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치장서 피의자 자살할 당시 경찰 자고 있었다” ‘허술한 관리’ 또 도마위…해남 살인 용의자 숨져 최환준 기자
해남=김병용 기자 |
| 2018년 12월 30일(일) 19:26 |
해남 간척지에서 지인을 살해·암매장 혐의로 조사를 받던 용의자가 경찰서 유치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유치장을 지키고 있던 경찰이 졸고 있던 것으로 확인돼 유치장 관리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관리 부실을 인정하고 유치장 당직 경찰관을 대기발령 하는 한편, 이번 사건을 끝까지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해남 간척지 살인 피의자 ‘극단적 선택’ = 지난 28일 오전 6시21분께 해남경찰서 유치장에서 살인 혐의로 입감된 김모(59)씨가 유치실 내부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호흡과 맥박을 되찾지 못한 김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지역 종합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사망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전날 김씨를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로 체포해 1차 조사를 받고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했다.
김씨는 해남 간척지 공사장에서 사체로 발견된 A(58)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시신은 지난 18일 오후 2시23분께 땅 파기 작업 도중 현장 근로자에 의해 목에 노끈이 감겨 있는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얇은 긴소매 옷을 입고 있었지만,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하지 않은 점을 토대로 사망한 지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공사장 인근을 출입한 차량을 추적했다. 경찰은 현장을 출입한 뒤 잠적한 김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27일 정오께 광주의 한 은신처에서 검거했다.
김씨는 변사체로 발견된 A씨를 상대로 휴대전화 개설과 대출 알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1차 조사 때 “지인을 통해 알던 사람이고, 휴대전화 개통과 대출을 도와준 사실이 있지만 죽이지는 않았다”며 범행 일체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자는 틈에 자살시도”…관리 소홀 지적 = 김씨는 이날 유치장 당직 경찰관이 졸고 있는 틈을 타 화장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내부 지침상 유치장 담당 근무자는 2인1조로 구성돼 야간 근무자가 2시간 단위로 교대 근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근무자들은 4시간씩 교대 근무했으며, 사건 당시 잠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를 유치장에 입감시키며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한 신체수색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살인 등 강력범죄 혐의를 받는 용의자는 지급된 겉옷만 입은 상태에서 정밀 수색을 받아야하나 입감 당시 김씨가 입고 있던 외투 하단에 들어있던 의류 조임끈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김씨는 유치장 근무자가 졸고 있는 틈을 타 유치장 내부 화장실에서 회수되지 않은 조임끈을 이용해 목을 매고 숨졌다.
김씨가 사망하면서 이번 사건의 정확한 경위를 가리기 어렵게 됐다. 경찰은 이날 김씨를 상대로 2차 조사에 들어가 사건 내용을 구증할 예정이었지만 김씨가 유치장 내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2차 조사는 불가능해졌다.
경찰은 근무를 제대로 서지 않은 유치장 담당 경찰관 2명을 즉각 대기발령 조치하고, 추가 조사를 거쳐 업무과실 등 책임을 물어 적용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유치인 사건·사고 잇따라, 체계적 점검 필요 = 이번 사건을 제외하고도 경찰서 내 유치인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경찰의 유치장 관리감독에 대한 체계적인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일에는 경기 용인동부경찰서 화장실에서 유치장 입감 전 성폭행 사건으로 붙잡힌 40대 피의자가 자신의 흉기로 자해를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충북 청주 흥덕경찰서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강력 사건 피의자가 유치장 수감 중 공범에게 쪽지를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처럼 유치장 사건·사고가 잇따른 것을 고려해 경찰개혁위원회는 ‘국제 기준에 맞는 유치인 인권보장 강화 방안’을 경찰청에 권고하기도 했다. 개혁위의 권고에는 현행 3교대인 유치인 보호관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4교대 체제로 전환하고, 배치 전후 일정 기간 교육을 이수하도록 해 역량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찰은 일부 받아들여 관련 대책 시행에 나서고 있지만, 또다시 허술한 관리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최환준 기자
/해남=김병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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