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태의 사주칼럼] 조화(調和)

2019년 04월 17일(수) 18:34

선(善)과 악(惡)이란 것은 존재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주관이나 관점에 의해서 달라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9·11테러’가 발생했을 때 모든 미국인들과 그 우방들은 절규하고 슬퍼했다. 그리고 테러단체와 전쟁을 선포하며 이라크와 전쟁을 일으키고 수많은 이슬람인들을 죽였고 결국에는 빈라덴도 생방송으로 중계하며 사살했다. 하지만 이슬람의 입장에서는 9·11은 하나의 성전(聖戰)으로 봤고 서방세계로 인해 자신들의 영토와 권리를 빼앗겼다며 미국과 서방세계를 원망했고 빈라덴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의 죽음에 통곡을 했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는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위대한 애국자이지만 그 당시 일본의 입장에서는 안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봤을 것이다.

똑같은 것도 어떤 사람에게는 진실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거짓일수 있다. 그러한 차이는 감정과 주관이 있는 사람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똑같은 것도 어떤 순간에는 옳고 어떤 순간에는 틀릴 수 있다. 이것은 그 당시의 감정과 상황에 의해서 변하는 인간의 마음 때문에 그렇다.

서양의 종교와 철학 중에 이분법적 사고가 있다. 이는 ‘이것이 옳으면 저것은 그르다. 이것이 희면 저것은 검다. 이것은 신성하고 저것은 악하다’라는 논리다.

이러한 논리는 오류가 많다. 삶은 흙과 백으로 나뉘어 있지 않다. 삶의 많은 부분은 회색으로 이뤄져 있다. 면밀히 살펴보면 회색이 가장 연한 곳이 흰색이고, 회색의 가장 진한 곳이 검은색이다. 결국 그것들은 회색이 확장된 색이다. 실제는 회색으로 돼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어디까지가 회색이고 어디까지가 회색이 아닌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

옳고 그른 것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만일 누군가가 절대적으로 옳은 것만 주장하고 고집한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절대적으로 옳지 않은 것으로 인해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나만의 주장은 모든 다툼과 전쟁의 씨앗이 된다.

우리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이 상대적인 세상에서 조화롭게 살아야한다. 인생 상담을 하면서 가장 많이 부딪히는 것이 사람과 사람끼리 자신이 주장만 옳다고 말하고 자신의 관점대로 살려고 할 때 다툼이 생기고 사건이 생기는 것을 본다. 이해 당사자의 말을 들어보면 각자 입장에서는 모두 맞는 말이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전혀 틀린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은 조화를 가지라는 말이다. 음양(陰陽)의 조화를 가질 때 평화와 이상세계가 열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