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감 문설희 시

2018년 10월 29일(월) 18:35

늦가을
아름드리 늙은 감나무 아래서
볼 붉은 감을 바라본다
햇볕과 바람이 수없이 만져서
새파란 감이 저리 붉어졌나

사람도 만지고 만지면
서로가 원하는 모습이 되는 것을
우리들 다친 마음도 방치하지 않고
만지고 만져야 하는 것을
부딪쳐 파랗게 멍든 마음 매만져

짚으로 이엉을 엮어 새집을 짓듯
진흙을 매만져 도자기를 굽듯
우리들 서로 상한 마음 만지고 만지면
가을 하늘 감처럼 고운 빛깔 될까


<해설> 가을 붉은 감은 마음마저 풍요롭게 한다. 봄날 하얀 감꽃이 떨어지면 가지 끝에 파랗고 작은 열매가 맺힌다. 그리고 점차 자라서 한여름 뜨거운 햇볕을 받아 붉게 익어간다. 파아란 하늘과 대조돼 더욱 붉어지는 감은 햇볕과 바람이 수없이 만져서 만들어진 것이다. 모든 게 정성이 어우러져야 감처럼 예쁘게 익어간다.
<약력> 장흥 출생, 2009년 ‘문학예술’등단, 시집 ‘노을을 팝니다’, ‘느린 걸음이라도 가다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