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향기따라 삶을 힐링하다] 전통문화관, 색다른 매력 속으로… 전통을 잇고 미래를 여는 빛고을 법고창신의 요람 |
| 2019년 02월 13일(수) 18: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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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개관 기념식과 축하공연의 사회를 맡아 진행했던 필자로서는 전통문화관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 그 날은 전날 내린 눈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무등산 봉우리는 하얀 눈을 뒤집어 쓴 모습이었다. 영하권의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몹시 추운 날이었다. 온몸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마이크 앞에서 공연을 소개하고 행사를 진행했다. 백제왕과 왕비의 일상을 재현한 창작전통무용 태평성대 공연은 물론 몸과 머릿속까지 얼어붙어 진행에 실수했던 것까지 하나하나가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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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 의재로 232번지. 전통문화관은 건축 연면적 2천618㎡, 국악당(서석당), 무형문화재 전수관과 전시관, 제각(새인당), 다도체험실(입석당), 남도의례음식체험실까지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출발했다. 주말마다 서석당이나 너덜마당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음식체험실에서는 광주시 무형문화재 남도의례음식장이 번갈아가며 음식강좌를 펼쳐 인기다.
전수관 지하 1층에는 10명의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상주해 전통국악과 무형문화재 기능을 가르친다. 판소리 동초제 방야순(방성춘) 명창, 판소리 강산제 이임례 명창, 남도판소리 박정자씨, 판소리 동편제 정춘실, 남도창동편제 박화순, 남도판소리고법 김남종 명고, 가야금병창 문명자, 이영애, 황승옥 명창이 입주해 있다. 평일이라도 이곳에서는 북소리, 노래하는 소리가 들리거나 맛난 음식 냄새가 후각을 즐겁게 자극한다. 눈과 귀, 입맛을 포함한 광주의 전통의 멋이 이렇게 계승되고 있다. 빛고을 법고창신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다.
1. 공간
전통문화관은 누구든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곳이다. 알다시피 전통문화관은 무등산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다. 증심사·약사사를 가려면 이곳을 지나야 하고, 입석대·서석대·새인봉·중머리재를 가려 해도 이 곳을 거쳐야 한다.
무등산을 배경으로 한 한옥 건물인 전통문화관은 가족·연인끼리 찾아와 사진 촬영하기 좋은 곳이다. 겨울엔 설경이 눈길을 사로잡고, 봄에는 진달래·산수유·벚꽃이 흐드러진다. 여름엔 그늘이 있고 가을엔 노랑 빨강 단풍으로 주변이 채색된다. 한 달에 한 번 쯤은 전통문화관에서 전통혼례를 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는다. 물론 이 곳에서 결혼식은 불가. 하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풍경 좋은 명소임이 이렇게 증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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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토요·일요상설공연
토요상설공연은 2012년 개관 당시부터 시작된 전통문화관의 대표적인 상설국악공연프로그램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서석당이나 너덜마당에서 열린다.
지난달 2019년 상반기 토요상설공연 공모 결과 54팀이, 광주는 물론 서울·경기·대전 지역에서까지 응모해왔다. 올해 첫 토요상설공연은 지난 9일 열린 개관 7주년 기념공연이라 할 수 있지만, 공모 작품 중에서는 오는 16일 전통타악그룸 ‘공존’의 ‘현재와 과거의 어느 비좁은 틈새에서’라는 특별한 공연이 첫 무대.
11월 말까지 40여 차례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2019년 일요상설공연은 전문성을 한 층 높인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다. 3월 한 달 동안은 판소리 무형문화재들의 무대로 채울 예정이다. ‘수궁가’가 일품인 조통달 명창이 문을 열고 김일구, 김수연, 유영애, 윤진철 명창 등이 정통 판소리의 멋을 선사한다.
4월 한 달은 전국 지역의 특징을 살린 굿판으로, 5월은 어린이를 위한 연희 작품, 6월엔 퓨전국악이 이어질 예정이다.
