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매일신문 문화탐방 이 겨울 더 머물고 싶은 시드니 더 가깝게 만나는 호주 평생 잊지 못할 ‘인생 여행’ |
| 2019년 12월 12일(목) 18: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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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이란 말이 매혹적이란 말과 어울릴까?
상당히 어울린다. 겹겹이 층을 이룬 산처럼 높은 언덕과 낮은 구릉 그 아래 계곡으로 이어지는 곡선과 곡선 그리고 경계선의 높낮이가 주는 음영. 사막은 매혹적이다. 모래 언덕 높은 곳에서 샌드보딩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사막이 얼마나 근사한지를…. 그곳에 수십명의 어른들이 아이처럼 웃으며 미끌어지고 나뒹군다. 여느 때처럼 입을 막고 웃는 사람은 없다. 목젖이 보일 만큼 그냥 막 웃는다. 언제 이렇게 웃어 봤을까…. 기억조차 없는데 우리는 만난 지 이틀 밖에 안됐지만 진짜 아무렇게나 소리 지르듯 웃었다. 뱃살이 아플 지경으로 웃다가 눈이 마주치면 “진짜 재밌죠? 신나는걸요~” 표정으로 말했다.
중년의 체력으로는 감당키 어려운 모래 언덕을 오르며 상기된 얼굴과 거친 호흡으로 여기 포트스테판에서 나는 호주를 즐기고 있다. 토해내듯 웃으며 모래 언덕을 미끄러졌다.
사막은 단언컨대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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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보태닉 가든스와 하이드 파크
좋은 날씨 하늘과 구름 아름드리 수목과 꽃들 새소리와 벤치가 어우러진 영국 스타일 정원, 로열 보태닉 가든스와 하이드 파크. 200년 전 영국의 귀족들이 거닐었던 곳에서 그 옛날을 떠 올려 본다. 이 광경을 매일 바라봤을 그들의 정서와 여유가 고층 빌딩이 즐비한 시드니 한복판에 그대로 시공을 초월한 듯 우리 앞에 있다.
세인트 메리 캐토릭 처지 내부는 자연채광으로 은은하며 영감이 떠오를 만큼 고풍스럽다.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교회당 건축의 예술적 아름다움을 더해줘, 기도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수백년의 시간과 전통 그리고 영국과 호주의 세월이 겹쳐져서 생성된 깊은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현장이다.
아름다운 분수대 근처는 가족끼리 연인끼리 사진 찍기 좋고 한가로이 산책하기도 좋았다. 유모차를 끌고 가는 젊은 부부와, 벤치에 앉아서 독서중인 젊은이와, 잔디 위에 누워서 하늘을 보며 햇볕을 즐기는 사람들 모두가 그림이다.
▶달링 하버, 그리고 오페라하우스
달링 하버는 150년전 부두에서 하역한 짐들을 보관 하던 창고였다. 지금은 호텔로, 카페로, 레스토랑으로 변모해 성업 중이다. 달링 하버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하버 브릿지를 걸었다.
시드니는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밤에 달링 하버에 나와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도시의 밤을 영롱하게 밝혀주는 빛, 현란한 레이저가 아니다. 눈부시게 밝은 LED도 아니다. 옅은 오렌지색 같기도 하고 옛날 백열등 같은 은은한 조명들이 조화롭게 수놓고 있다. 시드니를 시드니답게 느끼도록 만들어 주는 야경이다. 피곤하다며 호텔방에 누웠다면 크게 후회할 뻔 했다. ‘내가 정말 아름다운 항구 시드니 달링 하버에 있구나’ 실감했다.
시드니의 랜드마크 오페라하우스에 하루 종일 정신이 팔린 하루였다. 오페라하우스는 호주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자랑한다. 돛과 조개껍데기를 형상화한 아름다운 자태,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 유산이다. 밤에 바라 본 오페라하우스는 주변 야경과 어울려 우아하기만 하다. 실제로 입장해서 오페라를 감상해 보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해 보며 혼잣말을 해 본다.
다음에 꼭 다시 온다. 그땐 꼭 오페라를 감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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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신비 간직한 블루마운틴
시드니하면 뭐니뭐니해도 블루마운틴을 빼 놓을 수 없다. 우리도 시드니 도착 첫 코스로 블루마운틴 구경에 나섰다.
우리나라 산은 한자의 ‘뫼산’글자를 연상하게 되는데 호주의 블루마운틴은 지평선을 떠 올리게 한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은 세자매봉이 바로 보이는 에코 포인트다. 멀리 지평선처럼 수평을 이루는 산 아래로 계곡이 끝없이 이어져 까마득하다.
