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의 ‘명정 50년’…난해한 소재 지적 성찰 곁들여 ‘소소한 그리움의 사유’ 이윤수 지음 정겨울 기자

2019년 01월 27일(일) 18:37

“조금 걷다가 쌍촌동 창평국밥집 주막에서 또 한잔, 화정동 홍어집이나 서대횟집에서 홍탁으로 또 한잔, 그리고 상록회관 공무원 연금공단 앞 벚나무 꽃그늘 아래에서 주거니 받거니 한 잔하는 운치야말로, 과거문인들이 명승지에서 시를 읊으면서 풍류를 즐기던 것과 무엇이 다르랴”

수필가이자 시인인 이윤수씨의 두 번째 수필집 ‘소소한 그리움의 사유’(시월)에 수록된 ‘술 이야기’의 일부이다.

이씨가 이번에 상재한 ‘소소한 그리움의 사유’는 틈틈이 써놓은 32편의 원고를 묶은 것이다. 유형별로 ▲제1부 ‘교학상장’ ▲제2부 ‘시류체험’ ▲제3부 ‘기행과 사색’ ▲제4부 ‘인생잡변’으로 나눴다.

이윤수의 수필에는 저자 특유의 통찰과 철학적 사유가 돋보인다. 고봉 기대승의 철학사상, 판소리, 바둑, 역사, 술 등 다소 난해한 소재를 문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자기만의 농익은 문체로 빚어냈다.

저자는 고희가 넘어 늦깎이로 등단했지만 그의 글은 지적 성찰에 무게를 둔 중수필로서 서정성을 간직한 문학적 향기에 절로 글맛이 느껴진다.

이 가운데 술 이야기가 일품이다. 술의 기원에서부터 문사들의 술 이야기, 개인의 취중담까지 감칠맛나게 풀어내 수주 변영로 선생의 ‘명정(酩酊) 40년’을 연상케 한다.

저자는 “술을 마신 세월을 손꼽아보니 어언 50년이 넘는다. 도서벽지와 낙도를 전전하면서 직장에서 승진의 굴레속에서 많은 좌절과 모멸을 인내하면서 스트레스 해소책으로 자연히 술을 벗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여기에 쓰인 글들은 낀 세대의 변(辯)을 토해낸 인생사입니다. 그저 담담한 심정으로 제 인생의 소소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의 제 사유를 쓴 마음 글입니다”라고 밝혔다.

저자 이씨는 목포 출생으로 목포사범과 전남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교직생활 44년을 봉직하면서 영암, 신안, 완도 등에서 근무했으며 광주시장학사, 광주중앙초 교장 등을 역임했다.

교직생활을 마친 후 글쓰기에 정진해 2014년 문학춘추 수필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데 이어 서울 수필문학에도 통과의례를 거쳤다./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