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청년실업에 총학은 ‘업무정지’ [심층취재! '불꺼진' 대학 총학생회](상) 선거 무관심 팽배 전남대 2년째 공석·광주대 단일후보 역대 최저 투표율 학생들 “당면 현안은 취업…학생회 역할 와닿지 않아” 일부 대학 당선투표율 과반득표서 40%로 조정 움직임 문철헌 기자

2019년 03월 18일(월) 19:39

‘전학대회(전체학생대표 자치회의) 무산으로 인한 총학생회 업무 정지’.

대학교 총학생회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학생들의 대학생활 복지와 대의기구 역할을 도맡았던 총학이 저조한 선거 투표율과 학생들 무관심 속에서 명분을 잃은 채 존재마저 위협받고 있다. 최악의 청년실업을 대변하는 단적인 현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오전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실. 한때 학생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전남대는 개강을 한지 3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사무실은 ‘텅’ 비어 있다. 지난 2017년도 전남대 총학 선거 최종 투표율이 41.43%를 기록하며 과반을 넘기지 못해 무산됐고, 올해는 그보다 더 떨어진 투표율까지 기록한 탓이다.

총학 사무실은 ‘업무정지’ 문구가 붙여 있는 채 굳게 잠겼다. 내부는 마치 인적이 드문 창고의 분위기다. 조명은 꺼진 채 창문에서 들어오는 햇빛으로 내부를 밝히고 있는데다 책상은 옆으로 쓰러져 있는 등 방치된 사무 가구는 자욱한 먼지만 쌓였다.

사정이 이러하니, 단과대와 총동아리연합 회장 등이 참여하는 중앙운영위원회가 총학 직무대행을 하고 있으나, 역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중앙운영위가 지난 6일 올해 재보궐선거에 대한 의제를 다뤘지만, 정족수 미달로 이마저도 성사 되지 않았다.

재학생 박모(26)씨는 “학생들의 권익을 보장하고 복지에 앞장 설 학생대표 기관인 총학생회가 비어있는 게 마음은 아프지만, 실상 학생회에서 재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하는지 어떤 정책을 펼치는지에 대해 크게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씨 친구인 정모(26)씨도 “작년부터 총학이 공석이었음에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며 “축제 말고는 딱히 다른 일을 하는 것 같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단과대 학생회에 출마했다는 또 다른 학생도 “선거운동을 하다보면 10명 중 6명은 공약집도 봐주지 않고 지나간다”며 “지인들조차도 학생 선거보다는 학점과 자격증 시험 등 취업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총학의 위기는 비단 전남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광주대의 경우 지난해 11월14-15일 투표를 통해 45.6%로 단일후보가 당선됐다. 이는 총학이 지난 2012년 당선 투표율을 40%대로 낮추는 내용으로 자치규정을 변경한데 따른 것이다.

광주·전남지역 몇몇 대학에서는 이처럼 투표율 세칙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참여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만큼 어떻게든 총학생회와 자치기구의 공석을 채우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광주대 관계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총학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면서 학교 차원에서 학생회 존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총학생회 공석 사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신규 공약과 역점 사업이 부재하기 때문에 기존의 사업을 근근히 이어가는 실정으로 불이익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

모 대학 관계자는 “과거보다 학생들의 스펙이나 취직 등 개인적인 고민이 많아지다 보니 자치활동이 크게 위축되는 실정이다”며 “총학이 학생들의 대학 복지생활과 목소리를 대변하는 만큼, 그 피해가 학생들에게 갈 수 있다는 점에서 학교 측의 개입도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문철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