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은행잎 김상섭 시

2018년 12월 10일(월) 18:36

노오란 은행잎
발길에 채여 아름다이 흐느낍니다

산비탈 한 자락에서
불현듯 일어오는 쌀살한 가을바람
찾는 이 없는 길섶에 이리저리 뒤척이며
시간만을 헤이는 버려진 말들

울창한 신록의 노래로 하여
뚜룩뚜룩 알찬 결실의 한 수확은
선연한 심장의 판막을 늘어지게 하였고
다한 순환의 끝점에 떨어졌으나
전신을 땅에 묻혀 자양으로 썩히려느니
이듬해 봄, 아니 몇 겁이 흐른 후엔들
거룩히 감춰진 본래의 모습이
어이 아니 있으리이까

가을이면 길섶에
아름다운 말들이 있습니다


<해설> 나무는 가을이 되면 겨울을 준비한다. 여름내 풍성하게 매달고 있던 나뭇잎을 떨궈 땅속 뿌리에 자양분을 저장한다. 한 계절을 나뭇가지 위에서 보낸 나뭇잎은 지상에 내려와 누군가의 가슴에 가을의 추억을 노래한다.
<약력> 광주문인협회 회원·시분과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