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난안전 예산이 필요한 이유 이평형 |
| 2019년 02월 18일(월) 1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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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화된 형태의 화폐는 기원전 550년 중동의 고대국가 리디아에서 처음 만들어진 금화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도 금화와 은화가 보편적으로 사용됐고, 중국에서는 칼 모양의 철전이 사용되기도 했다. 이후 지폐 형태의 화폐와 신용카드를 거쳐 지금은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 되고 있다.
모바일 결제가 가장 발달한 곳은 중국이다. 우스갯소리로 중국의 길거리 노숙자들까지도 현금은 받지 않고 QR코드로 구걸을 한다고 할 정도이다. 우리나라도 카드뿐 아니라 ‘카카오페이’ 등 여러 가지 모바일 지불 수단이 추가로 등장하면서 스마트폰이나 카드 한 장만 들고 다니면 언제 어디서나 결제가 가능하게 되었다.
그런데 만약 전쟁이나 대지진 같은 큰 재난이 발생한다면 돈의 거래방식이나 가치가 어떻게 변할까? 대재난 시에는 전기와 통신이 끊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카드나 모바일 결제 시스템 등이 먹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생존에 필요한 물, 식량 등은 오직 현금 또는 현물끼리의 교환으로만 거래가 이루어질 것이다.
돈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거래수단이다. 신뢰를 주는 정부와 국민 서로간의 약속이 있기에 인쇄된 종잇조각에 불과한 돈이 유통되는 것이다. 재난 상황에서는 그 신뢰가 깨지거나 위협받기 때문에 돈의 가치도 낮아지거나 사라질 수 있다. 통화량의 증가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모든 상품의 물가가 전반적으로 꾸준히 오르는 경제 현상을 인플레이션 이라고 하는데, 실제 헝가리, 러시아 등의 나라가 심각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경험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재난시의 돈은 완벽히 신뢰하기가 힘들고 극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단기간의 국지적 재난이라면 현금의 가치가 중요해질 것이고, 장기적 재난이라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금은, 식량, 생필품 등이 더 선호될 것이다. 그래서 전쟁이나 재난이 발생 될 징후가 보이면 사람들은 은행으로 찾아가 현금을 찾고, 라면 등 생필품을 사재기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재난 상황의 혼란에 대비하여 돈과 생필품 등을 비축하고, 예방사업에 재정을 투입한다. 국가차원에서는 재난안전특별교부세가 해당하고,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재난관리기금과 재해구호기금이 될 것이다.
먼저 재난안전특별교부세는 국가차원에서 돈을 마련하여 지진, AI 등 재난발생시 신속한 재난대응 및 복구를 위하여 지방자치단체에게 재정수요를 보전해 주는 특별한 재원이다. 2018년 우리시는 총 282억원의 재난안전 특별교부세를 확보하여 2017년 204억원 대비 38% 증가한 예산을 확보하였다. 괄목할만한 성과다.
재난관리기금은 재난의 예방 및 복구에 따른 비용 부담을 목적으로 광역 또는 기초 지자체가 매년 적립해 두는 법정 의무 기금으로 우리 시는 의무적립액 1,281억원 중 812억원을 확보하여 적립율이 63%이다. 사실 과거에 우리 시는 재난분야에 대한 관심부족과 여의치 않은 재정여건으로 인해 재난관리기금을 제대로 적립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통세 연평균액의 1%에 해당’하는 재난관리기금의 기본적립액을 정상적으로 적립하고 있으며, 누적된 미적립금 확보를 위하여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재해구호기금은 재해구호물자의 구입, 재해 발생 시 이재민 생필품 지원 등에 활용되는 돈으로 ‘3년간 시의 보통세 세입결산액의 연 평균액 3%에 해당하는 금액’을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한다. 2018년에 372억원을 적립하였고, 2019년에도 294억원을 예산에 반영한 상태로 법정목표액을 모두 적립하였다. 작년 여름 갑작스러운 집중호우로 발생한 피해에 재해구호기금을 사용하여 피해주민 지원에 요긴하게 사용한 바 있다.
지난해에 우리시는 의회와의 긴밀한 동조를 통해 재난관리기금과 재해구호기금을 열심히 적립하였고, 계속 중앙부처를 방문하여 사업을 설명하고 예산지원을 요청하여 과거보다 훨씬 많은 재난안전특별교부세를 확보하였다.
또 재난안전분야에 대한 노력과 혁신으로 ‘2018년 재난관리평가 우수기관’, ‘안전한국훈련 최우수기관’, ‘재난상황관리훈련 우수기관’, ‘국가안전대진단 최우수기관’, ‘비상대비훈련 최우수기관’ 등 각종 훈련과 사업평가에서 상복이 터지면서 확보한 포상예산을 재해예방을 위한 사업에 재투자하였다.
‘기와 한 장 아끼려다 대들보 썩힌다’는 속담이 있다. 커지기 전에 처리하였으면 쉽게 해결되었을 일을 손 놓고 방치해 두었다가 나중에 처리하려고 하면 더 큰 힘과 더 많은 돈이 들게 된다. 재난을 예방하기 위하여 비축해 놓은 이 돈들이 사전에 유용하게 사용되어, 재난을 미리 예방하고 시민의 인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의미있게 활용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