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기를 민병준 |
| 2019년 11월 25일(월) 19: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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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1일 한강 강동대교 인근 산림청 산불진화헬기 추락으로 1명 순직, 2019년 10월31일 독도 인근 중앙119구조헬기 추락으로 4명이 숨지고 3명 실종.
이런 뉴스를 접할 때면 지난 2009년 이맘때 승무원 3명이 순직한 영암호 산불진화헬기 추락사고가 떠오른다.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한때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동료들이 떠올라 마음 한구석이 아려온다. 당시 사고는 2009년 11월23일 오전 11시17분께 안개가 엷게 낀 영암호에서 러시아제 카므프헬기가 담수를 위해 수면위로 접근하던 중 고도와 속도를 잘못 인지한 조종사의 비행착각 때문에 발생했다.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헬기 추락사고의 원인은 무엇일까? 항공안전전문가에 따르면 주로 악기상과 인적과실이라고 한다.
산림항공본부가 개청된 1971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헬기사고 총 48건 중 약 75%가 인적과실이었다.
물론 비행 중 갑작스런 기상악화나 유리 수면효과 등 외부 요인이 작용해 불가피한 오류로 일어난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잘못된 비행습관이나 조종실수 등에서 비롯된 내부 위험요인을 미리 바로잡았더라면 많은 사고를 줄이지 않았을까?
2019년 2월, 한강 강동대교 헬기 추락사고 후속조치로 산림항공본부는 안전대책을 새롭게 내놓았다.
이전에도 정부기관과 민간에서 다양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번 대책은 승무원 인적요인에 의한 사고예방 내용을 대거 반영했다.
그 결과 ‘운항품질보증(FOAQA)제도가 도입됐다. 이는 국제민간항공기구와 미연방항공청에서 시행·권고하는 제도로 헬기의 이륙부터 착륙까지 조종사의 모든 비행자료를 분석해 잠재적 위험요소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산림항공 승무원자원관리(CRM) 표준절차인 ‘승무원 팀워크 향상 프로그램’도 도입됐다.
승무원 간 의사소통, 복창(Call Out) 등 팀워크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승무원의 행동습관, 자세 등과 관계돼 쉽게 바꾸기 어렵다. 이를 위해 CRM 교관 선발과 CRM 절차 모니터링을 지속 추진해 의사소통과 승무원 간 갈등 조정 등을 해결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하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고사성어는 때가 지난 뒤 어리석게 애를 쓰는 경우를 비유한 것으로, 인간은 완벽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사전에 꼼꼼하게 준비하지 못하면 결국 부족함이 드러날 수 있다.
그동안 많은 사고를 보더라도 안전사고는 좋은 대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잘 지켜지지 않아서 발생한다는 것이 분명한 교훈이다.
앞으로 사후약방문식의 또 다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 부디 없기를 바라며, 2009년 영암호 추락사고 이후 10년 동안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6천여 시간을 안전하게 비행한 우리 승무원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