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손으로 만드는 광주 마을공동체] (13)동구&동아’s 배우고 실천하며 마을네트워크·창업 꿈 키운다 경력단절 여성 마을내 재능기부·나눔 봉사 ‘눈길’ 외부강사료 ‘0’ 여성역량강화 자체적 전문가 양성 ‘아시아 음식거리’ 다문화 여성 아이템 공동개발도 오승지 기자

2019년 01월 29일(화) 19:15

마을에서 배우고, 재능기부하면서 창업의 꿈을 키우고 있는 동구아줌마들의 모임 동구&동아’s가 지난 2017년 찾아가는 달빛걸음 축제 당시 광주 동구 남초등학교에서 베트남 커피 시음회를 펼치고 있는 모습.

사회적기업, 마을네트워크로 시작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간, 시스템, 아이템 그리고 실질적으로 이를 운영할 인력이다. 행정기관 및 전문가들을 통해 먼저 자문을 구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운영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대부분의 절차다. 하지만 오로지 구성원들만의 힘으로 역량강화를 통해 마을 내 아마추어 전문가로서 마을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여성친화 마을이 있어 눈길을 끈다. 광주 동구에서 활동하는 동구아줌마들의 모임 동구&동아’s 이야기다.

◇‘알배놀잡’ 재능기부

동구&동아’s는 말 그대로 광주 동구 안에서 사는 동구 아줌마들이 모여 창업 아이템을 함께 공동개발하자는 취지로 삼삼오오 모이면서 시작됐다.

지난 한해 동구&동아’s는 ‘알배놀잡’이라는 슬로건으로 알찬 시간을 보냈다.

알배놀잡은 여성친화가 뭔지 ‘알고’ 공예·디저트 등을 ‘배우고’ 이를 하면서 ‘즐기고(놀고)’ 나중에 ‘일(job)’도 얻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3년 전 경력단절 여성과 이주 여성을 대상으로 무료 진행된 커피 수업에서 만난 인연으로 동구의 평범한 아줌마들은 조금씩 자신들만의 힘으로 자신들의 브랜드를 만들어 뜻 깊은 마을네트워크가 되기 위해 힘찬 발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동구&동아’s는 침체된 지역 문화센터와 청소년수련관, 북카페, 부녀회 컨테이너 등에서 게릴라 가드닝(정원 가꾸기)이나 실내 정원을 조성하는 등 주민들에게 자연친화적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했다.

자칫 노후 건물에서 풍겨 나오는 침체된 분위기를 동구&동아’s 회원들은 그간 갈고 닦아온 가드닝 기술로 건물 분위기 전체를 변화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문화센터에 외적으로 활기를 불어넣었다면 동구&동아’s는 자신들만의 기술과 재주를 재능기부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동구&동아’s 회원들이 지난해 9월 동구문화센터에서 진행된 헌혈증, 수공예품 1:1 무료교환 행사에 참여한 모습.

지난해 6월부터는 ▲게릴라 가드닝·실내정원 ‘시크릿 가든’ ▲성평등 도서들을 구입해 도서관에 비치한후 독서·독후·영화보기 활동을 통한 젠더감수성 교육 ‘여성, 바로알자’ ▲판매 가능한 수공예 제품을 목표로 레지던시 공간 운영 및 시제품 제작 및 공동제작 ‘줌마 공방’ ▲다문화 여성의 재능기부 ‘재능 살리고~ 살리고~’ ▲아시아의 차 문화 체험·교육 및 간식 아이템 공동 개발 ‘다(茶)잡고’가 큰 호응을 얻었다.

◇역량강화·아마추어 전문가 양성

동구&동아’s는 경력단절 여성 및 다문화 이주 여성들이 모여 자신들이 갖고 있는 재능을 함께 나누며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특히 광주 동구가 아시아 음식거리 특구로 지정돼 동구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동구&동아’s는 아시아의 차, 간식, 디저트 창업 아이템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배움과 나눔을 진행하고 있다.

동구&동아’s의 일원 중 손재주가 좋은 다문화 여성들이 네일아트, 리본공예, 자국 음식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으로 시집와 아이들을 키우며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일터를 일구거나 창업의 꿈을 키우는 다문화 여성들을 동구&동아’s의 주요 일원으로 적극 투입하면서 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또 경력단절 여성 중 직접 가족들에게 입히고 사용하는 섬유공예, 재활용품 디자인 업사이클링 프로그램을 마을 곳곳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것은 광주시의 지원에 따른 모든 지출 분야에서 외부 강사료는 ‘0’이라는 점이다.

외부 강사를 초빙하는 교육 형태가 아니라, 자신들의 기술과 재능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직접 배우러 다니고 아이템을 개발하기 위해 또 다른 전문가들에게 찾아갔던 것.

이를 통해 마을 네트워크 내 아마추어 전문가들의 재능기부로 다져가는 내실 있는 공동체, 자생적으로 스스로를 키워나가는 여성 역량강화를 실현하고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스스로 부딪히는 노력과 열정의 댓가로 동구&동아’s는 광주여성재단이 주최한 ‘여성친화도시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2번이나 대상을 받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동구&동아’s는 학운동, 지원동 등 동구 마을 내 다양한 여성단체, 모임과 연계·협력으로 보다 안전한 여성의 능력개발의 발판이 되겠다는 각오다.

이와 함께 마을의 아마추어 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들이 참여하는 진정한 ‘마을네트워크’를 추진하며 광주의 대표적인 여성친화마을로 발전할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평범한 동네 아줌마들 모여 우리만의 편안한 공간 마련”

조선주 동구&동아’s 대표

“동네 사람들이 함께 모여 맛있는 것을 먹고 마음껏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우리 동네만의 편안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들의 소박하지만 큰 꿈입니다.”

조선주 동구&동아’s 대표는 “평범한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 함께 무엇인가를 배우고 놀며, 서로의 고민을 나누며 갈고 닦아 온 역량이 헛되지 않은 1년이었다”고 지난 한해를 소회했다.

조 대표는 “아이들 키우고 전업주부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경력단절과 내 인생에 대한 고민을 오히려 진지하게 해보는 계기가 됐었다”며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다는 소망에 따라 조심스럽게 세상으로 발을 디딘 것이 동구&동아’s의 시작 배경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료로 제공된 커피 수업에서 만난 베트남 다문화 여성인 쩐티친웃(조은성씨)을 만나게 됐고,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무엇인가를 배우려는 그녀의 모습과 통역과 응대에 두각을 보이는 도안티히엔의 밝은 모습을 접하며 많은 귀감이 됐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한국에서는 특히 창업이나 일자리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젊은 다문화 이주여성들이 꿈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시행착오도 겪으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것에 용기를 얻었다”며 “나 자신을 비롯한 손재주 좋은 또 다른 이웃 언니들과 함께 소모임을 시작해 이제는 작지만 강하고 내실있는 여성친화마을로 성장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 대표는 “소모임을 시작한지 3년 차를 맞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건강한 먹거리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배우고 실천하는 한편, 천천히 마을기업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기반을 다져가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는 쉽게 도전하고, 한발 물러서고,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따로 또 같이 성장해 가고 있다”며 “그동안 나눔 공유공간을 통해 진행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동네 소통 공간을 마련해 지금처럼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작지만 큰 소망”이라고 미소지었다. /오승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