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날이 진화하는 ‘그 놈 목소리’ 앱 설치 유도 등 보이스피싱 신종 기법 기승 최환준 기자 |
| 2018년 12월 11일(화) 19:35 |
#지난 8월 광주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자신을 캐피탈사 직원이라고 소개한 사기범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사기범은 “A씨의 한 저축은행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준다”며 “대출진행 등을 위해서는 스마트폰에 앱(App)을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말을 그대로 믿은 A씨는 앱을 설치 후 대출 진행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저축은행에 수시로 전화했다. 하지만 설치된 앱의 악성코드 때문에 전화가 사기범에게 연결돼 보이스피싱임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사기범은 A씨의 전환 대출이 거절돼 거절처리를 풀어야 한다며 500만원을 요구하자 A씨는 그 금액을 사기범 계좌로 입금했다.
#전남에 거주하고 있는 B씨는 카카오톡 앱으로 지인을 사칭한 사기범으로부터 문자 한통을 받았다. 사기범은 “급히 거래처에 결제를 해야 하는데 카드 비밀번호 오류로 보내지지 않는다”며 타인 계좌로 돈을 이체할 것을 요청했다.
사기범은 피해자에게 이체내역을 사진 찍어 보내달라고 하고, 휴대폰 고장으로 수·발신은 안 되고 카카오톡만 된다고 속여 전화를 회피했다. 사기범은 치밀하게도 100만원 이상 송금할 경우 현금자동인출기(ATM)로 30분간 인출하지 못하도록 지연인출제도를 회피하기 위해 100만원 미만으로 쪼개 여러 번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보이스피싱(전화 금융사기) 범죄가 나날이 진화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1일 광주지방경찰청과 전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광주지역의 보이스피싱 피해는 총 166건, 피해액은 28억2천만원에 달했다. 이는 작년에 비해 발생 건수는 3%, 피해액은 6% 각각 증가한 수치다. 전남지역 피해액도 31억원에 달하며 작년대비 1억1천만원(4%)가량 늘어났다.
보이스피싱은 주로 ‘대출빙자형’과 ‘정부기관 사칭형’으로 구분돼 발생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보다 지능화되고 있다. 악성코드가 심어진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도록 한 후 금융감독원과 경찰청 등의 대표번호로 건 전화가 사기범에게 연결되도록 하는 수법이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0일 피해자에게 신용카드 허위 결재 문자를 전송한 후 문의 차 전화한 피해자를 속여 원격조정 프로그램을 설치하게 하고, OTP 카드 생성번호를 알려주게 해 1억4천880만원을 가로챈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앱 설치 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등 각종 대화창에서 지인을 사칭하거나 결제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금전을 편취하는 등 신종 기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감원 광주전남지원 관계자는 “가족 및 지인 등이 카카오톡 등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 반드시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메시지 등은 보는 즉시 바로 삭제해야 한다”며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경우 통화 상대방의 소속기관, 직위 및 이름을 확인한 후 전화를 끊고, 해당 기관의 공식 대표번호로 직접 전화해 사실관계 및 진위여부를 확인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이스피싱 관련 문의나 상담사항이 있을 경우 금감원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1332)에 문의할 수 있다.
/최환준 기자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