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천재화가’ 독창적 화풍 한눈에 광주시립미술관 ‘석현 박은용-검은 고독, 푸른 영혼’展 타계 10주기…남도 수묵·화업세계 재조명 한국화·유화·수채화·스케치 60여점 선봬 정겨울 기자

2018년 12월 17일(월) 18:16

‘비운의 천재 화가’, ‘고독한 농부화가’, ‘현대 풍속화가’의 수식어로 불린 진도 출신 석현 박은용(1944-2008·사진) 화백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전시가 마련된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석현 박은용 화백의 타계 10주기를 맞아 ‘석현(石峴) 박은용-검은 고독, 푸른 영혼’전을 연다. 전시는 내년 2월10일까지 이어진다.

전시는 석현 박은용 화백이 창의적 화풍으로 일궈낸 화업세계를 재조명하고 침체된 남도 수묵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기획됐다.

석현 박은용 화백은 ‘적묵법’(積墨法)이라는 독창적 화법을 고안해 낸 작가다. 남도 문인화의 전통적인 화풍으로부터 벗어나 창의적 세계를 펼쳤다.

적묵법은 탑묵법(塔墨法)으로도 불리는데, 먹을 중첩시킴으로써 갈필의 흔적이 겹쳐지도록 고도의 세필을 운용하는 화법이다. 조선시대 분청사기와 백자의 미세 균열 또는 화강암의 석질과 같은 미감을 전해준다.

석현 박은용 作‘ 새벽의 씨 뿌리는 여인’

화백은 1983년 동덕미술관 개인전을 계기로 그동안 실험해 왔던 적묵법을 화단에 알렸으며, 탄탄한 데생력을 바탕으로 한 화면의 신선함은 오지호, 김기창 등 당시 우리나라 최고의 화가들로부터 아낌없는 박수와 기대를 한 몸에 받게 했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가족사의 비극을 안고 있었음에도 작업에 대한 끝없는 열망으로 자신의 작업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세심한 운필로 장시간 작업해야 하는 적묵법의 작풍은 박은용 화백의 건강을 악화시킴으로써 더 이상 밀도 높은 화면 운용을 지속하기 힘들었다. 90년대에 들어서면 적묵법의 운필로부터 벗어나 대담한 필선으로 대상을 단순화시켜가는 화풍으로 변화하게 되고 형식보다는 내면의 표현에 치중하게 된다.

전시는 이러한 변화에 초점을 맞춰 박은용 화백의 작품 활동기를 3기로 구분해 전시를 구성했으며, 한국화 52점, 유화 2점, 수채화 4점, 스케치 등 60여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석현 박은용 作‘ 기다림’

전시 작품 이외에 학창시절의 편지, 병원생활 동안 남긴 글과 스케치, 인터뷰 영상 등 아카이브 자료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유품 중 마지막 남은 먹 한 조각이 박은용 화백의 예술에 대한 집념과 철저한 작업의식을 절절히 느끼게 한다.

박은용 화백은 ‘전통의 계승’을 추구하는 민족정신의 토대 위에서 소박한 우리의 일상과 자연을 쉼 없이 그려왔다. 그러나 2008년 타계함으로써 예술계에 큰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전시 개막식은 20일 오후 4시 열리며, 이날 오후 2시30분 미술관 세미나실에선 ‘석현 박은용의 삶과 예술’을 주제로 장석원 미술평론가의 특별강연이 진행된다./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