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이낙연…호남 총선 최대 변수 부상 창사28특집 21대 총선 광주·전남 전망 李총리 민주당 간판될 경우 호남 ‘표 쏠림’ 예상 ‘세대교체론’, ‘문재인 키즈’ 약진 여부도 관심사 김진수 기자

2019년 06월 02일(일) 18:21

내년 4월15일 치러지는 제21대 총선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이 텃밭인 광주와 전남을 두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총선까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 야권발 정계개편 등의 변수가 있어 이를 둘러싼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내년 4월 광주·전남에서 치러질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최대 변수는 2개다.

하나는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선거법 개정 문제, 다른 하나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 총선 결과를 책임지는 선대위원장 자리를 맡느냐 여부다.

선거법 개정 문제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는데다, 단순히 인구수 기준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농어촌지역구 문제 등 여러 변수가 남아있어 현 시점에서 예단하기 힘든 것이 사실. 하지만 민주당과 야3당이 합의한 지역구 225석(비례 75석) 안으로 개편된다면 광주와 전남은 각각 2석의 지역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구 획정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매우 복잡하고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 작용한다. 예컨대 여당과 야당 후보 간에 대결하는 것 뿐 아니라 같은 당 내부에서도 선거구가 어떻게 겹치느냐에 따라 같은 당 후보끼리도 ‘피 튀기는’ 싸움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가 몇 석이 줄 것이며, 또 어떻게 조정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선거법 개정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 논의하는 데 한계가 있다.

차기 대권주자로 발 돋음 한 이낙연 총리가 내년 4월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가 여부는 호남의 총선판도를 가늠할 때 놓치면 안 될 중요한 변수다.

이 총리가 총리직을 내려놓은 뒤 내년 총선에서 광주·전남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 지원유세를 다닐 경우 지역민들의 호응은 대단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가 전국적, 또는 호남권의 총선을 책임지는 어떤 ‘간판’을 맡게 될 경우 지역민들은 김대중 대통령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광주·전남 출신 대권주자로 부상한 이낙연 총리에 대한 결집을 마다하지 않을 전망이다.

그의 역할론은 자신이 직접 선거전에 나서는 ‘격전지 출마’와 당의 간판으로 선거판에 나서는 ‘진두지휘’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이 총리가 정치적 상징성이 큰 서울 종로에 출마해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같은 거물급 야당 인사와 맞붙는 방안이다. 그런데 서울 종로는 여전히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버티고 있다. 당의 전략적 판단에 의해 주자를 바꾼다하더라도 이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쪽으로 무게 추가 기울어져 있다.

후자는 민주당 공동 선대위원장 중 1인이 돼 특히, 호남권 총선을 책임지게 한다는 가설이다.

이 가설이 실제로 실행된다면 호남권 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호응이 클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호남향우 뿐 아니라 중도층 유권자들에게도 ‘이낙연 카드’가 먹힐 수 있다는 분석인 것이다.

광주·전남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바람이 거센 지역이었다. 광주 8석, 전남 10석 도합 18석의 의석 중 당시 민주당이 얻은 의석은 이개호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 고작 1석이었다.

이후 재보선을 통해 광주에서 1석(송갑석), 전남에서 1석(서삼석)을 늘리면서 광주·전남에서 3석을 보유 중이다. 그리고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쪼개지는 과정을 거쳐 광주·전남 국회의원 18석은 민주당 3석, 평화당 9석, 바른미래당 4석, 무소속 2석으로 분화했다.

현재 광주·전남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 내년 총선에서는 민주당의 강세가 예상된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물론, 호남이 어느 한 정당에 의석을 몰아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민주당-자유한국당 구도의 양당 체제 때보다는 국민의당이 함께 있었던 ‘3당 체제’ 때가 국가예산 확보와 지역 인재의 중앙 발탁 등에 훨씬 효과적이었다는 정치적 학습효과가 지역민 사이에 퍼져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광주·전남 정치권에서 입지자들이 출마 채비에 나서는 등 총선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광주·전남지역 민심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진다.

전국적 상황에서 볼 때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 맞서 표 대결을 벌이고 있는 유력한 정당은 자유한국당이지만 호남, 특히 광주·전남에서 자유한국당은 ‘해체돼야 할 정당’으로 불린다.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보면 광주·전남에서 자유한국당 간판으로 지역구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은 단언컨대 없다.

따라서 광주·전남에서 집권여당 민주당에 대항할 단일 ‘호남 야당’이 탄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고 그 목소리에 의해 ‘호남발 정계개편론’이나 ‘제3지대론’이 유지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때 관심을 끌었던 ‘호남발 정계개편론’과 ‘제3지대론’도 현재는 약발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평화당과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이 힘을 모아봐야 총선에서의 ‘파괴력’을 기대하기란 난망하다는 것이다. 평화당과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차라리 내년 총선에 인물론을 내세워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내년 호남 총선에서 또 하나 주의 깊게 지켜봐야할 부분은 이른바 ‘세대교체론’과 ‘문재인 키즈(kids)’의 약진 여부다.

광주·전남 지역구 의원 18명의 선수(選數)는 천정배 의원이 6선으로 가장 높고 박지원·박주선·주승용·김동철 의원이 4선, 장병완·이정현 의원 3선, 이개호·황주홍·권은희 재선, 나머지 8명은 초선이다.

지역정가에서는 중진으로 구분되는 3선 이상 국회의원 중 21대 총선에서 살아 돌아올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재선인 권은희 의원은 아예 “정치에 환멸을 느껴 더 이상 출마를 안 할 것 같다”는 소문도 돈다.

또한 초선 의원 중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현역의원들의 낙마도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에 국회의원 물갈이 폭은 호남 총선 사상 최대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내년 총선에선 전국적으로 ‘문재인 키즈’의 바람이 거셀 전망이다. 충성심이 강한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발탁해 지역구 후보자로 출마시키거나, 각 분야에서 새로운 인재를 비례대표로 나서게 해 여당 국회의원 당선자의 1/3-1/2 정도를 ‘문재인 키즈’로 채우려 한다는 말도 돈다.

광주·전남에서 ‘문재인 키즈’의 대표 격은 양향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이다. 2016년 문재인 당대표 시절 영입된 양 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광주 서을’에서 출마해 낙선했고, 민선7기 광주시장 민주당 경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력을 갖고 있다.

민주당의 입장에서 ‘광주 서을’은 ‘광주 서갑’과의 통합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다, 이미 광주 서갑에 자당 소속의 송갑석 의원이 버티고 있어 양 원장을 서구 쪽으로 밀어붙이기도 부담스런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 당내 중진인 최 모 의원은 “양 원장의 경우 수도권 쪽으로 지역구를 이동하거나, 비례대표 쪽으로 배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광주·전남 여러 선거구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비서관·행정관 출신 인사들이 당내 경선을 준비하는 만큼 이들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거리로 등장했다./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