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금의 역사 동화] 6, 이성계와 정도전의 전라도 - 원나라의 멸망을 예견하다

2018년 10월 25일(목) 19:24

/그림:선성경

“왕께서 은밀히 부르신 것 같소.”

“지난번 홍건적의 난리 때도 이성계 장군이 급히 군사를 일으켰기 망정이지 조정이 완전히 저들의 수중에 들어 갈 뻔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게 말이오.”

“참으로 큰일 날 뻔 했지요.”

“이성계 장군께서 그렇게 난을 막은 후로 왕께서 더욱 신임을 하는 것 같습니다.”

“당연한 일 아니겠소마는 그러나 저러나 큰일이오.”

“왜요? 어찌 그리 달가 형님께서는 걱정이 크십니까?”

“왕께서는 이제 떠오르는 명나라의 손을 잡고 이 고려 나라를 개혁하고 싶어 하시는데 조정의 많은 대신들은 원나라와 너무 깊이 결탁이 되어 있어서 참으로 문제가 크오.”

“왕께서 이번에 썩어빠진 조정 대신들을 확 엎어버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너무 힘이 없어. 다 들 원나라와 한 패거리들이야.”

공녀로 갔던 기황후가 원나라에서 이제 태자까지 낳아 그의 오라비 기철 일당이 원나라 태자의 외삼촌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기철 일당은 물론 고려에 기 씨 성을 가진 그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고 있는 상황이었고 고려의 왕과 왕실을 자신들의 발아래로 보고 있었습니다.

“이인임이라는 자가 문제입니다.”

“그러게 말이야. 이렇게 오래도록 이인임 일파가 조정의 실권을 틀어쥐고 있으니…”

“기 황후를 등에 업은 기철 일당들과 함께 원나라가 동맹을 맺고 있으니 큰 문제입니다.”

“그러나 저러나 원나라가 그리 쉽게 망할까요? 형님…”

“그래도 원나라가 망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륜과 정몽주는 거의 현재의 고려 왕실과 조정을 체념하고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형님, 두고 보십시오. 원나라는 망합니다. 반드시 주원장이 새로운 나라를 일으킬 것입니다.”

“원나라가 망하다니 아니 이 사람 그처럼 큰 대국이 어찌 하루아침에 망한다는 말인가?”

“강남에서 진우량과 장사성이 일어나고 주원장도 지금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내 진우량이나 한림아 장사성의 이름은 들었어도 주원장은 처음인데 그가 대체 누구인가?”

“주원장은 한림아 밑에 있는 자인데 강남에서 민심을 크게 얻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마도 고려 조정은 이제 주원장 그를 가장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원나라는 반드시 망합니다.”

정도전은 정몽주를 바라보며 확신에 찬 어조로 원나라의 멸망을 예견했습니다. 조목조목 그 이유를 밝히는 정도전의 눈빛은 이전에 없이 이글거렸습니다.

“허허. 조정에 있는 우리도 모르는 일을 일개 농사꾼인 자네가 더 잘 알고 있구만.”

“놀리지 마십시오. 달가 형님. 그렇다는 이야기지요. 그러나 저러나 이럴 때 우리 고려도 군대를 양병하여 만약의 사태에 대비를 잘해야 합니다. 아! 고려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이성계 장군 같은 이가 몇 명만 더 있어도 이럴 때 우리도 위로 밀고 들어가는 것인데···.”

정도전이 탄식을 하자 정몽주도 정도전의 말에 수긍 한다는 듯이 깊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형님, 그리만 되면 우리는 원나라에 조공을 바치지 않아도 되겠군요.”

하륜이 침묵을 깨고 한마디를 거들었습니다.

“그렇지, 그렇게만 되면 이제 우리는 요동을 치고 우리의 옛 영토를 되찾아야지.”

정몽주는 말없이 정도전을 바라보며 새삼 그의 식견에 대해 감탄을 했습니다.

“도전 아우가 언제 저토록 세상을 꿰뚫어 보는 안목을 가졌더란 말인가? 앞으로도 계속 삼봉아우와 내가 바라보는 하늘이 같았으면 좋겠구나.”

“목구멍에 풀칠은 해야겠기에 땔나무를 해다가 예성강가에 가서 땔나무를 파시는 것 형님도 잘 아시쟎습니까? 거기에 드나드는 원나라 장사꾼들의 말들이 모두 비슷비슷 합니다 형님, 모두 거기에서 듣는 소식들이지 제가 뭘 얼마나 더 알겠습니까?”

“허허···. 앉아서 구만리를 본다더니 그래서 대륙 사정에 훤하였구만.”

“원나라의 쌍성도 위태롭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리면 우리가 원나라에게 조공 바칠 일이 없어진다는 말이지요.”

고려는 여전히 굶어 죽는 이가 많아져가고 백성들의 탄식 속에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정도전의 귀에 다시 이성계가 급히 공민왕을 알현하고 갔다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렇다면?”

정도전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성계 장군을 왕이 은밀히 불렀다면 무슨 큰 사건을 앞에 두고 있다는 일이 분명하다.”

하도 이 곳 저곳에서 많은 오랑캐들이 빈번하게 고려를 넘보았기에 이제 어지간한 난리는 난리로 생각하지도 않는 고려조정 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래 맞다. 이번에는 난리가 보통난리가 아닌 것이다. 그러니 왕이 이성계 장군을 부르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