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독립 꿈꾸다] <12·完> 독립서점이 나아가야 할 길 빛고을 문화자원 활용해 대중 모으는 문화거점 돼야 정겨울 기자

2019년 11월 14일(목) 17:59

왼쪽부터 미국 뉴욕의 문학을 주로 다루는 ‘맥널리 잭슨’, 독립출판물 판매의 시초라고 불리는 ‘프린티드 매터’, 광주 동구 동명동 ‘책과생활’ 내부, 서울 서촌의 ‘더북소사이어티’에서 열린 프로그램 진행 현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전국으로 뻗어나간 독립서점은 새로운 문화적 트렌드를 세상에 소개하고 사람들을 다시 동네 책방의 매력 속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또한 책방지기가 엄선해서 내놓는 ‘책 큐레이션’ 뿐만 아니라 개인이 제작·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독립출판’을 통해 누구나 원한다면 자신의 책을 낼 수 있도록 했고, 때로는 낭독 프로그램, 작가와의 대화, 소규모 음악회, 플리마켓 등 서점이란 공간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프로그램을 열며 대중과 소통하는 장이 됐다. 책문화를 기반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자 도시문화 발전을 견인하는 장으로서 독립서점이 활용된 것.

독립서점 창업 붐이 불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서점 업계에 뛰어들게 됐고, 희망으로 시작한 책방 일은 많은 창업자들에게 절망을 심어주기도 했다.

독립서점이 소소한 문화운동을 이끌고 있기는 하나, 사실상 종이책 소비 자체가 줄면서 책방지기들에게 돌아가는 경제적인 이익은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인터넷서점은 대부분의 책을 1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책 값 전액을 받는 독립서점에서 굳이 구매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보듯 대형서점에서도 시간제한 없이 책을 공짜로 보는 습관, 독립서점을 상업적인 공간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 등도 매출 저하의 원인이다.

하루에 책 판매는 많아야 10만원 수준이고, 책 한 권도 팔지 못하는 날이 허다하다는 게 실제 광주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관계자의 말이다.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고, 음료나 아트상품을 판매하는 것도 사실은 책 판매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종이책의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미국 뉴욕은 ‘독립서점’ 문화의 발신지답게 각 서점마다 정확한 비전과 목표로 자구책을 찾으며 운영되고 있다. 독립출판물을 만들거나, 아트북페어를 개최하며, 때로는 장애인·노숙자·성 소수자들이 모이는 거점으로서 독립서점이 활용되기도 한다. 사진은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의 외부 전경.

‘독립서점은 독립할 수 있을까?’

이같은 질문에서 출발해 국내(광주·서울·부산)와 해외(미국 뉴욕) 주요 독립서점의 운영 사례를 돌아봤다. 국내는 광주의 ‘파종모종’, ‘책과생활’, ‘라이트라이프’, ‘메이드인아날로그’, ‘삼삼한책방’, ‘예지책방’, 서울의 ‘더북소사이어티’, ‘스토리지북앤필름’, ‘고요서사’, ‘라이너노트’, ‘땡스북스’, , 부산의 ‘낭독서점시(詩)집’, ‘자연과학책방 동주’ 등을 취재했다.

미국 뉴욕에선 ‘스트랜드북스토어’, ‘맥널리잭슨’, ‘하우징웍스 북스토어’, ‘프린티드매터’, ‘블루스타킹스’ 등을 다녀왔다.

한국의 독립서점이 주는 분위기가 아담하고 조용한 아지트 같은 공간이라면, 미국 뉴욕의 독립서점은 뭔가 시끌벅적하고 아주 역동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들 모든 서점의 공통점은 자구책을 찾고 운영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서점이라는 공간 자체가 공공성을 일부 띠고는 있지만, 개인 영리사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은 받을 수 없어서다. 한국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부터 시행한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이 전부다.

안정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각 독립서점은 나름대로의 특색을 갖추고 운영되고 있었다.

개별적으로 출판사를 운영하며 책을 제작함과 동시에 책을 판매하는 곳이 많았고, ‘1일 독립출판 체험 프로그램’, ‘시 낭독회’, ‘북토크’, ‘저자 초청 행사’ 등 부수적인 행사를 정기적으로 운영해 참가비로 책방 경영에 보태고 있었다.

한국이나 미국의 독립서점에서 하는 일은 거의 똑같다. 대형서점에서 묵혀둘 뻔 했던 좋은 책들을 매대에 꺼내고, 책방지기만의 철학과 시각으로 사람들에게 책을 소개하는 일이다. 또한 서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사람들을 독립서점으로 불러 모으는 게 책방지기들의 임무다.

시간이 갈수록 오감을 자극하는 콘텐츠가 날로 양산되고 있는 만큼, 대중들에게 활자가 주는 자극의 정도는 점점 무뎌져가고 있다.

결국은 책이라는 물성 자체가 인간에게 주는 즐거움도 있지만, 사람들이 그곳에서 모이면서 얻을 수 있는 네트워크의 장이자, 새로운 문화활동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독립서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같은 시점에 광주의 독립서점은 최근 10여년간 도심 곳곳에 생기고 없어지고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운영상의 어려움을 이버텨내는 몇몇 서점만이 남아 있고, 대책을 찾지 못하는 곳들은 사라지고 있다.

이에 대해 임경용 미디어버스·더북소사이어티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공간으로 10여년 전 오픈을 했지만, 아직도 버텨낸다는 것 자체가 사실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출판물을 판매한다는 것이 워낙 수입도 들쭉날쭉하고 수익성이 없다”며 “광주의 독립서점은 지역의 문화적 자원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천한다. 광주비엔날레나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등과 연계해 독립서점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문화적 콘텐츠로 키울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