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손으로 만드는 광주 마을공동체](2)서구 금호1동 협치마을공동체 더 많은 참여로 마을 민주주의 함께 구현한다 마을신문·별밤캠프·어울림한마당 축제 통해 공감 광주형 협치마을 모델사업 응모…‘네트워크’ 구축 배움터 활성화·마을의제 발굴 장기비전 모색 주력 임후성 기자

2018년 11월 21일(수) 19:37

광주 서구 금호1동 ‘호동이네 마을’에 주민자치회 ‘금호1동 협치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마을사업이 진행 중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두 모여 한걸음, 한걸음씩 다 함께 성장해 나가자는 구호 아래 마을신문 ‘호동이네 이야기’ 발행 등 마을활동에 대한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함께 하는 마을 토론 별밤캠프(왼쪽)와 금부초교에서 열린 마을총회(오른쪽) 모습.

“참여하는 우리가 마을의 주인입니다.”

광주 서구 금호1동 ‘호동이네 마을’의 2018년 10월 마을총회 주제다. 마을에 거주하며 내가 살아가는 마을에 대한 관심과 애착, 그리고 나의 마을을 위한 참여가 단순한 거주민이 아닌 주인으로서 마을과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금호1동은 1990년대 택지개발로 조성된 동. 시기별로 상이하게 건설된 아파트들과 영구임대아파트가 혼재해 소득 등의 편차가 심한 곳이다. 80% 이상이 아파트로 구성된 계획도시이다 보니 이웃간의 무관심, 마을에 대한 애향심도 낮은 편이었다.

이에 주민자치회 ‘금호1동 협치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여러 주민들이 본격적인 마을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마을을 널리 알리는 마을신문 ‘호동이네 이야기’를 시작으로 함께 하는 마을토론 별밤캠프, 마을활동 결산의 장 ‘어울림한마당 축제’ 등을 통해 주민들이 마을에 대한 애착과 이웃에 대한 관심, 마을활동에 대한 참여도를 점진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

지난달 초 금부초등학교서 열린 학교별 마을총회에서 마을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 학생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두 모여 한걸음, 한걸음씩 다 함께 성장해 나가자는 구호 아래 ‘광주형 협치마을 모델 사업’에 응모하게 됐고, 20여개의 마을 단체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협치마을 네트워크를 구성하며 실질적이고 내실 있는 마을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금호1동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주민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는 문화가 보편화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금호1동 협치마을공동체는 협치를 향한 마을 네트워크 역량강화 및 활성화를 위해 많은 사업과 프로그램을 펼쳐왔다. 마을네트워크 역량강화 교육, 마을의제 실현을 위한 동네만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임(약칭 동네바보들), 찾아가는 마을교육 및 아파트 총회, 함께하는 마을토론 호동이네 별밤캠프, 니랑나랑 함께놀자(약칭 니나노) 마을활동 자랑대회, 마을활동 1년의 성과를 공유하는 호동이네 좌충우돌 마을살이 뒷담화 등이 있다.

하지만 마을활동 초반에는 세대·소득별 다른 환경으로 마을이 이뤄져 있어 하나 되는 마을을 만들어 가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치열한 토론을 넘어 격론으로 이어지며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사업 추진이 힘든 경우가 많았다.

특히 2017년부터 추진돼온 아파트별 마을총회는 아파트 내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사업진행에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회의와 토론으로 극복했다. 빈도가 늘어나며 토론 문화가 자리잡았고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며, 생각을 공유하게 되면서 뜻밖의 아이디어가 도출됐다. 바로 ‘2018년 최고의 마을 사업’으로 호평받은, 지난 10월8일 금부초에서 치러진 학교별 마을총회가 그 예다.

향후 사업 추진 여부까지 불투명해지면서 상호 토론 끝에 어른들 뿐만 아니라 어린 학생들의 의견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일부 주민들의 생각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광주 서구 금호1동 주민센터에서 주민의 다양한 의견과 마을현안을 공유, 문제점 등을 해결하는 ‘마을비전계획단 발대식’을 개최했다.

