는 말이 있어서 내 먼 길을 왔으니 그것을 좀 보여 주게나.”

항상 오만한 모습이던 이인임이 어린 도전에게 허리까지 숙여가며 균전론을 보자고 했습니다.

‘내가 균전론을 지은 것을 정몽주나 하륜 정도의 친구들만 아는데 이 자가 어찌…’

정도전은 몹시 떨떠름했습니다. 고려 최고의 권력자로 워낙 벼슬도 높고 나이도 많은 이인임인지라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아 ! 내 잠시 이것을 빌려 가겠네.”

“아, 아닙니다. 너무나 졸작이라…”

그러나 이미 소매 안에 책을 넣고 뒤도 안보고 떠나는 이인임이었습니다.

이인임이 그 책을 가지고 여기저기 필사를 해서 개경에서 그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습니다.

아버지 정운경도 그 소문을 듣고 아들을 불러 앉혔습니다.

“나는 항상 네가 백성들을 걱정하는 보고 그것을 기쁨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번 일은 참으로 위험한 일을 했다.”

“아버님 제가 어리다고 나라의 잘못을 보고만 있어야 합니까?”

“아직 나이 어린 네가 섣부르게 행동하여 화가 미칠까 염려되어 그러니 각별히 주의하여라.”

과연 아버지 정운경의 염려가 틀리지 않았습니다.

벼슬아치들이 그를 사헌부에 고발을 했고 도전은 사헌부로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이런 어린 녀석이 감히 국가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을 해?”

사헌부에서는 그가 아직 열여덟이라는 사실에 놀라워했습니다.

“너의 주장은 벼슬아치들의 토지를 뺏어서 백성들에게 나눠 주어야 한다는 말이렷다.”

“토지는 농사짓는 백성들 것이어야 합니다.”

“이것을 네가 썼을 리가 없다. 누가 쓰라고 했느냐? 네 아비 정운경이냐. 네 스승이냐? 말해”

“맹세코 소인이···, 제가···, 제가 그냥 썼습니다.”

“이 녀석이 어디서 거짓을 고하느냐. 바른대로 이실직고 하렸다.”

혹독한 매질이 정도전의 몸을 피투성이로 만들었지만 정도전은 조금도 굽히지 않았습니다.

“고려는 이 제도를 고치지 않으면 백성은 굶어 죽고 국가는 점점 재정이 궁핍해집니다.”

정도는 곤장을 맞으면서도 소리를 질러가며 관리들에게 항의를 했습니다.

“이런 놈을 봤나. 어린놈이 뭘 안다고 나라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게냐?”

“저 어린놈이 입을 놀리지 못하도록 매우 쳐라.”

“으아악~”

“에잇, 지독한 놈같으니라구. 저 놈을 옥에 다시 가두어라. 내일 다시 조사하겠노라.”

정도전은 사헌부의 혹독한 조사를 받고 열흘이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혹독한 매질로 온 몸을 가누지 못하고 피범벅이 된 정도전이었지만 오히려 정신만은 명료했습니다.

‘토지는 권세가의 것이 아니라 농사짓는 백성의 것이어야 한다.’

그날 밤 정몽주와 하륜이 정도전을 위로하기 위해 가지고 온 술을 따르자 도전이 물었습니다.

“웬일로 이리 발걸음을 하셨습니까?”

“삼봉, 언제까지 이렇게 초야에 묻혀 있을 셈인가?”

“언젠가는 조정에 나아갈 날이 있겠지요.”

“삼봉 같은 인재가 이 나라에는 꼭 필요해. 어서 과거를 보게나.”

“그래야지요, 형님 어서 과거를 보시고 나랏일을 보셔야 합니다.”

친 동기간 같은 정몽주와 하륜의 진심어린 권유에 정도전도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미 과거에 급제하여 조정의 일을 보고 있는 정몽주는 간곡한 어조로 권유를 했습니다.

“오늘 함주에서 이성계 장군이 왕을 알현하고 가셨소.”

조정에서 일을 하는 정몽주의 말에 모두가 다음 말을 기다리느라 조용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