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하고 뺨 때리고’…택시기사 ‘수난’ 광주서 폭행 매년 증가…연말 취객 늘면서 기승 김동수 기자 |
| 2019년 12월 04일(수) 19:22 |
연말을 맞아 송년모임 등 술자리가 잦아지면서 취객들을 상대하는 택시기사들의 수난이 잇따르고 있다.
4일 광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9년 10월 기준) 광주지역에서 발생한 운전자 폭행은 총 265건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16년 56건, 2017년 67건, 2018년 84건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10월 기준 58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사흘전 승차를 거부한다며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폭행)로 A(35)씨가 경찰에 입건됐다. 만취한 A씨는 지난 2일 오전 2시50분께 광주 서구 한 노상에서 승차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택시기사 B(27)씨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등 폭행한 혐의다.
지난달 26일에는 목적지를 우회해 천천히 운행한다는 이유로 택시기사를 폭행한 C(40)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술에 취한 C씨는 이날 오전 1시30분께 북구 운암동 한 아파트 노상에서 빠른 길로 운행하지 않았다며 택시기사 D(73)씨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한 혐의다.
같은 달 24일에는 만취한 E(57)씨가 택시 뒷좌석에 가래침을 뱉었고, 이에 택시기사 F(51)씨와 실랑이를 벌이다 폭행까지 행사해 경찰에 입건됐다. E씨는 이날 오전3시30분께 서구 내방동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택시기사 F(51)씨의 얼굴을 가방 등으로 수차례 폭행한 혐의다.
이처럼 택시기사를 상대로 한 취객들의 폭행과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다. 택시기사들은 폭행의 원인으로 ‘도 넘는 갑질’을 꼽는다. ‘손님이 왕이다’라는 의식 구조와 택시기사의 신분을 낮게 보는 경향이 팽배하다는 이유에서다.
택시기사 김모(65)씨는 “경제적인 문제로 늦은 시간에 자주 운행을 하는데 길거리에서 만취한 손님이 손을 흔들면 솔직한 심정으로 운전대를 돌리고 싶다”며 “며칠 전에는 건장한 체격의 한 남성이 ‘왜 일부러 돌아가냐’며 따져 물었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두려운 마음으로 운행했다”고 하소연했다.
현행법상 영업용 차량을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폭행 등의 가중처벌에 의하면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현행법에도 불구하고 폭행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아 택시기사를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택시 안전격벽’이 설치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현재 경기도는 2015년부터 도비 30%, 시·군비 50%를 택시 안전격벽 설치에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2024년까지 모든 택시에 보호벽을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잇단 택시기사 수난에도 광주지역에서는 보호벽 도입이 쉽지 않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택시는 버스와 달리 많은 대중들이 이용하지 않을뿐더러, 지역에서는 보호벽 설치와 관련해서 요청 사례를 받아본 적이 없다”며 “보호벽 설치 제안이 들어온다면 추후 검토하겠다”고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광주본부 관계자는 “택시 운전기사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격벽 설치는 물론, 시민 의식 개선, 강력한 처벌 등이 뒤따라야 한다”며 “택시기사들에 대한 폭행이 근절되도록 선진 대중교통 문화를 조성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시민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김동수 기자
김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