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보다도 무서운 ‘치명적 공포’…시민들은 불안하다 각종 통계·자료로 본 미세먼지 심각상 전국적으로 역대 최악 엄습…갈수록 악화 추세 1급 발암물질 단축 수명 1.4년…국민 건강 위협 정부와 지자체 무사안일 대책 비판 목소리 높아 문철헌 기자

2019년 01월 15일(화) 19:37

올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는 미세먼지 공포가 일상의 풍경까지 바꿔놓고 있다. 15일 광주시청 입구에서 공무원들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따른 차량 2부제 시행을 안내하고 있다.

광주지역에서 15일 이틀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다. 전남도는 이날 비상저감조치에 들어갔다.

새해 들어 역대급 미세먼지가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비상저감조치가 실시되는 등 국가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비상저감조치라고 해봐야 대기 배출 사업장을 단축 운영하고 건설공사 시간을 줄이거나, 관공서 차량 주차 제한 등이어서 국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무사안일한 대책으로 미세먼지를 어느 정도 개선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쉽게 벗어날 수 없는 혼돈의 연속이다. 이젠 ‘일상이 된’ 미세먼지’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지난해 국내외 주요 환경이슈 조사를 실시한 결과, 56.6%가 국내 환경뉴스 1위로 미세먼지·대기오염 문제를 꼽았다. 전년에도 미세먼지(36.9%)가 1위를 차지한 바 있는데 무려 20%p 가량 급등해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새해에는 15일 동안, 절반 정도 가까이가 ‘나쁨’ 등급을 보였다.

이처럼 지난해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환경부 산하 대기정보예측시스템인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의 미세먼지는 40.6㎍/㎥, 초미세먼지는 22.6㎍/㎥으로 1년 전보다 10% 가까이 줄었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늘고 있다.

광주시의 경우 지난해 미세먼지는 41㎍, 초미세먼지 24㎍으로 다소 높은 편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기상 조건에 따라서 굉장히 높은 고농도 현상들이 나타날 수 있고, 초미세먼지 농도는 도쿄나 런던 등 선진국의 2배에 달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 권고치의 2배다.

통계청이 실시한 ‘2018년 사회조사’ 결과는 미세먼지가 불안하다는 응답이 82.5%에 달해 방사능(54.9%),유해 화확물질(53.5%), 기후변화(49.3%) 등 나머지 환경 문제들을 압도했다. 미세먼지에 대해 불안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4.5%에 불과했다.

광주지역 미세먼지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전혀 불안하지 않음 0.5%, 별로 불안하지 않음 2.5%, 보통 10.3%, 약간 불안함 37.1%, 매우 불안함 49.5%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관련, 좋음과 보통은 344일, 나쁨 지수와 매우 나쁨지수(80㎍/m³이상)는 21일로 집계됐다. 가장 높은 지수는 지난해 11월28일 157㎍/m³나타났다. 최근 환경부가 1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 ‘만족한다’(5.3%)는 답변보다 ‘불만족한다’(35.9%)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호흡기질환에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진 지름 2.5㎛(㎍) 이하 1급 발암물질 초미세먼지가 건강에 위험하다는 연구로 경각심 또한 커졌다.

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연구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지역별 초미세먼지 농도와 연령 및 특정사망률 등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연평균 24.4㎍/㎥ 초미세먼지에 노출돼 한해 1만1천924명이 조기 사망했을 것이란 추산이 나왔다.

세종시를 포함한 8개 대도시 가운데 조기 사망자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로 지난 2015년 한해 1천76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어 부산 947명, 대구 672명, 광주 657명 순이었다.

미국 시카고대 에너지정책연구소는 지난달 나라별로 초미세먼지로 인한 수명단축 통계를 발표했다. 2016년 한국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4㎍로 WHO 안전기준보다 14㎍ 높았으며, 단축수명은 1.4년이었다. 초미세먼지로 인한 세계 평균 단축수명은 1.8년으로 흡연으로 인한 수명단축(1.6년)보다 크다.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가 이어지고 있다. 올 겨울에도 이른바 ‘삼한사미’(3일은 추위, 4일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라 할 만하다.

보건당국은 국민건강에 빨간 불이 들어온 만큼 ‘나쁨’ 예보의 기준을 기존 51-100㎍/㎥에서 36-75㎍/㎥로 높이는 등 미세먼지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촌 이상기후 등과 맞물려 상황은 악화일로 양상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미세먼지를 단 시간 내 획기적으로 줄이기에는 막대한 예산 등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 시민, 학계, 시민사회 단체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협의 체계를 구축하고 장기적인 미세먼지 정책과 대책을 수립해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문철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