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사기범, 윤 前시장 공천에 ‘영향’ 준 것처럼 속였다 당 대표·대통령 언급…지난 10월까지 268회 문자 검찰, 공소시효 맞춰 자금 출처·대가성 집중 조사 오승지 기자

2018년 12월 10일(월) 19:53

권양숙 여사를 사칭해 수억대의 돈을 받아 챙긴 보이스피싱 피의자는 마치 공천에 영향을 준 것처럼 윤장현 전 시장을 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 피의자와 윤 전 시장이 수차례의 통화와 수백여 문자를 주고받은 정황을 통해 두 사람 사이에 선거 관련된 내용이 오갔음을 포착했다.

10일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허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해 10월께까지 자신을 권 여사라고 사칭한 김모(49)씨와 윤 전 시장이 통화 총 12차례, 문자메시지 268회를 주고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4억5천만원을 받고 취업 청탁을 한 이후에도 지난 10월까지 권 여사 행세를 계속해왔다.

김씨의 사기극은 지난해 12월21일 윤 전 시장에게 ‘권양숙입니다. 딸 사업 문제로 5억원이 급하게 필요하게 됐다. 빌려주면 곧 갚겠다’는 첫 메시지를 보내면서 시작됐다.

윤 전 시장은 다음날 김씨와 첫 통화를 했고 김씨는 당시 돈을 빌려 달라며 “제가 힘이 돼드리겠다”라는 말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윤 전 시장은 지난해 12월26일 대출을 받아 2억원을 자신의 이름으로 계좌 이체했고 같은 달 29일 지인에게 빌린 현금 1억원을 비서에게 지시해 비서 명의로 보냈다.

이어 올해 1월5일과 1월31일 각각 1억원과 5천만원을 대출받아 본인 명의로 송금했다. 돈은 모두 김씨 어머니 계좌로 흘러갔으며, 향후 김씨의 자녀들의 차량 구매 등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됐다.

김씨는 처음에는 조직 관리 자금 등을 거론하며 ‘이제 경선이 다가오고 있다. 전쟁이 시작될 거다’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1월 초에는 ‘어제 당 대표한테도 전화했으니 시정에 신경 쓰고 힘내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이후 ‘이용섭 후보와 통화해 만류했다. 알아들은 것 같다’는 내용과 ‘이제 큰 산을 넘었다’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내 공천에 도움을 준 것처럼 속였다.

검찰은 김씨가 직접 ‘공천’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재선하셔야죠’, ‘이번 생신 때 대통령을 뵀는데 말했다’는 등 표현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또 김씨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비슷한 수법으로 정치인 등 지역 유력인사 4명에게 범행을 시도했지만 메시지를 받은 인사들이 사기를 의심하면서 추가 범행에는 모두 실패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실제 도와줄 능력이 있든 없든 선거와 관련해 금품을 받았기 때문에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김씨를 사기와 사기미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함께 적용해 기소했다.

검찰은 윤 전 시장이 애초 공천을 염두에 두고 돈을 건넸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윤 전 시장은 지난 4월4일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을 한 이후와 6·13 지방선거 후에 김씨에게 ‘사정이 어렵다’며 돈을 돌려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윤 전 시장이 대출로 마련한 3억5천만원 이외에 지인에게 빌린 돈이라고 밝힌 1억원의 출처도 조사 중이다. 만약 이 돈이 이자를 적합하게 지급하지 않고 무상대여한 돈이거나 정치 활동에 관련된 자금일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도 있다.

검찰은 6·13 지방선거 사범 공소시효가 오는 13일까지인 만큼 선거법 관련 수사에 집중하고, 직권남용·업무방해 혐의도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오승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