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원한 것은 없다 김희준 |
| 2019년 08월 01일(목) 18: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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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찰 인사 이동으로 승진을 하거나 원하는 보직에 간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기대했던 인사를 받지 못한 고참검사들은 검찰 조직에 남아야 할지, 사직하고 변호사 개업을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게 마련이다. 그 순간의 고민들은 마치 인생이 걸린 것처럼 심각하고 중대하다. 이러한 고민을 필자에게 상담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필자는 “자리는 영원히 내 것이 될 수 없고, 지나고 보면 찰나의 순간이고 인생은 뭐가 좋은지 알 수 없으니 마음 편히 먹고 신중히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을 해준다. 머물러 있든 나오든 뭐가 좋을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 그 당시에는 그 일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것처럼 생각 들어서 안절부절하지 못하지만 지내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권력이나 소위 세속적인 의미의 ‘좋은 자리’라는 것은 평생 자기 것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과 몇 년 후 짧게는 몇 개월 후 그만둘지도 모르는 자리를 마치 평생 그 자리에 머물 것처럼 거만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자신과 자기자리를 혼동하는 것이다. 실제 예전에는 겸손했던 사람이 직위가 올라가면서 변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검사 출신 변호사로 활동하다 권력의 최고 핵심부서로 간 후배가 있었다. 그 후배는 검사로서나 변호사로서 늘 겸손한 자세를 유지해 인품이 훌륭하다는 좋은 평을 들었다. 그런데 사람이 변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타인을 대하는 자세가 어찌 거만한지 예전의 그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평소 그 후배의 인품을 잘 알고 있는 필자는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상갓집에서 그 후배를 우연히 만났다. 다른 자리에서 검사들과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는데 마치 상전처럼 거만하게 행동하는 것이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매우 안타까웠다. 그토록 순수했던 그도 어떤 자리에 도취되니 변했다는 생각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지나고 나면 찰나의 순간에 불과한데도 그 순간에는 그걸 잘 모른다.
권력도 이와 마찬가지다. 그 역시 찰나의 순간일 뿐 영원하지 않지만 집권을 하면 마치 계속 그 권력을 보유할 것처럼 행동한다. 잠시 가지는 권력임을 망각하면 거만해지고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하는 것은 다 개혁이고 선한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반대하는 것은 개혁에 저항하는 것이며 척결해야 할 대상이라고 몰아붙인다. 이분적법 사고에 사로잡혀 아군 아니면 적으로 구분한다. 비판을 한다고 다 상대방 편이 아님에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건전한 비판도 자리잡기 어렵다. 자기와 생각이 같은 사람이나 겉으로 생각이 같은 척 하는 사람하고만 일을 하려고 한다. 그 사람의 실질적 능력이나 자질은 잘 살피지 않고 오직 내 편인지 상대방편인지가 가장 중요한 인사기준이 된다. 국가를 잘 경영하기 위해서는 널리 인재를 등용해야 함에도 자기계파끼리만 회전문 인사를 한다. 이에 대한 건전한 비판적 의견은 귀담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집권 전에 자신들이 비판했던 잘못된 행동들을 그대로 답습한다. 마치 데자뷰를 보는 듯하다. 이런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국정운영이 될 수 없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저 잠시 머물고 잠시 가질 뿐이다. 누구나 언젠가는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그러므로 기회가 주어졌을 때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권력과 자리에 도취되면 그 자신뿐만 아니라 그들을 믿고 따르는 국민들이 불행해진다. 지도자는 감정에 휘둘리거나 대중을 감정적으로 선동해서도 안된다. 대중은 흥분하더라도 언제나 냉철한 이성으로 국민을 위하는 진정한 길이 무엇인지 늘 고민하면서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이 살고 국민이 행복해진다. 반칙과 편법을 없애야 한다. 자기편만 챙기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반칙과 편법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잘해야 한다. 그래야만 후회가 없고 국민들이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