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의 역사 동화] 32, 이성계와 정도전의 전라도 - 登羅州東樓諭父老書 |
| 2018년 12월 13일(목) 19:14 |
|
繁庶如平日(번서여평일) : 평상시와 같이 번성하여
桑麻之富(상마지부) : 상마(桑麻)가 풍부하고
禾稻被野(화도피야) : 벼가 들에 깔렸으며,
其民晝作夜息(기민주작야식) : 백성들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쉬어,
怡怡(이이희희) : 화기에 찬 밝은 표정으로
以樂其樂(이락기악) : 그 삶을 즐긴다.
以及行旅登樓(이급행여등루) : 그리하여 나그네들이 이 누에 올라,
顧望山川原野(고망산천원야) : 산천과 원야(原野)를 돌아보고는
極遊覽之娛(극유람지오) : 유람의 즐거움을 한껏 즐기고,
人盛物阜(인성물부) : 인물이 번성하고 물자가 풍부한 것을 보고는
仰聖德而歌遺風(앙성덕이가유풍) : 성덕(聖德)을 우러르며 유풍(遺風)을 노래하는 까닭에
不知行役之勞(부지행역지노) : 행역(行役)의 고달픔과
遷逐之感也(천축지감야) : 귀양살이의 감회도 알지 못하게 되었다.
是州之在四隣殘破蕩析之中(시주지재사린잔파탕석지중) : 이 고을은, 잔파(殘破)하여 유랑하는 이웃 고을들 가운데에 처하여
劇寇侵略之內(극구침략지내) : 강포한 왜구의 침략을 받으면서도
而安然獨全(이안연독전) : 안연히 홀로 온전하게 있는 것은,
如萬丈之陂以障橫流之衝(여만장지피이장횡유지충) : 마치 만 길 언덕이 거센 물결을 가로막아 서서,
雖有奔蕩激射極其怒勢(수유분탕격사극기로세) : 아무리 심한 파도가 출렁이고 부딪쳐도
而其爲陂自若(이기위피자약) : 비탈에 끄떡없이 서 있는 것과도 같으니
民恃無恐(민시무공) : 이 백성들이 믿어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豈非祖宗之德入人者深(개비조종지덕입인자심) : 어찌 조종의 은덕이 사람에게 들어간 것이 깊어서가 아니며,
非若他州之民無恒民無恒心比也(비약타주지민무항산무항심비야) : 다른 고을의 백성처럼 항산(恒産)이 없어서 항심(恒心)도 없는 데 비할 바가 아니니
豈非牧守得人(개비목수득인) : 이는 어찌 목사나 군수가 적격자여서,
能宣德意(능선덕의) : 능히 덕의(德意)를 베풀어
以結民心(이결민심) : 민심을 맺어서
使不散也(사부산야) : 흩어지지 못하게 한 덕이 아니랴?
抑父老之敎有素而民知向義也(억부노지교유소이민지향의야) : 그리고 부로들이 소양 있게 가르쳐 백성들이 의리로 향할 줄 알아서일 것이다.
旴可嘉矣(우가가의) : 아! 가상하다고 하겠다.
然近來倭寇尤橫(연근래왜구우횡) : 그러나 요사이 왜구들이 더욱 날뛰어
其勢日進不衰(기세일진부쇠) : 그 형세가 날로 더하고 쇠하지 아니하니
父老母已往之無事(부노모뉴이왕지무사) : 부로들은 지금까지의 무사했던 것에 젖지 말고,
勵子弟修器械(려자제수기계) : 자제를 격리해서 기계를 수리하고
謹烽火以保州若縣(근봉화이보주약현) : 봉화(烽火)를 삼가고, 그래서 주(州)와 현(縣)을 안보하여
不爲國家南顧之憂(부위국가남고지우) : 국가에서 남쪽을 걱정함이 없게 하라.
道傳雖負罪深重(도전수부죄심중) : 도전이 비록 죄를 진 것이 몹시 중하지만
自今至未死之日(자금지미사지일) : 지금부터 내 생애가 끝날 때까지
而得優遊暇食(이득우유가식) : 편안히 살고 여유 있게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羅人之賜不旣多乎(라인지사부기다호) : 나주 사람들의 은혜가 많은 것이 아니겠는가.
“호오! 이 땅 나주에 관한 것을 이리 깊고도 오묘하게 읊으셨습니다 그려.”
“이런 명문장은 일찍이 듣지도 보지도 못 했습니다. 참으로 감격스럽습니다.”
“길이 후손에게 전해줄 가보로 간직하겠습니다.”
나주 사람들은 정도전이 읊는 시를 들으면서 구구절절 그 높고 깊은 학문의 경지가 새삼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그리고 이 땅 나주에 대한 그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를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동점문 에서의 만남 이후로 정도전의 초막에는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꺼져가는 고려왕실과 백성들을 걱정하는 이야기로 밤을 지새우곤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