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당한 ‘개방형 성인용품점’…학교 주변 버젓이 영업 교육환경보호구역 피해 선정적 의상 진열 노출 최환준 기자 |
| 2019년 01월 17일(목) 19: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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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저 마네킹이 옷을 입다 말았어요.”
광주 서구청 맞은편에 있는 A 성인용품점 앞을 지나가던 유치원생이 마네킹을 가리켰다. 시선을 옮긴 김모(67)씨는 진열장 유리 너머로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선정적인 의상을 보고 황급히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김씨는 “아이와 함께 지하철을 타러 농성역으로 가던 중, 너무도 당황스러웠다”며 “실내가 가려진 곳이 대부분 일텐데, 이 곳은 다르다. 교육이나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북구 신안동에 위치한 B 성인용품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2층 규모 상가건물의 2층에 입점한 성인용품점은 유리창 너머로 마네킹이 선정적인 의상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주부 박모(43)씨는 “학교에 등교시킬 때마다 지나치게 된다”며 “혹여 아이들이 보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광주 도심 곳곳에 내부가 그대로 들여다보이는 개방형 성인용품점이 자리 잡으면서 시민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학교 인근이나 대로변을 지나다니는 유아와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지만 해당 구청은 마땅한 규정이 없어 제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구 관계자는 “성인용품점은 인·허가를 받지 않아도 영업할 수 있는 자유업종이기 때문에 건축물 제한사항이 없으면 단속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인용품점은 자유업종으로 분류돼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영업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행정기관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민원을 제기할 곳도 없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성인용품점이 교육환경보호구역을 피해 등굣길과 주택가까지 파고든다는 점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학교경계 등으로부터 200m 이내로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상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구분돼 청소년 유해물건 판매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 또 헌법재판소가 “유치원 주변 정화구역 안에서 청소년 유해물건 취급업소는 절대적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며 학교에 이어 유치원 주변까지만 이를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도심에 위치한 성인용품점은 이를 교묘히 피해 학교와 거주지 인근까지 파고들고 있다. A 성인용품점 인근으로 농성초등학교가 위치해 있지만 약 500m 거리이며, B 성인용품점도 용봉초등학교까지 350m 떨어져 있을 뿐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성인용품점에 대한 일정 수준 법적 제제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경진 의원(광주 북구갑)은 지난달 11일 청소년과 유아의 건강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해 주택 밀집지역에서의 성인용품 판매점 입점을 제한하는 ‘건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김 의원은 “성인용품시장이 최근 급증하는 등 성문화가 양지로 부상함에 따라 아이들이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며 “주거지역에서도 판매를 원천 차단해 왜곡된 성의식으로부터 유아와 청소년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최환준 기자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