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 선생의 역경 강좌] (98) 육십사괘 해설 : 22. 산화비(山火賁) 下 ‘비여파여 백마한여(육사), 비우구원 속백잔잔(육오), 백비 무구(상구)’ <賁如皤如 白馬翰如, 賁于丘園 束帛戔戔, 白賁 无咎> 동인주역명리학당(062-654-4272)

2018년 11월 12일(월) 18:03

비괘(賁卦)의 사효는 ‘비여파여 백마한여 비구혼구’(賁如皤如 白馬翰如 匪寇婚媾)’다. 즉, ‘꾸밈이 하얀 것과 같고 흰말의 날개와 같으니 도적이 아니고 혼인을 구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비여’(賁如)는 장식하는 것이고 ‘파여’(皤如)는 하얀 것으로 장식하는 것과 같다는 것으로 아직 염색하지 않은 것이니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자질이다. 그래서 아직 장식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인데 장식할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질주하는 말처럼, 백마의 하얀 날개처럼 날아가는 것처럼 빨리 장식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육사는 무엇을 장식하는가? 육사의 음(陰)인 유(柔)로 응효(應爻) 초구의 양(陽)인 강(剛)을 장식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비효(比爻)인 구삼이 초구와의 사이를 막고 있다. 그러나 구삼이 육사와 친비(親比)하려는 것은 음양(陰陽)이 친비(親比)해 혼구(婚媾)하려는 것이지 결코 도적이 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끝내는 허물이 없다. 여기서 마(馬)는 비괘의 호괘 3,4,5효에 진괘(震卦)의 상이고 백마의 백(白)과 파여의 파(皤)는‘희다’는 의미로서 이괘(離卦)의 2,3,4의 손(巽)의 상에서 취했다.

점해 육사를 얻으면 분수 이외의 일, 자기 실력 이상의 일을 하지 말아야 하고 자랑하는 태도로 나아가면 예상 외로 실패한다. 타인의 권유를 받아 쉽게 따라갈 우려가 있으나 마음을 고치고 자기 본분 본업에 충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육사는 초구와 정응(正應)하고 구삼과 친비(親比)해 거래, 사업, 지망하는 일에 있어 마음이 둘로 나눠지는 일이 많으나 본업에 충실하고 마음을 바꾸지 말아야 한다. 혼인도 하나의 혼사가 진행 도중에 더 유리한 조건인 상대가 나와 망설여지나 원래의 마음을 바꾸지 말고 성사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잉태는 순산하기는 어렵고 산욕열 등을 대비해야 한다. 기다리는 것은 도중에 문제가 있어 늦어지지만 종국에는 올 것이고 가출인은 이성문제로 가출했고 돌아올 의지는 없으며 유서 등의 서신이 있을 수 있다. 분실물은 태양이 두 개가 변괘에 떠 있으니 내일 나타날 것으로 본다. 병은 점차 증상이 악화되어가니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날씨는 더위가 지속되고 가물 수 있으며 운기, 이전, 여행 등에서 화난(火難)을 주의해야 한다.

육오의 효사는 ‘비우구원 속백잔잔린 종길’(賁于丘園 束帛戔殘吝 終吉)이다. 즉, ‘언덕 위 동산을 꾸민다. 들어오는 예물이 부족해 곤란하지만 마침내 길하다’는 뜻이다. ‘비우구원’(賁于丘園)은 언덕이나 정원을 꾸미는 것으로 언덕 정원에 씨를 뿌리고 심어 자연이 준 물건을 길러서 장식하는 것이다. ‘속백잔잔’(束帛戔殘)은 결혼할 때 폐백단지 받은 때 폐백묵음이 작은 것을 말한다. 전자(前者)는 하늘로부터 받은 것을 생육시켜 꾸미는 천하의 장식이기 때문에 길이고 후자(後者)는 사람의 욕심이나 욕망을 가지고 기쁜 것을 장식하는 것은 인위적인 것이 돼 많고 적음은 문제가 되지 않고 진정한 장식이 아닌 것이다. 상전(象傳)에서는 이를 기쁨이 있다고 해 ‘유희야’(有喜也)라 했다. [실점예]에서 조선시대 남명 조식 선생이 출사(出仕)을 요청받고 점해 비괘(賁卦) 오효를 얻고 효사에 ‘속백잔잔’이라 했으니 벼슬도 보수도 낮은 하위직이어서 출사하지 않고 학문으로 사람을 기르고 밭에 씨 뿌리고 살았다. 소강절 선생은 소년이 남쪽에서 기쁜 빛을 띠고 걸어오니 매화역수로 괘를 내 비괘 육오를 얻자 ‘소년은 며칠 내에 혼인해 가정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해 역시 그러했다. 장사하는 사람이 육오를 얻으면 역시 큰 돈은 못 벌어도 적은 돈은 번다.

