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펜의 기억으로 남다 정금숙 시

2019년 10월 21일(월) 18:54

머릿속의 기억은 잊혀지고
손 글씨의 기억만
또렷한 날들이
책장 맨 아래서
가냘픈 숨을 쉬고 있다
가장 행복했던 날
힘들었던 날
웃음꽃이 피어났던
울음이 스몄던 날들이
누렇게 뜬 종이에
삽화처럼 남아 있다
아주 오래 전
밑줄 그으며 소중하게
살았던 날들이
아직도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해설> 시는 내면에 흐르는 정서의 표현이지만 삶의 흔적을 남기는 기록이기도 하다. 언젠가 써놓은 시를 읽다보면 옛날의 풍경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시인은 붙잡을 수 없는 대상물을 언어라는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
<약력> 서석문학 등단(2009), 광주시문학상 작품상수상(2018), 한국문인협회원, 광주문인협회 이사, 광주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