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징용 ‘가족’ 찾아주세요” 평생의 한 품은 피해자·유가족 집단소송 발표 후 참여 문의 쇄도 가정파탄 등 안타까운 사연 담은 다양한 증언·사연도 이어져 오는 25일부터 내달 5일까지 광주시청 민원실서 접수 가능 문철헌 기자

2019년 03월 21일(목) 19:30

미츠이(二) 다가와(田川)광업소에서 채탄중인 한국인광부. 이들은 허리조차 펼수없는 좁은 갱 안에서 보호장구도 없이 하루종일 혹사 당했다.

“일제강점기 큰아버지가 산속에서 동네 아이들 공부를 가르치다 갑자기 일본 헌병에게 끌려간 뒤 소식이 끊겼습니다. 지금까지 사망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행방불명자로 남아 계십니다. 친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큰아버지의 한을 풀어달라고 한 유언, 지금에서라도 꼭 지키고 싶습니다.”

일제 전범기업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2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이틀째 문의 전화만 60건에 육박했다. 집단소송 계획이 발표된 하루 만인 전날에는 35통에 달했다.

이들은 언론보도를 통해 집단소송 소식을 전해 듣고 시민모임 측 사무실로 연락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가 탄광에 끌려가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 등 강제징용으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털어놓기도 했다.

광주 북구 오치동에 사는 김복수씨는 “징용 간 아버지가 해방 후 돌아오실 때 리어카에 실려서 올 정도로 몸이 상하셨다”며 “이후 평생 병석에 계신 탓에 학교 문턱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배우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버지가 아파 계시니 가정이 다 파탄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며 “지금까지 억울하게 살아온 것이 서러워 집단소송에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담양의 이옥석씨는 “아버지가 1940년 북해도 해저 지하탄광에서 3년 동안 강제징용을 한 뒤 12월에 귀국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지하 1천m까지 내려가 속옷만 입고 탄을 캐느라 생고생을 했다는 얘기를 어렸을 때부터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강제징용을 갔다가 건강을 해치고 돌아와 국내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다든지, 또 군인으로 끌려갔지만 피해자 확인을 받지 못했다는 등 평생의 아픔으로 남은 사연들이 이어졌다.

앞서 이들 단체는 지난 19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인권회복을 위해 피해자들의 접수를 받아 일본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본격 접수는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2주 동안 광주시청 1층 민원실에서 진행된다. 민원실에 마련된 창구를 통해 신청서류를 받는다. 일본 기업을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하고 있거나 군인·군속으로 동원된 피해자는 참여할 수 없다.

소송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강제동원 피해심의 결정통지서,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위로금 등 지급 결정서,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면 된다.

시민모임 이국언 대표는 “여기 저기 몇 곳 물어 보다 전화하신 분들 목소리에 오랫동안 정부의 관심에서 소외돼 온 피해자들의 절박한 심정이 묻어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모처럼 지역사회가 함께 뜻을 모았는데, 조금이라도 한을 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철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