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인 사회에 저항하는 문학의 윤리 ‘의자’ 백은하 지음 문학들 1만3천원 정겨울 기자

2019년 01월 20일(일) 18:12

1996년 ‘일간스포츠’ 신춘대중문학상으로 등단한 백은하(사진) 작가가 소설집 ‘의자’를 출간했다. 소설집 ‘의자’에는 ‘의자’, ‘마음의 얼음’, ‘햇빛 모으기’, ‘탐조등’ 등 10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백은하 작가가 소설집에서 내보이는 리얼리즘은 세계의 폭력 속에서 별것 아닌 이들이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린벨트와 맞닿아 있어 가치가 거의 없었던 땅에서 30년을 살아온 김병수가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은 돈’ 13억원을 빼앗긴 것과 같은 느낌을 받으며 화병에 걸린 것(‘햇빛 모으기’)도, 1950년대의 특정한 사건을 소환해 세계가 우리에게 가한 폭력을 고발하며 씻김굿을 하려는 ‘귀향’에서도, 손을 맞잡고 함께 나아감으로써 저항한다.

백은하의 소설은 일상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소설을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다시 한국문학계에서 ‘젠더적 위치성’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속 백은하 소설가는 ‘레즈비언’ 서사와 ‘월경’을 멈추는 신약의 존재,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어디에도 없는 곳’과 같은 소설에서 보수적 남성성을 표상하는 여성인물 ‘은수’나 1990년대 전후의 한국의 여성운동을 표상하는 여성인물 ‘지효’를 통해 젠더에 대한 고민과 관심을 더욱 증폭시킨다.

송민우 문학평론가는 “멀리 있는 불빛을 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어둠 속을 뚫고 걸어가는 사람(‘탐조등’)처럼, ‘저 멀리에 있는 빛이 미약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꿋꿋이 걷는 행위, 거기에 바로 문학의 윤리가 있다”고 평했다.

한편, 저자는 1968년 나주에서 태어났다. 1996년 일간스포츠 신춘대중문학상 소설 당선으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무지개에는 왜 검은색이 없을까요?’, ‘별의 시간’, 장편소설 ‘블루칩시티’, ‘마녀들의 입회식’을 출간했다. /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