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무대 저편 또 다른 이야기] (8)발레의 로망 ‘토슈즈’ 토슈즈 안에 감춰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

2019년 06월 06일(목) 17:34

광주시립발레단 상임단원 발레리나 신송현.

발레리나의 아름다움의 상징이자 소녀들의 로망, 달콤한 분홍빛 색채의 신비롭고 가벼운 날개를 단 듯한 천상의 구두 토슈즈.

그리고 토슈즈 안에 감춰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레리나의 발.

토슈즈를 신는 발레리나의 아름답고 가벼운 움직임은 토슈즈만이 가진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발레리나들이 처음부터 토슈즈를 신었던건 아니었다고 한다.

무용수들은 점점 가벼운 움직임에 집중하면서 기교를 발달시키게 됐고 1820년 처음으로 발끝으로 서는 기술이 만들어졌다. 19세기에 접어들어 발레의 낭만주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예술가들은 발레리나에게 금방 깨질 것 같은 나약함과 날아갈 것 같은 환상을 위해 토슈즈를 신김으로 환상을 구현했다고 한다.

낭만발레 시기의 탈리오니가 신었던 신발은 오늘날 우리가 아는 토슈즈와 똑같지는 않았다.

그 당시의 슈즈는 부드러운 공단과 가죽으로만 만들어졌을 뿐 단단한 지지대가 없었기에 발레리나들은 짧은 시간 동안만 발끝으로 설 수 있었으며, 를르베(Releve·바닥에서 하늘로 쳐드는 것), 피께(Pique·한쪽 다리로 지면에 꽂아서 이동하는 동작), 부레(Bourree·종종걸음으로 움직이는 것) 등 대부분 두 발로 수행하는 단순한 동작만 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발레 테크닉이 보다 발전하고 정확해지고, 많은 회전과 균형 잡기 위해 개선되면서 오늘날 발레리나들이 신는 토슈즈로 완성됐다.

처음 발레를 배운다면 토슈즈도 신어봐야 하지 않겠냐는 막연한 호기심과 로망을 꿈꾸다가 발끝으로 토슈즈를 신는 모습을 보면 아프고 고통스러울 것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막연히 발끝의 힘으로만 서있을거 같은 토슈즈를 보면 발가락을 덮는 앞부분이 매우 견고하게 여러 겹의 종이를 아교로 고정시켜 한발 끝으로 섰을 때 발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끝부분이 평평하게 돼 있다.

발레리나의 토슈즈.

토슈즈 바닥은 반듯하고 강하고 견고하게 만들어져 익숙해질 때까지 발목의 힘을 기르는 연습을 해야만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토슈즈 초보자를 위해 정확하고 아름답게 토슈즈 신는 법을 이야기 해볼까한다.

먼저 토슈즈 신을때는 발가락의 올바른 중심잡기와 하체의 정확한 움직임에 신경을 써야 한다.

꼬리뼈는 아래로, 등은 위로, 허벅지도 위로 끌어 올리며 몸의 등판은 길게, 골반은 위로, 갈비뼈는 아래로 내려서 몸의 앞판은 짧게 해줘야 한다. 중심이 잘 잡혀야 가장 안전하고 가볍게 서 있을수 있다.

그리고 새끼발가락쪽으로 중심이 가지 않게 엄지발가락쪽으로 더 힘을 줘야 하며 언제나 턴아웃이 되도록 허벅지 안쪽 근육을 더 타이트하게 잡아줘야 한다.

이런 연습을 통해 곧은 다리 라인을 유지되며 전신의 균형을 잡고 무릎과 허벅지, 복부의 근력도 잘 단련될수 있다.

다리의 힘도 중요하지만 선의 예술인 발레에서 발끝라인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발레에서는 무릎이 들어가야 하고 발등은 무릎보다 튀어나와야 춤 출때 선이 아름답다. 특히 포앵뜨(Pointe·까치발)를 했을때 발목부터 부드럽게 둥근 곡선이 그려지는 높은 발등을 가진 발레리나의 모습이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높은 발등과 아치형으로 움푹 파인 발바닥 등 ‘나올 땐 나오고, 들어갈 땐 들어간’ 발이 빚어내는 곡선은 말 그대로 예술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토슈즈 동작은 여성 무용수들에게만 해당되는 동작들로 포인트 슈즈 연습은 강하고, 우아하며, 업(Up), 다운(Down) 의 동작을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보이기 위해 끊임없는 연습을 해야한다.

발레리나에게 있어서 토슈즈는 신체의 일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에 발과 완전히 밀착돼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야 최고의 기량을 충분을 발휘할 수 있다.

글쓴이 노윤정 안무가는 조선대 무용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 전남대 체육대학 박사를 수료했다. 2016년 제25회 전국무용제에서 대통령상과 안무상, 제25회 광주무용협회 신인상, 2017년 제31회 광주시교육감배 전국학생무용경연대회에서 안무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광주무용협회 이사, 광주시립발레단 상임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과거 온라인상에 강수진의 발이 담긴 사진 한 장이 공개되며 큰 화제가 되었는데 공개된 사진 속의 강수진의 발은 여기저기 물집이 잡힌 데다 울퉁불퉁한 모양으로 변형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런 강수진의 발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그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무대 뒤에 숨겨진 혹독한 연습의 흔적에 대중과 언론은 뜨거운 관심을 표했다.

이렇듯 무대 위에서 우아하게 춤추는 발레리나의 발을 보기전 분홍빛 비단에 감싸진 토슈즈안의 상처는 영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레리나의 발은 많은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그녀들이 지금까지 걸어왔던 고난과 역경, 지금까지 흘려왔던 땀과 눈물, 그리고 그녀들이 펼쳐왔던 화려한 무대들…이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