계곡에 서식하는 동식물이 얼마나 많을까, 그리고 산행을 할 수 없을 만큼 우거진 숲을 바라보는 것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한 의도가 자연을 보호하기 위함일거라 생각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렇게 아름다운 산이 산불로 인해 불타고 있다는 것이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입산이 금지되기도 하는데 우리가 갔던 다음 날은 관광객 입산이 불가했고 시드니 시내에서도 매캐한 연기가 뿌옇게 보일 정도였다. 워낙 큰 규모의 산불이라서 비가 흠뻑 내려야 불길을 잡을 수 있을 거라 한다. 소나기 같은 장대비가 하루 종일 내려서 산불이 꺼졌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God, Please keep the Blue Mountains!’
블루마운틴이라는 명칭은 산 전체가 푸른빛을 띠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왜 푸른빛을 띨까? 이유는 산 전체에 자생 군락을 이루는 유칼립투스 나무 때문이다. 유칼립투스는 소량의 알코올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 성분이 증발할 때 태양광선을 만나 푸른 빛을 반사하면서 생긴 거란다. 신비롭고 예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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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소소한 행복 ‘미식 여행’
호텔 조식으로 먹었던 결이 살아 있는 크로와상과 모닝빵. 꿀과 버터를 듬뿍 바르고 치즈까지 끼워 먹었던 그 맛, 숙소 자체가 여행이라던 어떤 이의 말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 진다. 호텔에서의 조식이야말로 여행자의 소소한 행복이니까 말이다. 이번 여행에서 매일 아침마다 소소한 즐거움을 누렸다. 서너 차례 주어진 스테이크도 훌륭했다. 특히 달링 하버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스테이크는 일품이었다. 호주 소고기의 풍미를 제대로 느꼈던 뷔페 레스토랑, 이토록 예술적인 스테이크 맛이라면 하루 세끼라도 먹겠다 싶었다. 소금과 후추만 뿌렸을 뿐인데 최고였다.
크루즈 디너에서 먹었던 광어 요리도 좋았다. 부드럽고 크리미한 맛과 신선한 생선답게 두툼한 살이 한 점도 부서지지 않고 그대로 플레이팅돼 나왔다. 그 자체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요리는 눈으로 먹는다’라는 말을 실감했을 정도였다.
호주는 영국의 죄수들이 수용되면서 역사가 시작된 나라인 만큼 자국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 보다는 영국의 문화가 녹아들어 있는 유럽식이다. 음식문화 역시 다르지 않은데, 이번 시드니 여행에서 맛 본 호주 음식들은 신선한 채소와 풍부한 해산물, 그리고 질 좋은 육류를 이용한 요리들로 매우 만족스러웠다. 여행에서 맛보는 현지 음식들은 여행의 재미와 추억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드니 음식은 근사한 미식의 행복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다양한 체험…시드니 속살을 엿보다
시드니는 지금 봄이 지나고 초여름이다. 날씨 하나만으로도 더 있고 싶어진다. 또 다른 이유는 정해진 일정 없이 하루하루 시드니 사람처럼 살아 보고 싶어서다. 여행자 코스가 아니라 현지인 코스로 시드니의 속살을 만나고 싶다.
말로만 듣던 양털 깎기, 책에서나 봤던 호주문화, 영상으로 봤던 야생 동물과 자연 이런 것들을 깊이가 다른 체험으로 경험해 보면 좋겠다. ‘효리네 민박’, ‘스페인 하숙’ 같은 숙소에서 장기 체류하면서 예술적 영감에 취해 음악을 듣고 보이는 대로 그리고, 지역 축제에 가서 거리낌 없이 놀고, 얼토당토않은 춤을 추며 평생 잊지 못할 인생여행, 따뜻한 12월을 보내고 싶다. 과하게 멋 내지 않은 그러나 확고한 취향의 그들 속에서 기죽지 않고 꿀리지 않는 존재로 머물러 있고 싶다. 이들처럼 밥을 먹고 공원을 걸으며 그리고 그 다음 날에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느끼고 싶다.
이번 여행 코스는 탁월했다. 유럽 패키지처럼 캐리어를 끌지 않았고 동남아처럼 무덥지 않아서 좋았다. 철부지처럼 동심에 젖었던 사막은 두말할 것도 없다. 언론사에서 주최하는 문화 탐방, 여행의 격이 다르고 결이 다르다. 지난 1월에 베트남 달랏여행, 8월에 몽골여행, 11월에 시드니 호주여행, 세 차례 모두 다녀왔다.
무언가를 통해 여유를 찾고 싶다면 여행이 답이다. 삶에는 쉼이 필요하다. 그것도 아름다운 곳에서라면 더 바랄게 없다. 시드니는 충분히 아름답다. 그래서 더 머물고 싶다.
/인경숙 (세계여행가)