3. 무등산 문화지킴이 광주전통문화관
전통문화관은 2015년부터 매년 10월을 ‘무등울림’ 축제기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운림동의 여러 미술관과 주민들, 한국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증심사 등을 아우르는 무등산권협의회를 만들어 주민의 자율적 참여의 방향으로 축제를 진행했다. 10월이면 어디서나 문화예술행사로 넘쳐나지만 특별한 여유와 전통에 매료될 수 있다. 지난해엔 ‘광주시지정무형문화재의 날’을 지정해 매일 한 명의 무형문화재가 출연해 기능·예능을 가르치고 자신의 일을 설명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큰 호응을 받았다. 무등산 계곡에서 음악회도 열고, 전통예술분야 경연대회도 매주 진행했다. 올해 진행할 구체적 사업계획은 전통문화관을 중심으로 주민협의체와의 회의를 통해 앞으로 알려지겠지만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북구 충효동과 담양군 남면 지실마을을 보듬은 무등산권공동체문화프로그램 ‘풍류남도나들이’ 사업은 전통문화관의 영역을 무등산 전역으로 확대한 프로그램이다. 지난 3년간 충효동과 지실마을 주민들에게 문화와 역사를 매개로 식영정·소쇄원·환벽당·취가정에서 다양한 전통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올해는 무등산권의 근대 이후 인물사를 훑어보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4. 전통문화예술강좌
전통문화관은 남도의 문화재 보존과 전승을 위해 지어졌다. 특히 이를 강화하기 위해 광주시지정 무형문화재가 직접 강사로 나서는 전통문화예술강좌를 운영한다. 올해는 3월11일부터 판소리·가야금병창·판소리고법과 탱화·다례·민화 등 12가지 강좌가 진행될 예정이며 오는 28일까지 수강생을 모집 중이다. 매년 연초인 2월과 7-8월 여름철에는 남성들을 위한 요리강좌를 개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요섹남’ 시대, ‘먹방’이 대세인 흐름의 탓도 있겠지만 은퇴자들이 편하게 요리를 배워 집에서 가족을 위해 음식을 차려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설한 강좌에는 매번 수강생이 넘친다.
5. 체험프로그램 풍류노리
전통문화관은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유니크베뉴’(Unique Venue)에 뽑혔다. 공간과 시설, 프로그램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기 좋은 장소라는 의미다. 2016년 ASEM문화장관회의 만찬에서 무등산을 미디어파사드로 활용한 만찬을 진행해 호평을 받았고, 지난해 5월에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 총회 참석자들을 위한 만찬과 함께 국악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풍류노리’는 주말이 아닌 날, 혹은 특별한 손님들을 위해 국악이나 전통요리, 다도, 한복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이다. 외국인 단체 손님이 왔을 때 특히 권장할 만하다. 한국의 음악과 한옥, 한복 등을 체험한 외국인들은 감탄사가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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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해년, 전통문화관에는 특별함이 있다
2019년 전통문화관은 개관 7주년을 맞이해 미래를 향해 새롭게 도약할 참이다.
건물 안전도를 높이고 전시실 리모델링을 통해 상설전시와 기획전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무형문화재의 작품을 보여줄 수 있도록 변모된다. 광주시지정무형문화재 전수조사를 통해 전통 문화예술 전승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기존의 주말 상설공연과 강좌, 체험프로그램은 더욱 수준을 높여 시민에게 다가갈 계획이다.
특히 7-8월 개최되는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맞춰 광주시교통문화연수원과 함께 교통가족(버스·택시기사)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연극과 국악이 어우러진 공연물을 제작해 광주의 문화와 역사,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알린다. 7월에는 토요상설공연도 수영대회에 맞춰 특별 운영한다. 광주를 찾는 선수단과 관광객들을 찾아가는 국악버스킹을 경기장과 숙소 주변에서 보여주려고 준비하고 있다.
전통문화관에서 겨우 1년을 마치고 마치 모든 것을 다 아는 체 한 듯해 부끄럽다. 전통문화관은 우리 시민들이 충분히 자랑할 만한 곳이다. 외국인·외지인·관광객들의 반응에서 그걸 알았다. 외지 손님을 맞이할 때 갈 곳 없다고, 보여줄 곳 없다고 할 게 아니다. 우리의 전통, 빛고을 남도 문화를 오롯이 보여줄 수 있는 광주 전통문화관이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