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섭게 앞서가는 중국의 에너지 정책 이정희 |
| 2019년 10월 29일(화) 18: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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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은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총서기에 선출되면서 ‘중국몽(中國夢)’을 꺼냈다. 그리고 이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 정의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계획은 중국몽이라는 추상적 비전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 중 하나다. 2049년 완공 목표로 중국을 중심으로 유라시아 64개 국가의 교통, 무역, 에너지 인프라 구조를 재편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GEIDCO는 ‘일대일로’의 한 축으로 중국의 글로벌 에너지 연계를 위한 국제기구다. 최근 북경을 방문하여 GEIDCO의 우슈안 사무총장을 만났다. 그에 따르면 중국은 광활한 서부지역, 몽골 고비사막의 재생에너지를 동부로 송전하고, 이를 해저로 한국까지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며, ‘일대일로’ 추진의 일환으로 과거 실크로드를 따라 유럽, 아프리카까지 송전망을 연결하여 유럽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등 글로벌 에너지 연계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라고 한다. GEIDCO의 홍보 동영상은 깜짝 놀랄 정도여서 한전이 벤치마킹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방문한 국가전망 소속 기술연구원에서도 놀랄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중국이 불과 2년 만에 서쪽 신장 지역에서 동쪽 안후이 지역을 잇는 ±1,100kV, 선로 길이 약 3,300㎞에 달하는 초고압 직류 송전선로(UHVDC)를 완성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송전 기술이 축적된 경험으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선 것이다. 엄청난 연구와 실험의 결과다. 츄리닝 바지에 가운만 걸친 칭화대 박사 출신 여성 연구원의 모습에서 굴기하는 중국을 느낄 수 있었다.
한전 최초의 해외 신재생사업인 내몽고 풍력단지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단일 발전지역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남한 면적의 10배에 달하는 내몽고의 광대한 구릉지역에 끝도 없이 많은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불과 20년 사이에 중국은 전력부족에서 넘치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중국 내 청정에너지 확대를 통한 에너지 전환 정책은 매우 공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었다. 중국의 신재생 발전량은 2018년 기준 약 27% 수준이고, 2030년까지 53%, 2050년에는 8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제시하였다.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된다. 게다가 중국 중부의 청해시에서는 신재생 발전단가가 화석연료보다 저렴해지는 그리드 패리트(Grid Parity)가 이미 달성되었고, 2020년 이후에는 중국 전체가 그리드 패리트가 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원전은 계속 짓고 있지만, 신재생 비율 또한 늘어나므로 전체적인 원전비중은 지금과 비슷할 것이란다.
‘방독면 쓰고 지하철 타는 사람들’. 불과 수년 전에 우리 언론이 표현한 북경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번 방문 길에 확인한 것은 이제 북경의 하늘이 흐린 날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대도시의 미세먼지를 없애기 위해 휘발유 차는 번호판을 제한하고 전기차 공급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현지에서 들은 말은 2022년 북경 동계 올림픽을 100% 청정에너지로 치를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의 발전·송전망 증가 속도라면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기간에 중국은 확실히 달라졌다. 북경시내에는 관광객을 위한 몇 군데를 빼고 짝퉁시장도 사라졌다. 모두 정찰제다. 접대문화도 사라지고 이에 따라 고급 식당들도 줄줄이 문을 닫았다. 직장인들도 정시출근, 정시퇴근이다. 퇴근 후 회식문화도 사라지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생활양식도 서구화되었다.
중국은 거대한 목표를 향해 힘차게 가고 있다. 현지 직원은 “중국은 뛰면서 생각하는 거인 같다”고 했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 강한 공권력,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분위기, 값싼 자재, 풍부한 노동력, 거대한 면적에 따른 규모의 경제, 국민들의 체제 순응도가 높아 민원이 거의 없다는 점 등이 뒷받침되어 중국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과거 중국이 한국에서 전력기술을 배워갔는데 이제는 한국이 중국에 배우러가는 상황이 되었다. 자칫 이대로 가면 우리는 중국의 하청국가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경고를 잊어서는 안 된다. 세상은 무섭게 변하고 있다.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