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태의 사주칼럼] 관상학의 현실

2019년 02월 06일(수) 17:51

중소기업을 운영한다는 40대 후반의 사장은 사업의 운(運)을 물어봤다. 운로(運路)의 흐름이 너무 안 좋아서 “지금은 정리할건 정리하고 무모한 욕심은 내지 마십시오”라고 운로를 설명해 주고 있는데 “그런데 선생님, 얼마 전에 관상만 가지고 운(運)을 본다는 분에게 상담을 했는데 제 상(相)이 워낙 좋다고 걱정하지 말라는데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의 상(相)은 기골(氣骨)이 장대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하며 관상의 외형(外形)을 보는 12궁(宮)부위와 신체의 골격이 균형을 이뤘고 얼굴에 트러블이 잘 생기지 않는 두꺼운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가히 관상의 외형만 보면 참으로 좋은 상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相)은 운명의 격(格)과 운로(運路)를 살피기가 쉽지가 않다. 관상을 몰라서가 아니라 운로의 흐름을 판단할 때 기(氣)와 색(色)을 가지고 살펴야 하는데 기와 색은 마음(心)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어느 한순간에 쉽게 사라지기도 하고 다시 드러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분이 상(相)은 잘 보셨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천기(天氣)로 볼 때 악운(惡運)이니 잘 대처하십시오”라고 말해줬다.

그러다가 그 남성은 반년 후에 다시 왔다. 필자는 습관처럼 상담자가 오면 먼저 관상을 살펴보는데 눈에 띄게 기색(氣色)이 안 좋았고 천기의 운도 안 좋았다. “그때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지셨네요”라고 필자가 말을 시작하자 그는 “네, 사실 저 부도 났습니다”라고 말을 했다. 헌데 그 다음 말이 가관이었다. “그때 말했던 관상가에게 제가 부도가 나서 갔더니 부도가 안 났다는 겁니다.”, “네?”라고 더 자세히 물어보니 “당신은 부도가 날 상(相)이 아니래요” 필자는 “아니, 지금 부도가 났잖아요”라고 말하니 “그러게요. 몇 번 부도가 났다고 해도 부도가 안 났다고 하니 나중에는 저도 진짜 부도가 난 것이 맞는가하고 자문해봤습니다.”

무슨 코미디 프로그램 대사 같은 말을 그는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다. 관상가가 워낙 강하게 부도가 날 상(相)이 아니라고 하니 마치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현실부정을 하게 된 것이다. 나중에 들은 소식으로는 부도 수습을 제대로 못하고 실형을 받았다고 한다.

현장에서 관상만을 보고 상담을 하신 분들을 싸잡아서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니다. 관상에서 운로를 살피는 것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관상학의 달인이 되려면 외형의 12궁(宮)부위는 기본이고 기(氣)와 색(色)을 살펴야 하고 천기의 운로(運路)도 같이 참고해야 좀 더 정확한 감명을 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