점해 육오를 얻으면 허비를 줄이고 절약하는 방식을 취하고 내실을 기해야 한다. 보수는 적어도 노력은 헛되지 않고 기쁨이 있다. 사업, 거래, 교섭, 담판 등에서는 외면을 꾸미지 말고 권모술수를 쓰지 않고 진행하면 이뤄지나 다소 노력에 비해 결실은 적은 편이다. 혼인은 근처에 있는 사람 중에서 고르는 것이 좋고 소박하게 추진하면 이뤄진다. 잉태는 순산(順産)으로 집안에 기쁨이 있다. 기다리는 사람과 가출인은 돌아오고 분실물은 집안에서 발견된다. 여행과 이전도 가능하다. 병은 흉부에 고통을 동반하고 한열(寒熱)이 왕래 교차하거나 식욕이 없고 병세는 점차 악화돼 간다. 효사에 ‘구원’(丘園)은 꾸미는 것으로 묘를 꾸민다는 뜻도 있어 병점에서는 불길하다. 날씨는 해가 떠 있으나 바람이 분다.

비괘 상구의 효사는 ‘백비 무구’(白賁 无咎)다. 즉 ‘하얗게 꾸미면 허물이 없다’는 뜻이다. 비괘 육오는 언덕이지만 상효는 외괘 간산의 주효로서 산꼭대기다. 산꼭대기에 장식하는 일은 별로 없다. 문화문식(文化文飾)은 도시에 있는 것이고 산꼭대기에는 장식해야 하는 물건이 별로 없어 장식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는 장식을 안 하는 것이 장식하는 것 보다 더 좋은 장식이다는 의미이다. 이를 바로 ‘백비’(白賁)라 했다. 예컨대 학문과 덕을 갖춘 깨우친 사람은 세상의 영욕에 마음을 쓸 일이 없어서 장식할 일도 없고 그래서 초조하지 않게 살아가는 이치와 같다. 초구는 다리를 장식하는 것이고 육오는 하늘이 준 자연을 장식하며, 상구는 아무 것도 꾸미지 않는 것을 장식이라 하고 있다. 이는 신선(神仙)의 심경(心境)이다. ‘물건이 극(極)에 도달하면 변한다’는 이치에 따라 상효의 극에 도달한 비(賁)가 무식(無飾)하게 변하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이를 상전(象傳)에서는 ‘상득지야’(上得志也)’라 해 장식하는 것이 상구에 이르러서 진실로 얻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를 길(吉)하다고 말하지 않고 무구(无咎)라 했다. 그 이유는 평균인이 살아가는 일반사회에서는 꾸미지 않는 백비(白賁)는 길(吉)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신선이나 도인이 사는 세계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백비는 있는 그대로 꾸미지 않는 것이 좋고 산속에서 사는 도를 닦는 사람이면 좋다.

[실점예]에서 경찰서에서 조서를 꾸미고 있는 사람이 상구가 나오자 조서를 화려하게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진실 되게 몇 자 쓰고 무혐의 처분 받고 나왔다. 모인이 병들어 병점을 쳐 상구를 얻어 백비는 흰옷으로 꾸미는 것이니 상복을 입는다는 것이 되니 곧 죽을 것으로 예단해 그러했다. 승진점에서는 상구를 얻어 ‘위에서 뜻을 얻는다’는 상득지야(上得志也)라 했으니 승진했다. 서죽을 들어 상구를 얻으면 화려하게 꾸미지 말고 있는 그대로 진실되게 하는 것이 좋다. 비괘의 상효까지 올라와 다음 괘인 산지박(山地剝)을 만나게 되니 과욕을 부리지 말고 그만두는 것이 좋고 화려한 것을 수수하게 방향을 전환하고 물러서는 것이 상책이다. 따라서 사업, 거래, 교섭 등은 나서야 할 때를 놓친 격이니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고 실권이 없는 이름뿐인 지위로 밀러 망하는 일이 있다. 정신적인 것은 길하나 물질적인 것은 흉하다. 이전, 여행, 개업, 신축 등 바라는 바도 일단 보류해야 한다. 혼인은 진행되는 혼사가 성사될 수 있으나 결혼 후가 좋지 않으므로 보류하는 것이 마땅하고 잉태는 유산의 우려가 있고 임산(臨産)에 어려움이 있다.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고 가출인은 멀리 나가 행적을 모르며 목숨이 위험할 수 있고 분실물은 찾기 힘들다. 병은 뇌졸중 등 머리에 이상이 있고 객혈 등으로 생명이 위독하다. 날씨는 점차 흐려져 간다.

[실점예]에서 비괘 3효가 동했다면 상으로 봐 간산(艮山) 아래 여자가 누워있는 모습이고 빈괘(賓卦)로 보면 화뢰서합이 돼 배 안에 이물질 독이 들어 있으니 맹장, 식중독 등이다. 직업을 선택하는 점에서 비괘는 농사, 정원사 등이 좋고 꾸미는 일이 맞다. 산화비괘에서는 2효까지는 꾸미는 것이 좋으나 나머지 효를 만나면 꾸미지 않는 것이 좋다. /동인주역명리학당(062-654-4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