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금의 역사 동화] 10, 이성계와 정도전의 전라도 - 두 번째 만남

2018년 11월 05일(월) 18:45

/그림:선성경

대궐을 나온 이성계는 원나라를 등에 업고 날뛰는 고려의 세도가들의 횡포에 치를 떨던 공민왕의 심정을 오늘은 더욱 절절하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스승님의 문하에서 수학하는 이들은 얼마나 반듯한 고려의 충신들인가?”

당시 뜻있는 고려명문가의 자녀들은 모두가 이색의 문하에서 수학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성계처럼 변방에 사는 이들은 이처럼 개경에 들릴 때 마다 며칠간이나마 그와 교류하며 가르침을 받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겼습니다.

“아니, 이 누구신가?”

스승 이색은 여러 젊은 선비들과 차를 나누고 있다가 이성계를 반가이 맞았습니다.

“인사들 나누시오. 이쪽은 동북면도지휘사 이성계 장군일세.”

“이 얼마만 입니까?”

정몽주와 하륜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허어, 여전 하십니다.”

방안에 있던 일행 모두는 서로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지만 그중 가장 젊어 보이는 관리차림의 사내는 이성계가 처음 보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렇지, 다들 아는 사이지만 이 두 사람은 처음인 게로군.”

“통래문지후 정도전입니다.”

동북면도지휘사인 이성계는 정3품 이상이라 벼슬이 정도전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아! 정도전…. 그럼 아주 오래 전…. 그때의…. 그….”

정도전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오래전 처음 아버지를 따라 개경에 올라와 저자거리에서 돌무더기 성을 쌓아놓고 놀던 아이들의 일이 비로소 생각이 났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돌진하던 어른에게 조목조목 반박하던 그 아이 정도전의 이름, 그 아이를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대가 문명 높은 삼봉 선생이시구려. 고명은 익히 들었으나 만나게 되어 반갑소이다.”

이성계는 뜻밖에 아주 겸손하게 인사를 받았습니다.

“고려 최고의 무장이라 험상궂게 생기신 줄로 생각해 왔는데 문신과 다를 바가 없으십니다.”

정도전도 말로만 듣고 멀 발 치에서만 보던 이성계 장군이 생각보다 겸손하고 다감한 성품이라 여겨져 예는 갖추되 편안한 마음으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 말씀 진실이오? 하하하.”

이성계 또 한 정도전의 말이 무례하게만은 들리지 않아서 유쾌한 웃음으로 정도전의 손을 맞잡아주었습니다.

“이런, 이런. 정도전 아우가 오늘 좀 심하구만. 하하하···.”

“아니 고려의 무장은 모두 우락부락하게 생겨야만 되는 것인가?”

정도전의 말에 모두 웃고 말았지만 이성계는 오래전의 그 어린아이의 모습이 생각이 나서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무장이시지만 참으로 온화한 눈빛과 자애로운 음성이시옵니다.”

“이런 우리 삼봉 선생께서 그리 여겨주시니 고마운 일이오.”

“자. 자. 앉아서 이야기 하십시다. 이런 내 온 차가 식습니다. 그려···.”

어느덧 방안에는 화기로운 분위기가 무르익어 갔습니다.

“홍건적을 치는데 장군의 활약이 눈부시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스승님과는 언제부터 교분을 가지셨습니까?”

정도전이 한참 어리다고는 하나 주저 없이 질문을 하는데도 이성계는 그저 빙긋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오랜 세월동안이었지만 하도 전쟁을 많이 치르다 보니 어쩔 때는 함주에서 전라도 가는 길에 잠깐 인사만 드리고 가는 일들이 많았소이다. 전세가 급박하여 그도 아니 될 때는 그저 전령을 통해 문안을 여쭙는 글만 올리고 가는 그런 정도였소이다.”

“그러셨는데도 아주 오래 된 스승님과 제자처럼 도타운 정으로 맺어진 듯 하여 감히 여쭈었습니다. 무례를 용서 하시지요.”

정도전은 다시 한 번 이성계를 바라보며 깊이 고개를 조아리며 한마디를 더 하였습니다.

“장군께서는 무장이시나 참으로 학문 또한 깊은 듯 하옵니다.”

“들판에서 야인들과 활이나 쏘며 지내다가 도성으로 올라오게 되니 학문이 높은 스승을 사모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틈틈이 찾아뵙고 유학을 배우고 있습니다.”

정도전의 눈빛과 이성계의 눈빛이 번쩍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유학을 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