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군 공항 이전 후보지를 위한 묘책은 있나? 이정록 |
| 2019년 11월 26일(화) 1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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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책대학원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과제를 냈다. 무안국제공항 활성화와 광주 군 공항(이하 군공항) 이전에 대해 토론하는 주제였다. 그 후 뉴스가 들려왔다. 18일 광주 군 공항 무안군 이전 반대 특별위원회(이하 범대위)와 무안군의회 의원들이 광주시청을 방문해 군공항 이전 중단을 촉구하는 서한문을 전달하자 그 대응으로 광주시는 ‘광주시장 무안군수 범대위’ 간 대화를 공식 제안했다는 것이다. 뉴스를 접한 필자는 토론이 잘 될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토론은 별 재미없이 끝났다. 무안국제공항 활성화라는 대의명분과 실리적 측면에는 이견(異見)이 없었다. 그러나 군공항 ‘이전 후보지 주민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에 막혀 토론은 맥이 빠졌다. ‘소음만 유발하는 군공항’은 대표적인 님비시설이라는 팩트 때문이었다. 토론 결론은 ‘군공항 이전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이전은 쉽지 않을 것이니, 지역사회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였다.
그런데 토론 후 지난 일요일 대구에서 뉴스가 날아왔다. 대구 군 공항 이전부지 선정 기준 수립을 위한 숙의형 시민의견 조사 결과(투표 찬성률과 투표 참여율로 결정)가 만들어졌단 뉴스다. 작년 3월 ‘군위군 우보면,’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 두 곳이 후보지로 선정됐지만 어떤 기준으로 한 곳을 택할 지를 결정하지 못했는데, 그 기준이 정해진 거다. 주민공청회, 이전지역 지원계획 등을 거쳐 내년 1월21일 주민투표로 이전 후보지가 최종 결정된다. 2016년 8월 광주와 대구는 국방부로부터 군공항 이전 타당성을 승인받았지만 진행 속도는 대구가 광주보다 빠르다.
대구는 광주보다 왜 빠를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이전하는 공항 성격이 다르다. 광주는 군공항만 이전하는데 대구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군공항+민간공항 패키지 건설)’을 한 곳에 만드는 거다. 쉽게 말해 군공항 이전부지에 민간공항을 끼워주는 방식이다. 신공항이 들어서면 유동 인구가 많아 지역에 활력이 생길 거고, 정부와 지자체가 항공관련 산업을 유치하면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거라는 기대감이 공항 유치 경쟁에 불을 지폈다. ‘소음을 만들어내는 군공항’과 지역 활성화 기대감을 맞바꾼 셈이다.
다른 하나는 ‘이대로 가다가는 조상 대대로 살던 지역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의성은 전국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수(이성호, 2018년 8월) 1위이고, 군위는 3위다. 실제로 의성 군세(郡勢)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면적은 서울의 두 배이지만, 인구는 5만2944명(2018년), 평균 연령(2017년)은 56세다. 매년 200여 명이 출생하지만, 4배나 많은 800여 명이 사망한다. 유동인구가 적으니 장사가 될 리 없다. 마을이 사라질 거란 위기의식이 ‘소음을 만드는 군공항’이라도 상관없다고 수용한 거다.
지역사회 리더십도 한몫했다.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는 ‘우리 지역 위상에 걸맞은 신공항 건설’을 강조했고, 공항이 이전되는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수없이 약속했다. 의성군수와 군위군수를 비롯한 해당 지역 여론지도자들도 반대 여론을 설득하고 또 실득했다고 한다. 물론 의성과 군위 주민 일부는 지금도 공항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을 살려내자’는 설득 활동과 이를 수용한 주민의 합리성이 있어 가능했다.
전남지역에서도 의성과 군위 같은 사례가 재현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군공항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는 무안과 해남 군세는 의성과 군위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괜찮기 때문이다. 무안은 전남 17개 군(郡) 중 가장 잘나가는 곳이다. 인구 증가 덕분에 소멸위험지역에는 들어가지도 않는다. 호남 KTX가 무안공항을 경유하면 ‘시(市)’로 승격될 거란 부푼 꿈도 갖고 있다. 공항과 인접한 홀통 해수욕장 일대를 관광 관광지로 바꿀 계획도 있을 거다. 그러니 “무안의 미래를 전투비행장과 바꿀 수 없다”는 결기는 지극히 당연하다.
해남은 또 어떤가. 2012년까지 군(郡) 중 인구 기준 부동의 1위였다. 지역내총생산(2016년)도 영광·무안·장성에 이어 4위였다. 소멸위험지수 순위는 밑에서부터 40위다. 저출산화·고령화·공동(空洞)화라는 삼각 파도를 이겨낼 여력은 아직 충분하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해남 주민은 의성·군위 주민이 갖는 절박함과 위기의식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약하지 싶다. 게다가 민간공항 없는 군공항을 받을 리 만무(萬無)하지 않은가.
군공항 이전과 관련해 ‘불편한 진실’이 있다. 그것은 어느 누구도 군공항이 자기 동네로 오는 걸 반기기 않는다는 거다. 군공항 존재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소음과 개발행위 제한 등을 감내하기란 여간 힘들지 않아 그렇다. 광주시와 광주 시민은 군공항이 이전될 지역 주민 고통을 헤아리고 그들의 머리와 가슴을 어루만져줄 묘책(妙策)을 강구해야 한다. 그것이 군공항 이전 사업의 속도를 내는 첫 번째 고리다. 광주 군공항 이전 후보지 주민을 설득하고 배려할 묘책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