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금의 역사 동화] 14, 이성계와 정도전의 전라도 - 조국의 멸망을 차마 못 본체 할 수 없어

2018년 11월 12일(월) 18:20

/그림:선성경

왜구와 오랑캐들의 출몰로 나라는 여전히 어지러웠지만 이성계는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보게, 이번에도 이성계 장군께서 왜구를 크게 물리쳤다하지 않은가?”

“그러게, 이제 우리도 고향으로 돌아가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네 그려”

“어서가세, 어서가세···”

“다시는 못 갈 줄 알았는데 고향으로 갈수가 있게 되다니 아이구 감사합니다.”

“이성계 장군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백성들은 입을 모아 이성계를 칭송 했습니다.

공민왕은 나라가 조금 평안해지자 여세를 몰아 원나라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가장 먼저 기황후를 등에 업은 기철 일당을 숙청했습니다.

“원나라 복색과 길게 늘어뜨린 머리를 금지하라. 고려의 왕권강화를 위해 개혁을 단행 한다.”

공민왕의 강한 개혁정책에 많은 백성이 환호했지만 이인임 등 친원파 세력의 저항은 너무나 거세었습니다.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이성계의 승전보만이 과인의 큰 위안이로다.”

강하게 저항하는 이인임 등에 맞서 비로소 반원자주정책과 왕권강화를 추진하던 공민왕은 다시 지난날의 명민한 왕으로 돌아온 듯 싶었습니다.

“굶어죽은 백성들의 가족을 위로하고 그들의 가족들을 돌보라.”

“백성들에게 농사지을 땅을 주고 세금을 가벼이 하라.”

그의 정책은 모두 권세가들에게 수탈당한 백성을 위한 것들로 비로소 백성들을 안도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것은 아주 잠시였습니다. 아내인 노국대장공주가 죽자 젊을 적의 패기가 사라지고 술과 향락에 젖어 헤어날 줄을 몰랐습니다.

“모든 것을 신돈에게 맡기노라.”

승려 신돈은 신진 사대부들과 함께 부패한 권세가들에 맞서 고려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데 전념했습니다. 그러나 고려의 모든 것을 한 손에 쥐자 그도 차츰 부패한 승려로 변해갔습니다.

“아이고 이제 신돈 저놈이 왕이나 된 것 같네···”

“나라가 아주 망해가고 있어요.”

참으로 뒤숭숭한 고려조정이었습니다. 그즈음 공민왕의 죽음이 조금씩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많은 백성들이 공민왕이 자객에 의해 시해되었다는 소문을 믿고 나라는 흉흉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정도전은 공민왕의 죽음을 명나라에 고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명나라를 배척하고 망해가는 원나라를 가까이하는 것은 공민왕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오.”

그러나 정도전을 미워했던 이인임은 오히려 정도전에게 올가미를 씌우기 위해 원나라에서 오는 사신을 영접하는 일을 명했습니다.

“내가 마땅히 원나라 사신의 목을 베어 올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명나라에 묶어 보내겠다.”

이인임은 정도전이 어리지만 참으로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자를 조정에 그냥 놔두었다가는 큰 화가 미치겠다.”

이인임 일파는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회유책을 썼지만 여전히 정도전이 강력한 반발을 하자 정도전을 나주 땅 거평 부곡 소재동이라는 곳으로 유배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정도전이 귀양에 처해지자 그를 아끼는 고려의 조정대신들과 개경의 많은 사대부들이 안타까워했습니다.

“허어, 그래도 바른 말 할 줄 아는 고려의 몇 안 되는 기개 있는 관리였는데…”

귀양을 가기 위해 짐을 싸는 정도전의 집에 온 친지들이 만류를 했습니다.

“비키시오. 한 시가 급하오. 귀양을 가더라도 나의 뜻은 굽힐 수 없소이다.”

“조금만 기다려 보시오. 무엇이 그리 급하오?”

친지들과 염흥방의 간곡한 만류에도 그는 오히려 곧바로 말위에 올라 유배지를 향했습니다.

“지금 왕명이 떨어졌는데 어찌 공의 말 때문에 내가 가지 않겠습니까?”

조국의 멸망을 차마 못 본체 할 수 없어

충의의 심장은 찢어지고 대궐문 손수 밀고 들어가 임금 앞에서 언성 높여 간 했다네/

예부터 사람은 누구나 한번 죽을 목숨이니 구차하게 살고 싶은 마음 추호도 없도다.

시 한수를 읊고 나서 급히 말을 달려 나갔습니다.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겠다’며 귀양지로 향하는 정도전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를 아끼는 많은 이들이 오히려 탄식을 했습니다.

“저, 저! 저 대쪽 같이 곧기만 한 성격을 어찌 하나···.”

“허어! 이를 어찌할꼬. 고려나라도 이제는 저물어 가나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