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눈으로 보는 웃음 김영식 남부대 교수·웃음요가명상전문가

2018년 11월 19일(월) 18:48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이 참 묘한 것이다. 주말에 부산을 가기 위해 이른 아침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나는 버스의 맨 앞줄에 앉아서 간단히 짐 정리를 하고 신문을 펼쳐 들었다. 그런데 어떤 아저씨께서 큰 목소리로 두 분의 노부부에게 자리를 안내해주면서 “형님! 형수님! 부산까지 잘 가시고, 부산에 도착하시면 조카가 버스 터미널에 나올 겁니다. 술 많이 잡수지 말고 잘 댕겨 오세요” 하시면서 버스에서 내려가셨다. 잠시 뒤를 돌아보니 아뿔싸 두 분은 시각 장애인 이셨다. 손에 가방을 무겁게 들고 타셔서 가방을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계셨다. 그래서 얼른 일어나 어르신에게 제가 도와드리겠다고 말을 하고 가방을 받아 들어서 버스 선반 위에 올려드리고서 혹시 화장실 갈 일이 있으시면 저에게 말씀하시면 안내해드릴 테니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부산까지 가시자고 말했다.

고속버스는 출발을 했고 앞자리에서 듣자 하니 전화 내용은 이랬다. 아주머니의 노모께서 돌아가셔서 부산에 있는 요양병원 장례식장을 가시는 길이었고 아저씨께서 술을 좋아하시니 술 조금만 잡수게 하시라는 내용을 자식들과 통화하시는 거였다. 휴게소를 거쳐 부산에 도착을 했는데 승객들이 먼저 내리고 내가 두 분을 안내를 해 드렸다. 두 분을 조심조심 계단 위치를 설명 드리면서 내려 드리고, 손을 잡고 대합실까지 걸어가며 아저씨께서 누군데 이렇게 친절히 우리를 안내해 주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제가 학교에서 학생들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하니 아주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근데 어디서 많이 뵌 분 같아요?”라고 하시는 거였다. 깜짝 놀랐다. 시각장애인 이신데 나를 어디서 봤단 말인가? 그래서 웃으면서 제가 “웃음박사”입니다. 하하하하 이런 거 하는 사람입니다. 그랬더니 아주머니께서 우리 장애인복지관에서 뵌 것 같아요, 하시면서 아저씨한테 작년에 우리 복지관에서 강의하신 분이라고 하니, 아저씨도 아~~ 그 양반이여? 어쩐지 겁나게 친절하구먼 하신다.

대합실에 도착을 해서 나의 명함을 드리고 혹시라도 부산에서 사람을 못 만나면 누구한테든지 이 명함을 드리고 전화를 거시면 제가 최대한 빨리 와서 도와 드리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택시를 타고 출발을 했다. 택시에서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작년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웃음치료 강의를 했던 장면들이 생각이 났다. 그분들에게 웃음치료를 해 드린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치료를 받았던 특별한 기억 때문이다. 시각 장애를 가지고 계신 분들 이여서 나의 웃는 모습이 어찌 보이랴 하고 생각했건만, 그때 한 어르신께서 “선생님! 우리는 마음으로 다 봐요, 걱정 말고 강의 열심히 하세요”라고 말씀을 하셔서 깜짝 놀랐다. 아니나 다를까 자원봉사자들보다도 시각장애인들께서 훨씬 잘 웃었고, 오히려 마음의 눈으로 나의 마음을 다 들여다보고 계신 것 같았다.

강의가 끝나고 친구와 가족들에게 자랑하신다고 사진도 찍었고 모두들 기분 좋은 하루였다고 하시면서 가셨는데, 어떤 청년이 나를 꼭 만나고 가야 된다고 기다린다고 해서 옷을 갈아입고 다시 강의장으로 갔는데 덩치가 큰 청년이 나에게 손을 내밀면서 악수를 청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웃음박사님 제가요 평소에도 매일 행복한데요, 오늘 박사님 강의를 듣고 더 많이 행복해서 꼭 감사의 인사를 드리려고 기다렸어요” 하는 것이다. 같이 사진도 찍고 다음에 꼭 보자고 하면서 인사를 하고 운전을 하면서 오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눈이 내렸고 내 두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어쩌면 그 청년이 나보다 훨씬 행복한지 모른다. 앞이 보이지 않는 그였지만 매일 행복하게 사는데 두 눈을 버젓이 뜨고 사는 나는 뭐가 부족해서 투덜거리며 살았을까? 내가 그 청년에게 너무 감사했다.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두 눈을 뜨고 사는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 마음의 눈을 뜨는 것은 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