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중심 청년일자리 창출 현장을 가다] (하)지역자원 연계형 스페인 BCC 미식관광으로 청년일자리 창출 ‘주목’ 요리사관학교 각광…창업 지원 시스템도 맛·지역자원 활용 일자리 연계 고민해야

2019년 07월 07일(일) 19:11

산 세바스티얀의 전망좋은 주택가 언덕위에 위치하며 요리를 연상하는 그릇모양의 BCC건물은 방향과 위치 그리고 날씨에 따라서 색상과 모양이 달라지는 디자인 공모작이다.

피레네산맥을 따라 대서양을 마주한 스페인 북부 바스크지방의 산세바스얀. 이곳은 유명한 레스토랑과 쉐프들의 음식을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세계적인 미식관광의 도시다. 연수단이 방문한 곳은 요리사관학교라 할 수 있는 바스크컬리너리센터(BCC)로, 지역자원을 활용해 어떻게 청년일자리 창출과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산세바스티얀이 속한 바스크지방은 가장 오래된 유럽이란 자부심과 프랑코와 나치정권에 항거하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한 탓에 스페인보다 강한 바스크문화와 전통으로 바스크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산세바스티얀 인구는 18만명 정도지만 미슐랭가이드에 등재된 곳이 35개나 된다고 하며 조그만 빵 위에 여러 가지 재료를 올려서 간단하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핀초바가 50여군데나 있어서 미식투어의 성지가 되고 있다.

박상하 ㈔빛고을정책연구센터이사

지금까지 관념적으로 ‘요리하면 프랑스’를 연상하던 것은 이제 잊어야 할 것 같다. 부엌의 언어는 스페인어라는 말이 실감나듯 1970년대 페란 아드리아와 같은 세계적인 요리사가 전통식 요리에서 현대적 변화를 통해 미식산업의 혁신을 이끌었던 것을 계기로 바스크지방 12명의 요리사들이 미식산업의 혁신을 시도하게 됐다고 한다.

이러한 미식산업의 변화를 기반으로 2011년 시정부와 민간기업 그리고 유명요리사들이 함께 BCC재단을 설립해 몬드라곤대학이 운영을 맡는 형식으로 개교한 BCC는 주택가 산등성이에 위치한 그릇모양의 독특한 건물로 디자인마저 예사롭지 않았다. 학부와 석사과정 및 비전문가 과정까지 개설돼 전문 직업훈련과 창업 및 일자리창출에 혁신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현재 540명의 학생과 50명의 교수진, 115명의 직원 그리고 32개 국가에서 온 유학생이 30%를 차지하며 연구혁신센터가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학부는 4년제 미식조리학으로 매년 100명의 신입생을 선발해 학제간 융합과 국제적 학습을 실시하고 세계 각국에서 인턴을 실시하는 것을 비롯, 석사과정 7개는 몬드라곤대학 학위과정이며 1개는 EU학위과정으로 운영한다. 일반인을 위한 비학위과정과 특별과정도 운영하되 모든 과정은 체험학습(learning by doing)방식으로 운영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연구혁신센터는 실험적 연구와 창업지원을 위해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들이 결합해 조사, 혁신, 기업가훈련 3가지 분야로 구성돼 있는데 단계별 기업가 훈련프로그램과 창업 인큐베이팅 그리고 블록체인과 AI 등 새로운 환경과 기술혁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또한 산세바스티얀 외곽에 있는 과거 담배공장 건물을 리모델링해 창업인큐베이팅과 협업공간의 리빙랩을 구축하고 연구와 실험을 직접 실행할 수 있도록 진행중이다. BCC 졸업생의 15%가 레스토랑이나 음식점을 창업하는데 실제 저녁식사는 24살의 젊은 청년이 운영하는 곳에서 했는데 너무나 친절하고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요리를 우리에게 설명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연수단은 이곳 미슐랭 3스타로 알려진 아켈라레(Akelale)라는 해산물 요리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행운과 함께 오너 셰프인 페드로 수비하나레사와의 즐거운 만남에서 21세기 미식관광이 새로운 신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BCC는 이론과 다양한 요리를 과학과 융합하는 학제간 연구를 통해 미식과학, 뇌과학, 음식쓰레기 재활용, 4차산업 관련 연구도 진행하고 있었다. BCC는 창업에 대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워크숍, 기업훈련, 신규창업지원, 창업후 역량강화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BCC졸업생의 절반 가량은 요리사로 나머지 절반은 연구나 교육, 조사분야에 종사하며 실습과 인턴과정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취업하게 된다.

BCC의 호세마리 아이제가 대표의 강의에서 어떻게 스페인이 새로운 프랑스가 됐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스페인 곳곳에 BCC출신의 젊은 요리사가 진출하고 있으며 전문직업인으로 자리매김해 존중받는 직업군이 됐다고 강조한다. 또 미식산업은 사회경제뿐만아니라 전략적으로 중요하며 인류의 가치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바스크지방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몬드라곤 협동조합이 있는 곳이며 미식관광이라는 새로운 혁신과 가치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크다. 광주·전남지역은 오래전부터 예향과 미향으로 알려져 남도음식과 김치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산세바스티얀이 미식관광산업을 일자리창출로 연계해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사례를 보면서 지역자원을 어떻게 혁신해야할 지 새로운 과제와 고민을 모두가 함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