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판 젠트리피케이션’ 학생활동 거점 전남대 ‘민주마루’ 김종민 기자 |
| 2019년 06월 17일(월) 19:16 |
전남대학교 대강당은 1975년 건립돼 학생자치의 중심으로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소음피해 걱정 없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1980년 총학생회 재건 시기에는 당시 재학 중이던 박관현 열사가 발표자로 참가해 화제가 됐던 ‘학원자율화 공청회’가 실시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1977년에는 박효순 열사의 주도로 알베르 카뮈의 연극 ‘정의의 사람들’이 공연된 바 있다.
전남대의 주요 역사에서도 자주 등장할 만큼 대강당은 학생활동의 거점이었으나 2015년-2016년 리모델링을 거쳐 현재의 민주마루로 재탄생하면서 이후 학생들은 이제 더 이상 이 곳을 이용하기 어렵게 됐다.
학벌없는사회를위한 시민모임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2014년-2018년 사이의 민주마루 대관현황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리모델링 전인 2014년-2015년 3월까지는 약 40여회의 대관 중 4개 행사를 제외한 모든 행사들이 동아리들의 연습이나 공연, 학생회 행사 등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리모델링 이후에는 정반대로 2016년 5월-2018년 사이 약 55회의 대관 중 학생자치 활동으로 대관된 것은 2017년 기독연합회 복음 토크 콘서트와 2018년 총학생회 출범식 단 2회였다.
학생 행사에 대한 대관을 거부하고 외부 행사나 예술대학 주관 행사 위주로 민주마루를 사용한 결과 활용 횟수 자체도 줄었다. 리모델링 전인 2014년에는 34회 대관됐으나 리모델링 후인 2017년 20회, 2018년 20회에 그쳤다(공사로 인해 사용을 못하는 기간이 있었던 2015년, 2016년은 비교에서 제외).
결과적으로 학생 활동이 활발했던 대강당에서 학생들을 쫓아내고 활용 자체도 더 적게 하고 있는 셈이다. ‘대학판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민모임은 “학생들은 꾸준히 대관을 요청하지만, 대학본부는 참여 인원이 적다는 이유로 대관을 거부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용봉홀 컨벤션홀 대관을 권장하나, 해당 건물에서 대학원 수업이 이뤄져 소음을 이유로 대관이 자주 거부되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자치 활동을 이유로 통과된 예산을 정작 학생들을 기존 공간에서 쫓아내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며 “가난한 예술가들이 주민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으로 지역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가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재개발이 실시돼 정작 예술가들과 원주민들은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과 매우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전남대는 최근 추진되고 있는 학생회관 리모델링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1970-80년대 지역의 문화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을 만큼 긴 역사의 전남대 극문화 연구회가 오래전부터 사용 중인 동아리방을 당사자들과의 아무런 사전논의 없이 용도변경하려 하고 있어 당사자들의 반발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모임은 “전남대는 학생을 배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현재와 같은 정책기조를 수정하고 시설물을 개방해야 한다. 또한 리모델링 등에서 기존 학생이용 공간을 축소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과의 논의를 거쳐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김종민 기자
김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