학교별 마을총회는 학생들이 일상에서 느꼈던 마을 속 문제를 친구들과 함께 공유하고 토론했다.

학생들은 ▲어두운 학교 가는 길 ▲학교 인근 불법주정차 근절 ▲마을 내 자전거 전용도로 만들기 ▲담배 냄새 없는 마을 ▲학생들만의 쉼터 조성 등 자신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감없이 발표했다.

주민자치회는 실제 선거의 분위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선거인명부 작성, 기표대·투표함 등을 설치해 마을의 미래인 학생들이 마을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했다.

또한 마술·오카리나·플루트·댄스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통해 마을의 미래를 결정하는 투표가 커다란 축제임을 느낄 수 있도록 진행했다.

서로의 다른 생각을 공유하며 받아들이는 문화가 어느 정도 보편화됐기에 나온 결과인 셈이다. 서로의 특성과 개성을 존중하고, 너와 내가 다름을 인정하는 다름의 미학이 꽃피는 마을을 지향하며, 소통과 화합·협력을 위한 한걸음씩을 내딛은 결과 ‘제16회 전국주민자치박람회’ 주민자치분야 최우수상, kbc 주관 ‘좋은이웃 밝은동네’ 대상 선정 등 빛나는 성과를 거뒀다.

금호1동 협치마을공동체는 앞으로도 더 많은 참여를 통해 함께여는 마을민주주의 구현, 마을 배움터의 활성화를 통한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 강화, 서로의 특성과 개성을 존중하고 토론과 담론을 통해 다함께 성장해가는 마을을 위해 ‘주인’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또 주민들의 마을의제 발굴 및 참여 분위기를 조성하고 현장의 풍부한 의견을 수렴해 더욱 현실성 있는 마을 장기비전 수립, 축적된 마을 의제를 중심으로 마을의 자립을 위한 협동조합·마을기업 등의 기반 마련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마을민주주의의 최종 목표인 자율과 책임이 동반되는 마을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마을공동체를 기대하고 있다.


“토론·담론 일상화 진정한 주인 되기”

박태순 대표

“직접민주주의가 주민들에게 허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일이 없도록 더 많은 참여를 통해 진정한 주인으로 설 수 있는 마을이 되길 바랍니다.”

직접민주주의가 현실화되는 마을조성을 위해 ‘광주형 협치마을 사업’을 추진 중인 서구 금호1동 협치마을공동체 박태순 대표는 “주민들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마을의 주인이 주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실제로는 기획된 행사에 함께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며 “이에 지난 3월 마을총회시 ‘숙의민주주의를 통한 행복한 우리들의 동행’이라는 주제로 마을 의제 토론을 추진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토론과 담론이 일상화되는 마을, 참여를 통한 직접민주주의가 현실화되는 마을 조성을 위해 광주형 협치마을 사업에 공모해 2년째 추진 중이다”며 “주민이 참여를 통해 진정한 마을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학교별총회, 동네만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몇몇 주민들의 힘으로 추진됐다면 지금은 학교별 마을총회, 마을교육공동체 금상첨화와 같이 어린 학생들도 실질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열린소통방 운영과 같이 여러 주민들이 하나되는 자리 또한 만들어져 일부 주민만의 마을사업이 아니라 더 많은 참여를 통해 우리 마을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 박 대표는 “사람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방법이 무엇보다 어려웠다”며 “회의를 한번 하면 2시간이 훌쩍 넘어버리기도 하고 2시간 동안 서로의 차이만 확인하는 알맹이가 없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모두 마을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열정을 다해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였지만, 좌충우돌하는 성장통을 겪기도 했고 주민들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는 문화가 보편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고, 주민들은 좌충우돌하는 과정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임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