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민주주의학교 제1강 함세웅 신부 ‘김근태의 삶과 사상’ “인권증진 앞장 ‘제2의 김근태’ 나와야” 정부 제 역할 못할 때 시민이 나서는 게 ‘김근태 정신’ 현실에서 아름다운 미래 견인하는게 학교 존재 이유 고난 광주정신 승화시키고 기쁨·감동 주는 기틀돼야 정리=임채만 기자

2018년 11월 18일(일) 19:27

1970-1980년대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한국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섰던 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삶과 사상을 기리는 ‘김근태민주주의학교’ 개강식 및 제1강이 18일 오후 광주시의회 예결위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첫 강좌는 함세웅 신부의 ‘김근태의 삶과 사상’이란 주제로 강연이 진행됐다./김애리 기자

김근태민주주의학교를 개강하고 첫 번째 만남인데 강좌 제목이 삶과 사상이다. 각자 삶, 나의 삶과 나의 사상을 재점검하는 광주의 삶과 사상, 정신을 점검하고 종합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김 의원이 돌아가실 때 장례미사 봉헌했는 데 고문당하신 분들을 위해 치유하는 일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명동성당 봉헌미사할 때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김근태 의원이 돌아가신 후 김근태 기념 치유센터 ‘숨’을 만들었는데 이는 김근태 사상과 삶을 조명하는 단면이다.

고문당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2천년 전 예수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고, 어머니가 이를 지켜보는 데 산고의 고통과 다를 바 없다.

이는 공감, 공감이입이라고 하는데 이를 지니는 것이 인간이다. 저는 신앙인으로서 2천년 전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고통이 지금도 여전히 지속되고, 반복되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김근태 의원과 앞에서 만났던 모든 고문당했던 분들은 이 시대에 우리를 깨우는 또 다른 순교자, 예수 그리스도, 부처님으로 접근해야 한다.

김근태 학교의 존재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과거를 과거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현실로 이끌어내고, 현실에서 아름다운 미래를 이끌어가야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광주에서 김근태민주주의학교를 처음 열었는데 광주의 역사적 의미와 역사적 소명을 생각하고, 다시 김근태 의원과 함께 해야 한다고 본다.

광주에서는 상징적인 분들, 인권에 앞장선 분들과 김근태 의원을 신학·종교적 의미로 해석할 때 더 많은 김근태가 나와야 한다. 이 학교 개설의 의미다.

저는 현장에서 은퇴해 개인적으로 미사 봉헌, 기도하는데 오늘 미사할 때 오후에 모일 사랑하는 광주 동지를 생각하며 기도를 했다. 늘 이렇게 우리 안에 김근태 의원을 재현하며 나 자신과 가정과 공동체, 사회 등을 더 아름답게 정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김 의원을 처음 만난 건 1982년 직전까지 유신체제에서 은거 생활, 도피 생활할 때다.

1982년께 김근태 의원이 수배에서 해제되고 자유롭게 생활할 때 만났는데, 동료들과 이분이 민주화운동 청년연합회를 만든다고 들었다. 저는 그 생각에 동의했는데 장소가 없다고 해 서울 돈암동 상지회관에 장소를 빌렸다. 그 곳에서 1983년 민주청년연합회가 결성됐다. 전두환 시절 전두환과 대결하면서 청년의 이름으로 모인 최초 모임이다. 저는 사제이기 때문에 상징적으로 불려다녔지만 고통은 안 당했다.

당시 김 의원을 만나면 1984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갖은 고초를 당했다고 들었다. 마음이 아팠다. 석방 후 명동에서 만났는데 가슴이 너무 아팠다. 전기고문을 당해서 말이 어눌했다. 저 양반 젊은 데 저렇게 끝나면 되는가. 자신의 무서운 노력과 부인의 도움으로 이겨냈다.

김근태 의원이 전기고문을 당한 후, 재판에 두어번 갔는데 죄송하다는 말을 김 의원으로부터 들었다.

고문에 견디다 못해 목사, 신부 이름을 댔다는 건이다. 전두환이 보안사에 지시, 천주교 신부 한 명을 빨갱이로 만들라고 했다는 소리를 듣고 놀랐다. 하지만 교황의 이른 한국 방문으로 무산됐다는 기록을 보고 더 놀랐다.

김 의원은 1995년께 현실 정치에 뛰어들게 됐고, 많은 분들이 같이 정치권으로 갔다. 현장에서 정책 경험으로 정치 현장에서 좀 더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한 뜻으로 정치현장에 뛰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

인재근 의원은 가톨릭 신자였다. 병원에 갔더니 남편이 세례를 받았으면 좋겠다 했는데 저는 조금 더 건강해서 받았으면 하고 기다렸는데 더욱 건강이 악화돼서 돌아가시게 됐다.

응급실에서 김 의원에게 ‘지카리아’라는 세례명을 드렸다. 이후 명동에서 장례미사를 했다. 처음 명동성당에서 장례미사를 거절했으나 언론에 크게 보도된 후 다시 수용했다.

이후 고문 피해자를 위해서 국가가 나서야 하는데 나서지 않으니까 시민들이 힘을 모아 치유센터를 만들어야 했다. 정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시민이 나서야 했다. 김근태 의원이 생전에 행동했던 것, 성당이 선언해 치유센터 설립을 공동대표들이 모여 국회에서 예비모임을 갖고 결국 설립하게 됐다.

김근태 이 분을 위한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음이구나 깨달았다. 김근태를 기념하는 단체가 여러 개가 있는 데, 이를 합해 ‘한반도포럼’으로 만들었다.

제가 생각하는 김근태 의원은 따뜻한 분이란 게 맞다. 김근태 정신이 고난을 받았던 광주정신을 승화시키고 다른 분들에게 기쁨을 주는, 감동을 주는 기틀이 됐으면 한다./정리=임채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