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노금의 역사 동화] 48, 이성계와 정도전의 전라도 - 깊어가는 갈등 |
| 2019년 01월 16일(수) 18: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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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정도전에 의해 그렇게 철저하게 백성을 위한 나라로 계획되어지고 설계되어 갔습니다.
“나는 결코 정도전의 하는 짓을 보고만 있을 수가 없다.”
이방원은 정도전의 거침없는 모습을 보면서 분노하며 이를 갈았습니다.
그러나 정도전은 조금도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많은 임금들은 그저 존귀한 존재로만 높임을 받았으나 정도전은 임금이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을 해야 하는 경영자라는 사실을 명백히 주장했습니다.
“정도전 대감은 너무나 부지런하셔.”
“우리들은 쉬라 하면서도 당신께서는 이리 뛰고 저리 뛰시니 원!”
“일을 하는 것을 보면 영락없는 노역 꾼이라니까.”
“한나라의 국상이요. 판 삼사인 어른께서 저렇게 우리와 똑같은 노역 꾼처럼 일을 하시니….”
“나주에서 올라온 사람들 말을 들으니까 나주에서도 어찌나 백성들과 잘 어울리셨는지 그 때 인연 맺은 사람들하고는 지금도 친 동기처럼 지낸대.”
힘든 건설공사였지만 백성들은 이런 정도전의 모습을 보면서 큰 불평이 없었습니다.
“임금께서 정도전 대감께 한양 건설을 맡기신 것은 참으로 훌륭하신 선택이야.”
“그러게. 누구 한사람 도망가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이 사람아, 도망은 왜가? 삼시 세끼 밥 먹여주고 등 따뜻하고. 이제 일이 끝나고 고향에 가면 떡하니 전답이 생길 것인데 왜 도망을 가?”
힘든 노역에도 백성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피어났고 긴 석물을 운반하며 뽑아내는 소리는 노래 가락처럼 힘차게 들렸습니다.
궁궐과 성곽공사는 막대한 국가의 재정과 인력이 필요한 공사였습니다. 공사를 무리하게 강행하면 나라의 재정이 고갈되고 재정이 고갈되면 세금을 높이기 때문에 오히려 민란이 일어나 나라가 망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정도전은 참으로 인재로다. 아직까지 국가의 재정이나 인력동원에 무리가 있다는 말이 도무지 들리니 않으니….”
정도전에 대한 이성계의 신임은 더욱 두터워 갔습니다.
“성곽이 조금 더 높아야 되지 않겠는가?”
왕자들과 함께 오랜만에 한양 성곽공사 순시를 나온 이성계가 정도전에게 물었습니다.
“아니옵니다. 전하! 일본의 성곽은 겹겹이 해자와 성곽으로 둘러 쌓여있어도 민란이 잦으오나 중국 북경의 외성은 의외로 성곽이 낮다 하옵니다. 임금은 스스로 높아지기 보다는 마땅히 백성의 지지를 얻어야 하옵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이방원은 소름이 끼치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정도전은 임금보다도 오직 백성, 또 백성뿐인 사람이구나. 이런···.”
한참을 함께 성곽을 돌던 이성계가 물었습니다.
“저기 남산의 높이 솟은 것은 무엇인가?”
“봉수대입니다. 봉수대는 외침을 중앙으로 신속하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방원은 정도전의 국방에 대한 예지력에 새삼 놀랐습니다.
“저 문의 이름은 또 무엇인가?”
“조선의 모든 백성이 어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흥인문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이방원의 귀에는 그 말이 반대로 들렸습니다. 백성이 어질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임금이 어질기를 바라는 정도전의 숨은 뜻을 간파한 것입니다.
“하하하…, 임금이 어질어야 백성들의 삶이 평안하고 그래야 백성들이 어진 삶을 서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성계 역시 정도전의 뜻을 알겠다는 듯이 유쾌하게 웃었지만 이방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참으로 고약한 신하로다. 정도전에게는 임금이 아니라 백성밖에 없구나. 저 고약한 사람을 어찌해야 하나.’
한양의 성곽 공사는 3년에 걸친 대 역사로 1396년(태조 5)에는 백악산, 인왕산, 목면산, 낙산을 띠처럼 잇는 길이 축조 되었고 도성 안팎을 연결하는 4대문과 4소문이 건축 되었습니다.
“도성의 윤곽이 드러나니 이처럼 장엄하고 아름다울 수가 없도다.”
이성계는 정도전에게 크게 치하하였습니다.
도성의 북쪽문은 숙청문, 동북쪽은 홍화문이니 속칭 동소문이라 하고 동쪽문은 광희문이니 속칭 수구문이라 하고, 남쪽은 숭례문이니 속칭 남대문이라 하며 소북은 소덕문이니 속칭 서소문이라 하고, 서쪽은 돈의문이며, 서북쪽은 창의문이라고 하였습니다.
“만고의 명필인 정도전, 그대의 필체로 써서 달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