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신호가 오고 있는가? 박대우 |
| 2019년 09월 05일(목) 18: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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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사람의 몸과 같다. 우리의 몸은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 전에 반드시 어떤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숨이 가빠지거나, 평소와 달리 이상 징후를 느끼게 되면 우리 몸이 보내는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위축되기 훨씬 이전부터 여러 가지 지표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앞으로의 우울한 경제 상황에 대해서 사전에 보내오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지난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4%다.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5년 이래 처음이어서 대한민국이 디플레이션(Deflation) 현상에 접어들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올해 들어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3분기 연속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개월 연속으로 0%대 이하를 기록한 것은 전형적인 경제침체기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물가가 떨어지면 가장 먼저 소비심리가 위축되기 시작하고, 이로 인해 기업의 수익이 악화되면서 근로자의 소득도 줄어들게 된다. 국민들의 지갑이 얇아지면 또 다시 소비가 줄어드는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실물 경제에 있어서 디플레이션의 장기화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힘들게 하고, 나아가 국가경제를 침체시키는 위험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지표를 두고서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일시적이고 여러 가지 정책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2%대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현상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것이다. 정부도 디플레이션 발생 우려를 적극적으로 진화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 담당자는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소비 부진의 영향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연말부터는 물가 상승률이 0%대 중후반 수준까지 올라오게 된다는 것이다.
경제적 상황에 대해서는 전문가들과 담당자들 사이에 상반된 시각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수익을 얻게 되면 누군가는 손실이 발생하는 대립의 시장원리 자체가 양극단의 시각을 필요로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수출중심의 국가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대단히 높은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관세전쟁의 여파는 커다란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일본과의 경제적 긴장관계로 어려운 여건이 추가되고 있다. 그동안 특정국가 중심의 무역편중 현상을 분산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여전히 이들 나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어서 지금과 같은 경색국면에서 대한민국의 공간이 협소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 결국은 내수 진작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이다. 정부가 2020년도 예산을 513조5천억원이라는 메머드급 예산으로 책정한 것도 바로 내수를 살리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어렵지만 앞으로도 시장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까 정부가 먼저 나서서 돈을 풀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 확장적인 재정정책에 나서는 것은 불가피하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올해에도 적지 않은 예산을 시장에 공급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재료도 받아들이는 시장이 건강하지 않으면 그 효과는 낮아질 수밖에 없는 이치와 똑같은 현상이다.
글로벌 경제시대에는 대외적인 현상과 국내 상황이 거미줄처럼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만큼 시장이 보내는 신호의 함의도 다양하고 난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장이 보내는 신호를 누군가는 적색으로 해석하고, 누군가는 청색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니 그렇게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그렇게 각각의 반응이 서로의 해석을 받아들이고, 인용하는 자세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 당국자에게 꼭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
“시장은 늘 당신의 상식에서 벗어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