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짓밟히고 있는 ‘교권(敎權)’ 이윤배 |
| 2018년 11월 26일(월) 18: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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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는 교실에 난입해 학생들 앞에서 교사 뺨을 때리고, 학생들은 여교사 치마 속을 찍고…, 학교 현장은 지금 한마디로 난장판이다. 그런데 이 같은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고 일어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1월 8일에도 전북 고창군 모 초등학교에서 40대 여성이 수업 중이던 여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담임 교사의 폭행 장면을 목격한 학생들은 그 충격으로 인해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문제는 ‘매 맞는 교사’들이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의 ‘2018년 상반기 교권 침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 8월까지 교권 침해 건수는 1,390건이나 된다.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는 전체의 90.4%(1,257건)로 가장 많았고, 학부모·관리자 등에 의한 교권 침해도 9.6%(133건)로 나타났다. 상해·폭행 95건, 성적굴욕감·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93건, SNS 등을 이용한 불법정보 유통 8건 등의 순이었다. 이 가운데 학교나 교사 선에서 합의 또는 마무리되고 보고되지 않는 교권 침해 건수까지 고려하면 교권 침해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상적 교권 침해도 다반사로 일어나 교사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학교폭력 처리를 둘러싼 악성 민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제주에서는 최근 한 학부모가 아이가 다니는 초교를 상대로 100건가량의 민원과 소송을 제기해 교원 사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학교 측은 청소 시간에 학생끼리 사소하게 다툰 정도로 판단해 가해 학생에 ‘서면사과’ 조치했다. 그런데 학부모 측이 추가 보호 조치를 요구하며 민원과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교권이 짓밟히며 교사들의 시름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6·25 폐허를 다시 털고 일어나 오늘날을 일구어낸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힘이 바로 ‘교육’이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있도록 한 배후에는 열악한 환경과 박봉 속에서도 오직 열정 하나로 제자를 사랑하고 아끼며 꿋꿋하게 버텨 온 스승들이 계셨다. 그런데도 정부와 교육 당국은 지난 수년 동안 교사들을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으로 깎아내리고, 사회는 사회대로 교직을 천덕꾸러기 푸대접함으로써 상처만 안겨 주었다. 여기에 ‘교육 관료 독점 체제’가 교육 민주화와 교육 개혁의 발목을 붙잡고 교육 파행의 모순을 더욱 심화시켰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은 이미 교권 보호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신체적 체벌을 제외한 교권은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교육법에 따르면 학교장은 소속 교사의 교권 행사를 전적으로 지원하고 책임을 진다. 미국도 교사보호법을 통해 안전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법적 소송에 대비한 지원과 학교위원회를 통한 예방적 조치를 하고 있다.
한국은 교원 사회의 피로감이 커지자, 지난달 29일 교사 단체인 ‘교총’이 교권 보호를 위한 법 개정을 국회에 촉구하고 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교총은 교원지위법·학교폭력예방법에 교권 침해 행위자를 교육감이 반드시 고발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각 학교에 설치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으로 옮기는 내용을 담은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학교 문제의 심각성은 교사, 학부모, 그리고 학생 사이에 신뢰가 깨진 데 주원인이 있다. 신뢰는 인간관계의 기초적인 바탕인 까닭에 학교에서 신뢰가 사라지면, 올곧은 교육을 기대할 수 없다. 교사의 사랑이 학생들의 가슴을 울려 자발적인 존경심을 끌어낼 때 비로소 진정한 전인(全人) 교육이 가능하다. 인성이나 인간 교육은 교사에 대한 믿음의 산물로써, 교육이란 지식만을 제공하는 단순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들 역시 수업, 학생 지도, 그리고 연구 성과 향상 등 스스로 교권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교권은 누가 거저 가다 주는 것도, 확립해 주는 것도 아닌 까닭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일은 ‘교육 백년대계’가 제대로 제 역할을 하려면 진정한 스승의 권위가 전제돼야 한다. 교사의 인권이나 권위가 지금처럼 대책 없이 훼손되거나 방치된다면 우리 교육의 미래는 없다. 인적자원의 비중이 큰 우리나라는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라는 정부와 국민의 의식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