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금의 역사 동화] 46, 이성계와 정도전의 전라도 - 조선의 건국

2019년 01월 14일(월) 18:23

/그림:선성경

나주와 전주의 분위기와는 달리 개경의 고려조정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나라에 대한 백성들의 열망과 기대와는 달리 정몽주를 비롯한 고려의 많은 대신들은 마지막 결사항전이라도 감행 하려는 듯이 하는 듯 눈에 핏발이 서있었습니다.

‘정몽주를 죽이지 않으면 아버님이 위험하시다.’

결코 고려를 버릴 수 없다며 이방원의 하여가에 단심가로 화답한 고려의 충신 정몽주가 갑작스런 이방원의 칼에 맞아 선죽교에서 피를 흘리며 죽었다는 소식은 고려를 큰 충격에 빠지게 했습니다.

아버지의 새 나라를 세우는데 정몽주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다고 판단한 이방원은 사람을 시켜 선죽교에서 정몽주를 철퇴로 척살한 것입니다.

“방원이 이놈이 시키지 않는 일을 했구나.”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이성계는 고려 최고의 충신 정몽주를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아들인 이방원이 죽였다는 사실에 애통해 하며 크게 노하였습니다.

두 번째의 귀양이 풀려서 얼마 전 나주에서 고향 영주로 와있던 정도전은 고향에서 이 소식을 전해들은 뒤 큰 탄식을 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대는 나의 오랜 벗이요. 고려의 충신이기는 했으나 나와는 너무나 길이 달랐소.”

젊어서 한 스승 밑에서 수학을 했고 한 때 유배에서 돌아온 정도전을 천거해서 재기의 기회를 준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몽주 형님 그대는 고려왕실을 유지하는 안에서의 개혁을 주장하던 사람이었소. 허나 이제 새로운 나라가 일어서고 있는데 과연 그런 개혁이 무슨 의미가 있겠소. 잘 가시오.”

정도전도 많이 애통해 했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어쩌면 이방원이 잘 한 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1392년(공양왕 4, 태조 원년) 7월 17일 드디어 이성계가 왕위에 올랐습니다. 태조 왕건이 고려를 세운지 500여 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만세, 만 만세!”

“태조대왕, 만만세!”

이성계는 즉위한 뒤에 정도전을 불렀습니다.

“그대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소. 이제 튼튼한 천년의 사직을 위해 어찌해야 하겠소?”

“예, 전하! 먼저 나라의 국호를 정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세자의 책봉과 숭유억불 정책을 쓰셔야 합니다.”

“국호와 세자책봉은 그렇소만 유학을 장려하고 불교를 억제하라?”

“예! 전하…, 고려왕조는 조금만 나라에 변고가 생기면 부처가 노했다며 백성들을 현혹했습니다. 부처를 빙자하여 귀신을 섬기는 것도 잘못된 일이며 사찰은 세금도 내지 않고 거대한 농지를 소유하고 수많은 노비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이는 참으로 통탄할 일이옵니다.”

빠르게 말을 이어가던 정도전은 잠시 침묵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권문세도가에서도 승려가 되려는 자들이 많고 백성들은 부역을 피하고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절의 노비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나라의 형편을 굽어 살피소서.”

이성계는 정도전의 말을 들으면서 천년을 이어갈 이 나라의 사직을 그려보았습니다.

“그대의 말은 참으로 구구절절 백성을 위한 충정에서 나오는 말임이 분명 하도다. 그대가 있는 한 이제 내가 다스리는 나라의 백성들은 결코 굶주림이 없을 것이로다.”

“황공 하옵니다. 전하···, 만세 수 하옵소서”

“나라를 살리고 길이 백성을 복되게 할 그대의 말을 오래도록 들을 것이다. 계속하라.”

“그리하옵고 이제 요동정벌을 주청 드리옵니다. 반드시 되찾아야할 우리의 땅이옵니다. 그리고 이제 대신들이 사사로이 훈련시키고 있는 사병을 혁파하여 조정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정도전은 되찾고야 말 우리의 땅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에서 천군만마를 거느리고 말을 달리는 모습이 그려져 먼 북쪽을 바라보았습니다.

이성계도 정도전의 말을 들으면서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감동이 치솟아 올랐습니다.

“삼봉! 경은 함주에서 나와 처음 만날 때도 그 말을 했지. 그때 나는 참으로 삼봉이 꿈이 크고 걸출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소. 이 땅 어느 누구에게서도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거든”

“전하….”

정도전이 말을 잇지 못하고 감격하여 어전에 깊이 부복하였습니다.

“그대의 꿈이 곧 나의 꿈이니 나는 요동정벌에 관한 대업을 모두 정도전 그대에게 맡기겠노라. 그러면 국호는 무엇으로 정하는 것이 좋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